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제재·압박만으로 북핵 문제 못 푼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하다며 “연내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억류돼 있다 미국으로 송환된 지 엿새 만에 숨진 오토 웜비어와 관련해선 북한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CBS방송의 ‘디스 모닝’ 인터뷰에서 북한과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서 해왔던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정부의 실패에 대해서 비판하고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도 그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연내에 그런 대화(남북 정상회담)가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는 “앞으로 5년 동안 임기를 함께할 관계”라며 “북핵 폐기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 안정·평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과 제가 임기 동안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보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대통령 “북 잔혹행위 규탄… 죽음 책임져야”_종합 05면_20170621.jpg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과 관련해선 “(북한이 웜비어를 죽였는지) 그 사실까지 알 수는 없지만, 웜비어가 사망에 이르게 된 아주 중대한 책임이 북한당국에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잔혹한 처사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아직도 북한에는 미국 국민들과 한국 국민 여러 명이 억류 중에 있다. 그들의 조속한 석방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 17개월 동안 억류됐던 웜비어는 지난 13일(현지시각) 혼수상태로 송환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회복되지 못하고 19일 오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웜비어 사망 직전인 지난 19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도 함께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도 “무엇보다 북이 웜비어의 상태가 나빠진 즉시 가족에게 상태를 알리고 최선의 치료를 받게 할 인도적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의문이다”며 “북이 인류의 보편적 규범과 가치인 인권을 중시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개탄스럽다”고 북한 당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웜비어 사망 소식이 알려진 직후인 이날 오전 웜비어의 가족에게 조전을 보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웜비어 사망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가족과 친지들에게 심심한 조의와 위로의 말씀을 전했다”고 말했다.

웜비어 사망에 분노한 미국, 사인은 추측만

웜비어의 사망으로 미국의 대북 비난 여론은 들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야만성(Brutality)’을 비난한 데 이어 의회와 주요 언론도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건장했던 미국 청년이 김정은 정권에 의해 살해당했다는 미국 내 여론이 고조되면서 북미관계가 최악으로 빠져들 조짐”이라며 “대북 정책에서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된 상황에서 ‘웜비어 사망’이라는 돌발 악재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달 말 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내놓은 성명에서 “북한에 의한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미국은 다시 한번 북한 정권의 야만성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오토의 불행한 운명은 무고한 사람들을 상대로 법규범과 기본적 인간의 품위를 존중하지 않는 정권들에 의해 저질러진 이런 비극을 예방하려는 우리 정부의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北의 ‘신체적 폭력’ 과연 없었나… 추측만 무성_종합 02면_20170621.jpg
한국일보에 따르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별도 성명에서 “북한은 불법구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의회에서는 살인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난이 잇따랐고, CNN은 웜비어 사망 소식을 전하며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해 어떤 조치를 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보복 차원의 조치도 예상된다. 군사적 대응은 불가능한 만큼 북한 핵ㆍ미사일 포기를 유도하기 위해 김정은 정권을 압박하려던 방안들의 강도를 높이거나 시행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달 중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 지난달 미 의회가 ‘대북 차단 및 제재 현대화법’을 통과시키면서 국무부에 재지정을 촉구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당국의 가혹행위가 확인된다면 미국의 대응 수위는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미국 의료진도 웜비어에게 외상 징후나 골절은 없었다고 밝혀 정확한 사인 규명이 될지는 미지수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가혹행위 관련 정보를 확보한 상태고, 추가 조사에서 가혹행위가 사실로 확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일보는 20일자 사설에서도 “우선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북한의 주장대로 웜비어가 정치 선전물을 훔치려 했던 게 사실인지, 그렇더라도 15년 형의 중형을 내린 게 적절했는지 등을 샅샅이 밝혀야 한다”고 “그가 왜 혼수 상태에 빠졌는지, 이런 상태를 왜 1년 넘게 숨겼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인도적 조치를 했는지 등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홍준표에 공세 이어가는 중앙일보

한편 지난 18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냥한 발언을 한 후 홍 전 지사와 중앙일보의 신경전은 계속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20일 사설과 한 면을 할애해 홍 전 지사 관련 비판적 기사를 쏟아낸 데 이어 21일에도 ‘성완종 리스트’로 불거진 홍 전 지사의 불법 정치자금 1억 원 수수 의혹을 정치면 톱기사로 다뤘다.

