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KBS·MBC 사장까지 갈아치우려 하나···文 정부 언론자유 개입 말아야”(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집권당의 공영방송사 사장 사퇴 요구에 대해 조선일보와 야당 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권은 방송장악을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조선일보는 법으로 임기를 정한 방송사 사장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방송장악’이며 ‘적폐’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본령”이라며 “집권한 지 한 달 된 정권이 나서서 언론기관에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또 다시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참에 조선일보와 정진석 의원 주장의 연장선상에서 같은 논리를 적용해 현재의 상황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하에서 권력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때 이들은 무슨 주장을 내놨던가. 그래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 역할을 하지 못하고 종합편성채널 JTBC가 공영방송 역할을 대신하던 그 시절 이들의 목소리는 어디에 있었나.
국민의 사랑을 받던 KBS, MBC 뉴스가 일개(?) 종편 방송사에 밀려 뒷전으로 쳐졌고, 권력에 대한 감시, 견제는커녕 권력의 애완견으로 전락하여 국민의 외면을 받던 그런 절박한 시기에조차 ‘방송장악’ 말 한마디 않던 것이 조선일보와 정진석 의원 등 당시 집권세력이 아니던가?
세월호 취재과정에서 외면받고 쫓겨나던 언론인들이 공영방송사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으로 나서서 해직되는 사태가 빈발해도 일언반구 없던 세력들이 이제 와서 ‘권력의 방송장악’을 우려하는 건, 옳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그 진정성과 공정성에 의심이 가게 한다.
현재 공영방송사 내부는 한줌의 경영진과 대다수 구성원들과의 투쟁과 혼란, 무질서 속에 길을 잃고 있다. 좌우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의 제자리 찾기와 저널리즘의 혼란 속에 앞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해직 기자들의 장기간 낭인생활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모호한 징계는 계속되고 있고 법적 판결이 난 사건에 대해서도 공영방송사 경영진은 시간을 끌고 있다.
이제 와서 혼란에 빠진 공영방송 사태에 정치권력이 개입하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정권이 알박기한 사장 인사에 손대지 말라는 주장일 뿐이다. 대통령이 파면당하고 국민이 촛불시위에 나서던 급박한 상황을 한가롭게 보도한 공영방송의 적폐에 대해 당시는 눈을 감고 외면하다가 이제 와서 마치 ‘언론자유의 신봉자’ ‘공영방송의 수호자’나 되는 것처럼 나서는 것은 자기부정이고 일관성도 없는 것 아닌가.
정치권력이 방송을 장악하려 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전정권과 같은 시도를 하면 당연히 조선일보와 정진석 의원의 주장처럼 비판해야 한다. 그러나 전정권의 부당한 방송개입과 방송장악으로 인한 폐단이 계속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데 정치권력이 나서지 말라는 것은 옳지 않다. 파면당한 정치권력의 잘못을 새로 집권한 정치권력이 바로 잡는 역할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집권당 시절 만든 적폐로 인해 국민이 고통받고 방송인들이 좌절하고 있다면 정 의원은 사과부터 하는 것이 맞다. 전정권 나팔수 역할을 하던 조선일보가 이제 와서 언론자유를 걱정하는 사설을 낸다는 것은 어색하다. 반성없는 언론이나 자책없는 정치인이 국민의 대표 역할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혼란은 정리돼야 한다. 리더십을 잃은 공영방송사 사장은 혼란의 중심이다. 정치권력이 만든 적폐는 부득이 정치권력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결자해지(結者解之)가 아닐까. 방송인들에게 마이크를 돌려주고 정치권력은 제발 본업이나 제대로 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