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지난 11일부터 22일까지 발행된 열흘 간의 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 사설을 분석한 결과, 대선 이전 문재인 당시 후보에게 비판적인 논조를 보였던 중앙일보가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과반 이상의 사설을 문재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논조로 보도했고, 한겨레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히 드러냈다.

해당 기간 조선일보의 문재인 정부 관련 사설 총 26개 중 비판적인 논조의 사설은 약 54%(14개)로 중립적인 논조의 사설(약 27%, 7개)이나 우호적인 논조의 사설(약 19%, 5개)보다 많았다. 새 정부에 대한 칭찬 뿐 아니라 기대감을 드러내는 사설까지 ‘우호적인 논조’로 분류했다.

22일 “‘촛불 참가했으니 빚 갚으라’고 정부에 요구한 전교조”, 18일 “이른바 ‘문빠’의 인터넷 홍위병 행태 점입가경” 등의 사설은 문재인 정부를 직접 비판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 분석에서 제외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정권 초부터 상당히 비판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9일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앞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9일 문재인 당시 후보가 대통령 당선을 앞두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같은 기간 중앙일보의 문재인 정부 관련 사설은 총 19개로 비판적인 논조의 사설은 약 10%(2개)에 불과했다. 중립적인 논조의 사설은 약 21%(4개), 문재인 정부를 칭찬하거나 기대감을 드러내는 우호적인 논조의 사설이 절반이 넘는 약 68%(13개)를 차지했다.

이는 한겨레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같은 기간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 관련 사설 총 21개 중 18개인 약 86%가 우호적인 논조의 사설이었다. 중립적인 논조의 사설은 9.5%(2개), 비판적인 논조의 사설은 약 5%(1개)에 불과했다.

문재인 정부 관련 사설로 분류하진 않았지만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싣기 위해 여당을 비판하는 사설도 있었다. 한겨레는 지난 15일자 “민주, 새 정부도 꾸리기 전에 ‘떡고물’ 놓고 다투나”에서 새 정부의 인사문제를 놓고 여당이 다투다간 자칫 새 정부의 개혁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동아, 여전히 색깔론으로 문재인 공격

조선일보는 ‘색깔론’으로 문 대통령을 공격했다. 20일자 사설 “‘통진당 해산 반대’ 헌재 소장,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나”에서 문 대통령이 공석인 헌법재판소장 후보로 김이수 재판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에서 반대의견을 낸 사실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김 후보자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고, 이석기 전 의원과 그 조직의 활동이 통진당 전체의 책임이 아니라며 해산을 반대했다”며 “통진당은 북한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이른바 NL집단인데 NL파의 목적은 자유민주 헌법 파괴이지만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우리 헌법 내의 자유 보장, 인권 보장, 사법적 권리 보장 등 민주적 권리를 최대한 이용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종북 집단’을 옹호한 김이수 재판관을 임명한 것이 문제라는 주장이다.

같은날 동아일보도 “헌재·검찰 ‘정권코드’로 바꾸려는 것인가”에서 “지하혁명조직 RO의 내란음모까지도 이석기 개인의 일탈로 본 것은 아무리 소수의견이라도 헌법을 수호해야 할 재판관의 균형감을 의심케 한다”며 “김 후보자는 2015년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든 법률조항을 합헌 결정할 때도 홀로 위헌을 주장했다”고 비판했다.

북한에 대한 적대감, 안보불안을 자극하는 사설도 보였다. 조선일보는 13일자 “美 CIA와 韓 국정원”에서 “북 정권은 국제사회에 공인된 폭력 범죄 집단”이라며 협상은 불가피하지만 누군가는 감시의 눈길을 게을리 해선 안 되고, 감시를 국정원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이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해 국정원 개혁 의지를 보이자 이를 비판하는 내용의 사설이다.

▲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 조선일보 15일자 사설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13일 사설 “국정교과서 내용 무엇이 잘못돼 폐지하나”에서 국정교과서 폐지를 비판했고, 같은 날 사설 “‘정윤회 사건 재조사’가 그렇게 화급한 사안인가”에선 문 대통령이 정윤회 문건 사건 재조사를 지시한 것을 문제삼았다.

문재인 정부의 초기 내각 구성에 대해서도 조선일보의 비판은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12일자 사설 “‘작은 청와대’라더니 이게 뭔가”에서 11일 청와대가 비서실 직제 개편안을 발표한 것에 대해 “문 대통령은 선거 때 총리책임제와 장관책임제로 내각을 운영하겠다고 했고, ‘낮은 청와대’라는 언급을 직접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비대한 청와대 조직이 그대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선은 “오히려 인원이 비서실·정책실·안보실을 합쳐 장관급 1명을 포함해 더 늘었다”면서 “‘낮고 효율적인 청와대’는 선거용 구호였나”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조직은 스스로 권한을 만들고 일을 키운다”며 “청와대 조직을 이대로 두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 부처를 장악하는 구태가 되풀이 된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비서실이 실세로 떠오르며 각 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 부처를 장악하는 ‘구태’가 발생할 지 모른다는 비판이다.

