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이 ‘세월호 7시간’ 관련 대통령 비서실장과 경호실장, 국가안보실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 취소소송 항소심 변론과정에서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당일을 포함한 상당 기간 정보목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은 정보목록을 작성하게 돼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정보목록을 작성하고도 국가안전보장 등을 이유로 일부를 비공개한 것이 아니라 정보목록 자체를 작성하지 않았다면 심각한 법률위반이고 직무유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디어오늘이 녹색당을 통해 입수한 청와대 준비서면을 보면 “2013년 3월1일부터 2014년 7월31일까지 정보공개법 제8조에 의해 작성하도록 돼 있는 정보목록은 당시 대통령경호실에서는 정보공개법 제8조에 의한 정보목록을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정보목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녹색당 측은 국가정보원도 작성하는 정보목록을 청와대가 작성 안 할 수가 없고 1심 재판부도 당연히 정보목록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정보공개를 하라는 판결을 내렸는데 정보목록이 없다고 하는 것은 청와대가 법원조차 기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 지난 2014년 4월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 지난 2014년 4월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방문한 박근혜씨. 사진=청와대 유튜브 영상 갈무리

앞서 지난해 3월2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호제훈)는 하승수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박근혜) 행적 관련 정보 등에 대한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대통령 구두·서면보고 자료’는 “공개될 경우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비공개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지만,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정보목록’ 등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1심 판결에 따르면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생산 또는 접수한 문서 목록’과 ‘청와대가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해외여비 등의 예산 집행내역’도 공개해야 한다. 청와대 측은 1심에서도 ‘정보목록이 없다’는 주장을 전혀 하지 않았다. 따라서 녹색당 측은 정보목록이 존재한다는 전제하에서 소송을 진행했다.

하승수 전 위원장(변호사)은 13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릴 이 사건 항소심 변론기일에 청와대 측에 △대통령경호실이 정보목록을 작성하지 않은 구체적인 경위 △대통령기록관으로 모두 이관됐다는 정보목록 존재 여부 확인 경위 △대통령경호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를 등재한 별도의 목록이나 대장 등이 존재하는지를 물을 계획이다.

하 전 위원장은 “대통령경호실이 정보목록을 작성하지 않은 것은 법률 위반일 뿐만 아니라 목록을 작성하지 않음으로써 관련 기록을 은폐하기 쉽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도 볼 수 있어 심각한 문제”라며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정기록물 지정 권한을 남용해 지정기록물을 지정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 전 위원장은 청와대가 국가기록원 산하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정보들에 대해 대통령기록관에 사실조회 신청을 해 기록물의 이관 여부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의한 지정기록물 지정 여부(15년에서 30년까지의 보호기간을 지정했는지 여부)도 확인할 예정이다. 아울러 황 전 대행의 지정기록물 지정행위가 위헌임을 확인하는 헌법소원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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