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당 원내대표를 초청한 장소로 청와대 상춘재를 택한 것은 박근혜 정부와의 차별성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상춘재는 전통적인 한식 가옥으로 지어져 보통 외빈접견 등에 사용됐다.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한옥 양식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린 공간의 성격이 강해 주로 간담회 자리로도 사용된다.

기존 여야 대표들과 의원들의 만남은 주로 청와대 영빈관, 백악실 등에서 이뤄졌다. 박근혜는 취임하고 두달 후에 영빈관에 야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청와대가 상춘재를 첫 협치 시험대인 5당 원내대표 만남 장소로 택한 것도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박근혜가 불통의 메시지를 던질 때 사용했던 장소가 상춘재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상춘재를 초청 장소로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는 올해 1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출입기자들과 신년 인사회를 열었다. 그런데 인사회는 불통으로 일그러졌다. 청와대 측이 기자들을 초청하면서 사진 촬영을 포함해 스마트폰 녹음과 노트북 속기를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박근혜 근접 사진 없이 기자들이 모여서 얘기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6장만 제공했다.

당시 박근혜는 "방송을 보면 너무나 많은 왜곡 허위를 남발해 걷잡을 수 없게 됐다. 오해가 오해를 만들고 오보를 바탕으로 오보가 재생산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신년인사회 자리는 기자들이 제대로 기록도 하지 못하고 청와대 통제 하에 이뤄진 박근혜의 변명 자리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상춘재는 지난 1월 25일 한 인터넷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지난해 박근혜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질의응답을 받지 않았다. 국민들은 대통령 탄핵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박근혜가 직접 설명하고 입장을 밝히는 모습을 기대했지만 1월 1일 신년인사회 이후 철저히 관저에 은둔해 있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는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이 운영하는 정규재TV의 단독 인터뷰에 응했다. 특정 언론사의 단독 인터뷰도 문제였지만 공영방송도 아닌 보수우파 인터넷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것이다.

▲ 지난 1월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 중인 박근혜.
▲ 지난 1월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정규재TV와 단독 인터뷰 중인 박근혜.

단독 인터뷰는 상춘재에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그동안 진행 과정을 추적해보면 뭔가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 아니냐는 점을 지울 수 없다", "약물 근처에 간 적도 없고 굿을 한 적도 없다. 그런 허황된 말을 들으면서 대통령을 끌어내리려고 그토록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내야 했다면 탄핵 근거가 빈약한 것이 아닌가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한마디로 거짓말로 쌓아올린 커다란 산이다" 등 격정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표현했다. 청와대 상춘재가 박근혜 시대 불통의 장소로 남았던 이유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9일 만에 5당 원내대표를 상춘재로 초청해 여야정 협의체를 제안했다. 이날 초청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서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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