중앙, 문재인 정부 외교인사 ‘극찬’

반면 중앙일보는 조선·동아일보와 달리 새 정부에 대해 우호적인 논조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11일 1면 톱기사 제목을 “문 대통령 첫 인선은 비문”으로 뽑으며 기존 주류 언론이 정치인 문재인을 향해 ‘친문 패권주의’라고 비판하던 것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13일자 1면 톱기사 송기인 신부 인터뷰의 제목을 “문재인이 노무현과 다른 건 경청”으로 뽑아 주류언론이 덧씌운 ‘패권주의’ 이미지를 상쇄하면서, 노무현을 넘어서고 있다는 메시지도 드러냈다.

11일 사설 “첫날 보인 탕평 의지, 임기 말까지 지켜라”에서도 이낙연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4년 만의 총리 지명 긍정적”이란 중간제목을 쓰며 칭찬했고, “‘적폐청산’ 사라진 취임사도 눈길”이라는 등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같은날 다른 사설 “소탈하게 소통 의지 보인 대통령의 행보”, “한미 정상회담, 철저히 준비해야” 등에서도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 17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 17일자 중앙일보 1면 사진기사

특히, 중앙은 외교 인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중앙일보가 남북문제 등 외교에 있어선 유연한 태도를 보여 ‘실용보수’라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이 새 정부 인사로 참여한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17일자 사설 “6월 한미 정상회담 결정…정상외교 시동 걸렸다”에서 “난제들을 효과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정상회담만한 것이 없다”며 “주변 4강 및 EU·독일 특사 파견도 이를 위한 첫걸음인 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전날인 16일자 사설 “특사 외교 시동…안보 위기 해결의 마중물 돼야”에서 문 대통령이 미국특사로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 등을 특사로 파견한 것에 대해 “특사 외교는 한반도 위기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특사들은 식견과 네트워크를 갖춘 비중 있는 인물로서 충분한 외교적 인격도 갖췄다”고 평가했다.

한겨레·경향, 새 정부 ‘허니문 기간’

한겨레는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내놓는 정책에 대해 거의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사설에서는 정부 인사와 정책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모습이었다. 12일자 “‘비검찰 민정수석’ 발탁, 검찰개혁의 마지막 기회다”, “‘군림하지 않는 열린 청와대’ 만들어가길”, “조속한 ‘한-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현안 풀어야” 등 사설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 의미를 짚고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 12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 12일자 한겨레 1면 사진기사

11일자 사설 “‘통합과 공존’ 앞세운 문 대통령의 취임사”, 13일자 사설 “비정규직 해결 물꼬 튼 ‘인천공항 1만명 정규직 전환’”, “역사 퇴행 바로잡은 국정교과서 폐지”, “국정농단 재조서, 특검이 정답이다”, 19일자 사설 “오월의 아픔 어루만진 새 대통령의 품격”, “피우진 보훈처장 발탁이 주는 울림” 등도 마찬가지다.

한겨레가 사설에서 그나마 문재인 정부 관련 비판을 한 건 16일자 “비정규직 난제, 노동자의 ‘논의 참여’가 먼저다”에서였다. 한겨레는 문 대통령이 찾았던 인천공항공사에 대해 “TF에서 노조를 배제한 건 유감”이라고 밝혔다. 직접적으로는 인천공항공사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었다.

다만 “노무현 정부는 사용기간 2년 제한이라는 기간제법을 통해 ‘출구 규제’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기간을 4년으로 늘리려고까지 했다. 출범과 동시에 비정규직 문제가 국정 최우선 과제라는 신호를 분명히 보낸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사용사유 제한, 비정규직 부담 제도 등 ‘입구 규제’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또한 “이 과정은 만만치 않다”고 경고하며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사회적 대화를 다층적·다채널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역시 17일 사설 “문 대통령 측근들의 아름다운 퇴장”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첫 출발을 높이 평가했고, 19일 사설 “홍석현 특사 만나 관여와 평화의지 밝힌 트럼프”에서 문재인 정부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홍석현 특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조선·동아일보 등이 비판했던 김이수 헌재소장 지명에 대해서는 “김이수 헌재소장 지명, 약자 지키는 헌법을 보고 싶다”는 사설을 통해 해당 인사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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