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가 "제 인생이 싸그리 짓밟힌 것 같은 참담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5일 총리 후보자 청문회 이틀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인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노인회를 지정 기부금 단체에서 법정 기부금 단체로 바꿔 기부금액 100%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법안 발의를 해주고 그 대가로 노인회 고위 간부로부터 1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4일 청문회 첫날, 부인 위장전입 문제 등과 관련해 사과하며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대가성 후원금 의혹을 정치공세라고 보고 강경한 자세로 돌아선 것이다.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 배경에 대가성 여부가 있는지가 핵심이라며 법안 제출일과 후원금 납부일이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그렇지 않다. 몇달 차이도 있고...제 인생이 싸그리 짓밟힌 것 같은 참담한 느낌이 든다. 국회의원 하면서 장사를 했겠나. 설마 엿 바꿔먹기 했겠나"라며 강하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후보자는 노인회 고위 간부는 고향 친구로서 국회에 들어간 2000년부터 월 10만원씩 꾸준히 후원해왔는데 2011년~2013년 후원금이 늘어난 것은 선거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다만, 노인회 고위 간부가 의료기기와 관련해 일을 하고 있고 국회 보건복지위 상임위 업무와 겹쳐 이해충돌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전남개발공사가 이 후보자의 부인 그림 2점을 구매한 것을 포함해 모두 5점이 ‘밝히지 않는 기관’에 의해 매매됐다는 새로운 사실이 제기됐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전시회가 있었던 시기가 이미 후보자께서 (전남)지사 출마 소식에 이미 전남도가 술렁이고 있었을 때다. 그 기관이 전남 산하 기관 아니면 국회 상임위 관련 기관일 수 있다. 들여다보자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체 전시회 목록과 몇 점 팔렸고 몇 점 남아있는지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도 산하 기관이라고 하는데 5점은 도 산하 기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제보 내용이라며 지난 4월에도 이 후보자의 부인 전시회가 열렸고 특히 부인이 중견작가를 통해 대작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대선 기간 중 2017년 4월 26일 초대전이 있었다. 초대장에 국회의원 이낙연 초대장이라고 하는데?"라고 질문하자 "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제보 내용은 전시된 작품이 조영남 대작 사건과 마찬가지로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이) 중견 작가의 가필과 대작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작품성이 떨어지고 대필과 가작을 통해 많은 작품이 양산될 수 있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다. 제가 심지어 (부인이)잠도 안자고 그림을 그린 것을 보던 사람이다. 대단히 심각한 모욕"이라고 반박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또한 이 후보자는 "하객들이 작품 구매와 관계없이 돈봉투를 냈다고 한다"고 정 의원이 질의하자 "턱도 없는 모함이다. 제보자를 엄선해주길 바란다. 제보의 신빙성이 상당히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그림 매매 수입과 관련해서 "수익금 절반을 심장재단 등에 기부했고 (남은 수익) 3분의 2는 대관료 등에 썼다"면서 "(관련 문제 제기가)남편의 인사 청문회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반문했다.

정태옥 의원이 공직을 이용한 그림 강매 의혹에 더해 이 후보자 부인의 그림 대작 의혹까지 제기하자 여당은 근거가 없고 정치공세가 과하다고 반발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도덕성 검증을 치열하게 하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누구도 시비 걸 수 없다. 다만 사실 확인을 좀 어느 정도 해야 질의할 수 있다. 헌법기관으로 책무"라며 "사실 확인하고 이를 거친 이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는데 지금 하는 것을 보면 거르는 절차 없이 질문 하시는 분도 과하다고 느낀 것 같다. 정치공세하고 인격모독하면 청문회 취지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태옥 의원은 "제보의 신빙성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신을 못했지만 김숙희(이 후보자 부인) 작품이 얼마나 팔렸느냐에 대해선 국민적 의문을 가지는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첫날 청문회에서 답변한 내용을 적극 바로잡기도 했다.

이 후보자는 동아일보 기자 시절 전두환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기사를 쓴 것에 대해 직접 자신이 쓴 표현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자는 "지방의 당 행사에서 출장 가서 취재를 했던 것 같다. 권익현 (민정당)사무총장이 그런 발언을 하더라. 저로서는 과도한 칭찬에 대한 약간의 저항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인용보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익과 진실이 충돌할 때 언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기본은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진실을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대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자신의 아들 병역 면제 경위를 밝혔다. 경 의원은 23일 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면제 의혹을 제기하자 경 의원 아들 병역 면제 경위를 먼저 밝히라는 문자 폭탄을 받았다. 관보에 경 의원은 아들의 병명을 밝히지 않고 병역 면제가 돼 있다고 기록돼 있는데, 이 후보자의 아들 병역 의혹을 제기하기 전에 경 의원의 아들 병역 면제 사유부터 밝히라는 역풍을 맞은 것이다.

경 의원은 "제 아들 동의를 받아서 말씀 들린다. 많은 분들이 왜 병역 면제를 받았는지 의문을 표시했는데 제 아들 병역 문제는 뇌파 경변성, 즉 간질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 의원은 “아들이 2000년 초등학교 당시 8살 때부터 증상이 나타나 10여년 동안 고려대 안암 병원에서 매일 뇌파 검사를 받고 모르핀이라는 약을 복용했다”며 "지금까지도 재발 위험에 마음을 졸여왔다. 결혼 등 사회 생활 지장을 받을지 걱정을 많이 한다. 아버지로서 마음이 아프다.(이게) 진실의 전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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