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7일 사내 인트라넷 ‘커뮤니케이션’란에 올라온 김장겸 사장 등 퇴진 관련 성명을 대거 삭제한 것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가 9일 “사내언로를 틀어막고도 공영방송을 자임하는가”라며 “인트라넷 게시물 일방적 삭제는 표현의 자유 침해하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MBC 전자게시판 운영위원회는 지난 2일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했고, 특정인 또는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해 게시판 운영지침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관련 내용을 삭제하기로 지난 2일 결정했다. 심의대상이 된 23건 중 13건이 삭제됐고, 게시물을 올린 당사자들은 1개월간 게시판 사용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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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본부는 “이 운영지침이야 말로 조직 내의 건전한 의사소통과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를 가로 막는 폐단”이라며 “대체 무슨 권위와 정당성으로 자율적인 사내 언로를 강제차단하는 것인가”라고 반박했다.

▲ 9일 점심시간 MBC로비에서 100여명 넘는 구성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사진=김연국 본부장 페이스북 라이브
▲ 9일 점심시간 MBC로비에서 100여명 넘는 구성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사진=김연국 본부장 페이스북 라이브

MBC는 지난 2015년 12월 인트라넷 ‘자유발언대’ 게시판 명칭을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꾸면서 ‘전자게시판 운영위원회’라는 것을 조직했다고 MBC본부는 전했다. 경영인프라국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총무부장·정보콘텐츠부장·정책기획부장·정책홍보부장 등 5인을 위원으로 구성했다.

MBC본부는 “전 사원이 공유하는 게시판 운영을 몇몇 사측 간부들이 독점하겠다는 횡포이고, 검열을 제도화하겠다는 반민주적 처사”라고 주장했다.

MBC가 게시물 삭제근거로 제시한 운영지침에 대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MBC본부는 “‘회사의 이익 침해 여부’는 가치관과 해석 기준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한만큼 특정 일방이 자의적으로 재단할 수 없다”며 “특히 명예훼손이나 모욕 행위 여부는 고도의 법률적 판단이 전제돼야 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의 ‘온라인 검열’은 부실한 지침을 급조해 이현령비현령 식으로 사내 여론에 칼질을 하겠다는 폭력일 뿐”이라며 “이번에 삭제된 게시물들은 한결같이 ‘MBC의 경쟁력과 위상 회복’에 초점을 맞춘 애사심의 발로였고, 그 전제 조건으로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 퇴진투쟁 의지를 다짐했다. 이들은 게시물 삭제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범죄행위”라며 “최후가 임박한 ‘박근혜 잔당’의 부질없는 몸부림일 뿐”이라고 지적한 뒤 “불의에 저항하는 외침을 억지로 틀어막을수록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려는 투쟁은 더 격렬해질 것”이라고 했다.

▲ 9일 점심시간 MBC로비에서 100여명 넘는 구성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사진=MBC본부 페이스북 라이브
▲ 9일 점심시간 MBC로비에서 100여명 넘는 구성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사진=MBC본부 페이스북 라이브

이날 점심시간 MBC로비에서 100여명 넘는 구성원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이는 MBC본부 조합원인 김민식 PD가 최근 회사 내에서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며 이를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중계한 것이 계기가 됐다.

김연국 본부장도 퍼포먼스에 참여해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했다. 그는 “지난주에는 제가 존경하는 김민식PD께서 ‘김장겸은 물러나라’ 용감하게 외치는 페북 라이브를 진행했습니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말에 저는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김민식PD를 인사위 회부 전 절차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습니다. 저는 김민식PD를 외롭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라고 밝힌 뒤 MBC 구성원들과 함께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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