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드라마본부를 자회사로 분사하는 방안이 담긴 내부문건이 공개돼 논란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본부장 윤창현)는 20일 노보를 통해 “사측은 전략기획팀, 경영기획팀, 김영섭 드라마 본부장 등이 중심이 돼 드라마본부 분사 추진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최근 관련 사실이 드러나면서 드라마본부 조합원들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전략기획팀의 ‘드라마 스튜디오 모델 전략’ 문서를 공개했다.

▲ 전략기획팀의 드라마 스튜디오 모델 전략 문서.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 전략기획팀의 드라마 스튜디오 모델 전략 문서.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해당 문건에 따르면 SBS는 플랫폼 다양화, 경쟁사와 외주사의 성장 등 판권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스튜디오 형태의 드라마 자회사를 논의했다. SBS본부는 “CJ의 드래곤 스튜디오 같은 제작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BS본부는 드라마본부 분사 추진으로 실제 콘텐츠는 SBS 또는 제작기능을 맡은 자회사에서 만들지만 수익은 SBS플러스나 콘텐츠허브 등 다른 자회사에서 가져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SBS본부는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은 지난주 드라마본부 PD들과 간담회에서 스튜디오 설립 시 SBS의 100% 자회사가 돼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향후 SBS플러스나 콘텐츠허브에 쌓여있는 유보금을 투자 유치하고 지분을 넘겨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며 “이는 결국 SBS의 수익유출로 막대한 자본이익을 쌓아놓은 플러스와 허브가 이를 종자돈 삼아 영속적으로 SBS의 핵심 콘텐츠 제작 기능에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한 사측은 자회사를 중심으로 판권을 확보해 SBS와도 협상을 벌일 것을 밝혔는데 이는 노조의 입장과도 배치된다. 노조는 SBS의 직접 판권 확보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즉 SBS를 중심으로 플랫폼 다변화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데 사측이 제작기능을 가진 SBS가 아닌 SBS 자회사 등을 통해 ‘주변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하고 있다.

드라마본부 소속 조합원들의 임금 등 노동조건 하락 가능성도 노조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SBS본부는 “드라마 분사를 전제로 전적하는 본부 조합원들에게는 5년 간 신분보장을 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분사과정에서 제기되는 임금하락과 노동조건 악화에 대한 구성원들의 우려를 우선 달래고 5년 이후에는 성과 차등에 기반한 연봉제를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SBS본부는 “사측이 올해 성과연동 보상체계 확대와 7년차 이상 PD들을 대상으로 연봉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경영계획을 세운 상태”를 우려의 근거로 제시한 뒤 “현재 제작 부문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속적인 인력 유출이 호봉제 급여 체계 때문이라는 인식에 근거하고 있는데 더 많은 연봉이 인력 유출을 방지한다는 어떠한 근거도 없다”도 주장했다.

▲ 경영본부의 2017 경영계획 전략과제 중 일부.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 경영본부의 2017 경영계획 전략과제 중 일부. 자료=언론노조 SBS본부

해당 아이디어를 발제한 김영섭 드라마본부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상파 드라마 시장이 어려우니 플랫폼 다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생존전략 브레인스토밍 단계의 논의였다”며 “드라마가 저예산-저수익 구조에 빠지면 한류도 불가능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게 필요해 내부PD들과 논의를 시작했을 뿐 결정된 건 없다”고 말했다. 이어 “7월부터 PD들도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구성원들 의견을 반영하면서 여러 방안을 고민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콘텐츠허브 등의 지분투자에 대한 우려에 대해 김 본부장은 “공정거래법상 계열사간 교차소유는 금지돼있다”며 “이를 통해 대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건 법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드라마시장에 대한 위기의식과 관련해 다양한 아이디어 중 하나였는데 노조에서 과한 우려를 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본부장은 “PD들도 (드라마가) 위기라는 인식이 있고, 이 부분에 대해 ‘왜 더 일찍 우리와 얘기하지 않았냐’는 의견도 있어서 제가 아이디어를 먼저 발제했고 논의를 시작한 것”이라며 “노조에서도 구체적인 사실을 지적했다기 보다 우려를 표한 것인데 우리 쪽 의견도 (노보를 내기 전에)먼저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노조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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