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고 나선 세 번째 인사단행도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일부 야당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청와대 인사수석이 장녀의 이중국적과 위장전입 사실을 먼저 밝히고 나서 향후 인사청문 진행 과정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경제부총리와 외교부 장관 후보자, 청와대 정책실장 등의 인사 단행 소식을 발표했다.

文 정부, 성장·분배의 선순환, 북핵위기의 외교적 해결

문재인 대통령이 조각 대상에서 경제와 외교 분야를 가장 먼저 앞세운 것은 두 분야에 대한 정부의 현안 해결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보수 성향의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진보 성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를 각각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성장과 분배라는 두 가치가 선순환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재벌개혁 전문가로 꼽히는 장하성 교수의 경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함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며 재벌 내부 부당거래 관행을 강하게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장 교수의 청와대 정책실장 임명이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중소기업 중심 소득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려는 문 대통령의 경제 정책 의지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경제 사령탑인 경제부총리 후보자 김동연 현 아주대 총장은 ‘고졸신화’의 주인공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혔듯 판잣집에서 살만큼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덕수상고 졸업 이후 직장생활을 하며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에 합격했고 이후 정통 경제 관료로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보다 서민의 어려움을 공감하실 분”이라면서 “기획예산처와 기획재정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경제에 대한 거시적인 통찰력과 조정능력이 검증된 유능한 경제 관료”라고 평가했다.

외교 분야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잘 이해하고 함께 발맞출 인사를 고른 흔적이 엿보인다. 특히 이번 외교 분야 인사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위기 대응에서 국방안보 전략보다 대화를 통한 외교 안보 정책을 펼쳐나가겠다는 기조에 무게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는 비외무고시 출신이면서 외교부의 첫 여성국장과 유엔 최고위직 등 국제외교분야 전문가로 한국 최초, 최고 여성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인물이다. ‘유리천장’ 타파를 위해 여성 내각 30%를 약속했던 문 대통령이 공약을 이행한다는 의미도 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역시 ‘안보’ 인사라기보다는 ‘외교’ 전문가로, 외교관으로서의 다양한 경력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물이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전직 외교관 그룹인 ‘국민 아그래망’ 단장으로 활약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인사 발표를 통해 “과거 정부에서는 안보를 ‘국방’으로 협소하게 바라본 측면이 있었다”며 “북핵 위기 상황에선 안보에서 외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통일외교안보특보로 임명된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대표적인 외교 전문가이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햇볕정책을 수립하는데 깊이 관여했던 당사자다. 특히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남북정상회담에 참여한 경험도 있어 문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대화를 통한 외교 해법을 자문할 것으로 보인다.

홍석현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노무현 정부 당시 주미대사를 지냈다. 그만큼 노무현 정부의 외교관을 잘 알고 있는 인사로 평가된다. '삼성 X파일' 사건으로 낙마하면서 부정적 평가가 있긴 하지만, 대선 직후 문 대통령 대미특사로 파견될 만큼 미국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대선 국면에서 중앙일보와 JTBC 회장직을 사임하면서 문 대통령으로부터 이미 외교·통일 관련 내각에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포커스뉴스
▲ 문재인 대통령. 사진=포커스뉴스
세 번째 인사, 인사청문회 무리없이 통과할까

이번 인사를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경제·안보 위기 해결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장관급 인사들의 경우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동의를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야당이 이번 인사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내세우며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야당들도 이번 인선에 대해 온도차가 나고 있어 향후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어떤 입장을 취할 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에 대해 노무현 정부의 경제실패를 고스란히 재현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당은 박근혜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며 역시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비전 2030’을 작성했던 경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노무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부동산 가격 폭등과 세금폭탄, 소득불평등 심화 등 참담한 수준”이었다며 “노무현 정부의 경제실패를 고스란히 재현해 서민의 삶이 더 팍팍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은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캠프 보은인사”라고 지적했다. 김성원 대변인은 “김 교수는 문재인 후보가 비판해 마지않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줄푸세 정책을 만든 사람이다. 김 교수를 기용하기에 앞서 줄푸세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먼저 정리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차원에서 김동연 부총리 후보를 비판했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김동연 경제부총리 내정자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경제수석실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차관, 국무조정실장의 요직을 두루 거치며 경제정책에 깊숙이 관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위원회의 부의장에 대해서도 “‘줄푸세 공약’을 설계했을 정도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두 당은 홍석현 외교안보특보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홍석현 외교안보특보에 대해 “얼마 전 언론사 회장직을 사임했지만 여전히 언론계에 막대한 영향력이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홍석현 특보에 대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가 ‘외교와 통일에 관련된 내각에 참여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오늘 인선 발표로 선거 당시 문 대통령의 제안은 명백한 사실이었음을 증명해주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될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맹비난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문 대통령의 인사 발표 직후 조현옥 청와대 인사수석이 장녀의 이중국적 문제와 위장전입 사실을 밝히고 나섰다. 강경화 후보자의 장녀가 강 후보자 미국 유학 중 태어났으며, 한국 국적을 이탈했다는 점과 미국 고등학교에서 한국 고등학교로 전학하는 과정에서 친척집으로 위장전입했다는 점이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 문제를 둘러싸고 야당의 검증 공세가 예상된다.

조영희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미 청와대에서 밝힌 자녀 위장전입문제와 이중국적 문제를 비롯한 자격문제는 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바른정당은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단행한 외교 분야 인사가 안보분야의 부족함이 드러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조영희 대변인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 대해 “대북관계에 있어 우리나라가 먼저 주도적으로 대화에 나서 관계 개선에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김정은 북한 정권에 대해 안이한 안보의식을 갖고 있는 것 아닌지 국민들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또한 “이번 외교안보라인 인선에 군 출신 인사가 포함되지 않은 것이 문재인 정부의 국방의지 약화나 사드배치 문제를 외교적 문제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다른 야당에 비해 비교적 이번 인사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인사청문회의 검증이 있는 만큼 촛불민심이 정부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특히 문재인 정부가 우리사회의 개혁과제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과 견인의 역할을 지속적으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추 대변인은 김광두 부의장에 대해 “박근혜정부 줄푸세 공약을 만든 보수진영인사지만, 경제민주화 공약을 입안할 정도의 개혁성도 겸비한 인사”라고 평가했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후보는 “경제관료 출신으로 종합적 위기관리 능력이 입증된 전문가”라고 호평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진영과 파벌은 물론 기존 관행에서도 벗어난, 오로지 전문성에 입각한 인사다. 풍부한 국제무대경험으로 한국 외교 위상을 높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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