중앙일보는 지난 19일 “검찰은 즉각 (홍 전 지사 측의) 대여금고를 수사하고, 대법원은 빨리 (판결을) 결정하라”고 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을 전하며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에 나선 홍 전 지사의 과거 경선 자금 의혹이 재점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여의도가 아니다. 근본이 안 된 사람이 ‘근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고 하니 자기 성찰할 곳이 필요하다”고 한 민 의원의 주장을 소개하며 그가 지난달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해서라도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다고 한다면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여러 가지 정황과 전언들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한 발언도 재언급했다.

[중앙일보] 민병두 “홍준표 기 탁금 1억2000만원 나온 대여금고 수사를”_정치 08면_20170621.jpg
민 의원은 “검찰이 지금까지 대여금고를 조사하지 않은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W은행의 대여금고도 조사해야 한다”며 “대여금고는 은행에 출입 기록이 남기 때문에 홍 전 지사 부인의 금고 출입 시기를 조사한다면 사실 여부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는 성완종 리스트 연루 의혹이 나왔던 지난 2015년 5월 “1995년부터 10여 년간 변호사 활동을 하며 번 돈 일부를 집사람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저 몰래 현금으로 모았고, 2008년 여당 원내대표를 할 때 국회대책비(특수활동비)로 4000만~5000만원씩 나오는데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생활비로 주곤 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만들어진 ‘비자금’은 3억 원으로 W은행에 대여금고를 빌려 보관했다는 것.

중앙일보는 “홍 전 지사는 2009년 4월1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이 불법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거론하며 ‘가장인 아버지에게 포괄적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며 “민 의원의 주장에 대해 홍 후보 측에서는 ‘답할 가치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는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쥔 분의 잘못된 처신에 대해 지적했더니 그 분을 모시고 있는 분들이 집단적으로 나서서 저를 공격하고 있다”며 자신에 대해 법적대응 방침을 밝힌 중앙일보 측을 비판했다.

검찰, ‘DJ 사자명예훼손 혐의’ 정규재 소환

방송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2년 서해 연평해전 당시 교전 상황에서 축구경기를 관람했다고 주장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고문이 검찰에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김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 정 고문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고 20일 밝혔다.

정 고문은 지난 1월8일 KBS ‘생방송 일요토론’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이 연평해전 당시 일본에 축구를 보러 갔지만 탄핵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김홍걸 위원장은 지난 2월 “돌아가신 아버지가 2002년 연평해전 당시 보고를 받고서도 월드컵 축구 관람을 했다는 것은 근거 없는 내용”이라며 정 고문을 형사고발했다.

경향신문은 “연평해전이 벌어진 2002년 6월29일 김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열린 월드컵 3~4위전을 관람하려다 교전 발생 보고를 듣고 이를 취소했는데 정 고문이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라며 “향후 검찰은 사실관계와 법리검토를 마친 뒤 정 고문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과거사건 숙제 중… 정기인사 후 색깔낼 듯_사회 14면_20170621.jpg
국민일보에 따르면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서울중앙지검은 국정농단 수사 등 영향으로 밀렸던 과거 사건 정리에 집중하고 있다.

형사1부는 청와대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이른바 보수단체 관제데모를 지원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배후로 지목된 허현준 전 청와대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 등에 대한 조사는 이미 지난 4월 진행돼 검찰의 최종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해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도 전날 6개월여 만에 불구속 기소했다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1년7개월째 붙들고 있는 고 백남기씨 사망 사건 책임자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는 “검찰은 물대포 사고 당일 사실관계 파악은 어느 정도 마무리한 상황”이라며 “다만 최근 서울대병원이 백씨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바꾸면서 검찰 수사 기류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적용 법조항과 처벌 대상자 선별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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