5. 18 기념재단이 자유한국당 논평에 강력한 대응을 준비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18일 기념식 직후 5. 18 민주화운동을 왜곡 폄훼할 수 있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정준길 대변인은 "헬기사격을 포함한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밝히는 등 5. 18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도 "유공자 선정절차 및 대상자의 문제점, 북한군 개입 의혹 등 진상규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까지도 함께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보수단체나 극우보수언론이 내놨던 근거없는 내용을 기념식 당일 공당이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5. 18 기념재단은 행사 준비 및 진행 때문에 자유한국당 논평에 공식 대응을 못하고 있지만 문제를 인지하고 추후 강력한 대응책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5. 18 재단은 5. 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인물에 대해 고소 고발을 이미 진행한 바 있어 이와 비슷한 주장을 내놓은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법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이기봉 기념재단 사무처장은 19일 통화에서 "내부에서 논의를 해야할 것 같은데 공당에서 이런 정도의 논평을 냈다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며 "비슷한 내용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왔다. 새누리당 시절 김홍두 의원이 세월호와 연결시켜 유공자들이 보상을 많이 받았다고 카톡을 올린 내용으로 항의방문하고 사과를 했는데 훨씬 심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 사무처장은 "예전 같으면 인터넷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내용의 극우 인사들이 소문을 퍼뜨렸는데 공당에서 이런 식으로 기념식 당일에 했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문제로 보고 있다.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5. 18 북한군 개입설은 수년 전부터 극우보수 사이트를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문제가 됐다. 이에 대한 고소고발도 수십 건에 이른다.

북한군 개입설은 문서 등을 통해 근거가 전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중앙정보국이 1980년 5월 9일 미국국가안전보장회의 비밀문건을 해제한 뒤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의 정치 불안 상황을 빌미로 한 어떤 군사행동도 취하는 기미가 없다'고 나와 있다. 기념재단은 이 같은 문건 내용을 올해 1월 공개했다. 5. 18 당시 북한군이 위장해 폭동을 일으켰다는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만원이 북한군이라고 주장했던 사진의 당사자가 나타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 등은 사진 속 주인공이 자신이라며 지만원을 고소했다.

하지만 이 같은 근거없는 주장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고소 고발을 통한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이 공식 논평을 통해 재확산시켜버린 셈이다.

특히 지만원은 극우언론 <뉴스타운>을 통해 5. 18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인물의 사진이 일명 광수(북한군) 사진이라며 이들이 북한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지만원은 유투브에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삭제되는 조치를 당하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과는 패소였다. 1~2심 모두 원고 패소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 판결은 북한군 개입설이 터무니없는 의혹임을 분명히 했다.

서울중앙지법(민사 23 단독 김제옥 판사)은 "5·18 민주화운동은 당시 신군부 세력과 계엄군의 진압에 맞서 광주 시민 등이 민주주의 쟁취를 위해 항거한 역사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만원씨가 제작하거나 작성한 동영상과 게시글은 이 같은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며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배후와 북한군 주도로 일어난 국가반란이나 폭동인 것처럼 표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5·18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동기와 사회적 신분, 지역, 직업 등에 편견을 조장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조치가 정당하다는 내용이다.

이미 지만원은 이 같은 주장을 해오다 2002년과 2013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고 김경환 씨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6일 오전 광주 5.18민주묘지를 찾아 고 김경환 씨의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다만, 명예를 훼손한 혐의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린다. 지만원과 마찬가지로 한 교회 목사가 5. 18 민주화운동은 북한 특수 부대가 주도했다고 설교하자 5. 18 유공자들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지만 해당 목사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목사의 주장은 허위사실이 맞지만 특정인, 즉 유공자의 명예를 직접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설교로 인해 민주화운동의 평가가 바뀔 수 없다는 논리였다. 5. 18 북한군 개입설이 어느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적 평가를 뒤집을 수 없다는 법적 판결을 악용해 이 같은 주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타운은 자유한국당 논평이 나오자 기다렸다 듯이 극우보수단체가 발표한 성명을 보도했다. 광주 5.18 진상규명국민모임은 자유한국당 논평을 언급한 뒤 "5.18 당시 전남도청 앞에서 전두환 때려 잡자를 외치던 사람들이 왜 북한에 있는 것인가. 광주시민들이 단체로 월북한 것인가, 아니면 북한군이 단체로 민주화운동을 하러 광주에 온 것인가. 5.18 당시 헬기 소사 뿐만 아니라 5.18의 모든 의혹에 대해서는 명명백백히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5. 18 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포함시키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역사를 바로잡는 것일 뿐 아니라 앞으로 5. 18 왜곡 및 폄훼에 대응하는 강력한 방어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 18이 헌법에 명시되면 5. 18을 왜곡하는 주장이나 북한군 개입설 같은 허무맹랑한 주장은 헌법정신에 어긋나기 때문에 죄를 적극적으로 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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