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부를 중간 평가하는 성적표가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하반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차기 대선과도 맞물려 교두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여당은 사활을 걸어야 한다.

현재 박원순 시장은 3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그의 출마 결정은 서울시장 선거의 최대변수다. 현직 프리미엄이 있고 서울시정 평가가 나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서울시장에 3번째로 도전하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박 시장은 차기 대선 도전 프로젝트를 위해 중앙정치에서 몸을 만드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면 3선 도전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시장이 3선 도전을 포기하면 여야는 상대 측 후보군에 걸맞는 대항마 찾기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요동을 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경선에 출마한 지자체 단체장들은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체장으로서 능력을 검증받는 것은 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서울시장 선거 여권 후보 중에선 이재명 성남시장이 단연 눈에 띈다. 대선 경선에서 깜짝 돌풍을 일으킨 이재명 시장은 강한 선명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서울시장 후보로 자연스럽게 물망에 오르고 있는데 이 시장 역시 여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서울시장직 도전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이 시장은 2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치는 배고 민심은 강물이다”며 “역시 제가 (할 일을)정하는 게 아니라 세상이 정하는 거다 이런 생각이 좀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서울시장 잠재적 후보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시장이 후보군에 있을 때 2등, 박 시장이 없을 때 1등을 차지한 결과를 언급했다. 서울시장 출마에 대한 여론이 높다면 경쟁력 있는 자신이 나설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으로 보인다.

▲ 2015년 12월2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15년 12월20일 박원순 서울시장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 이재명 성남시장이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복지후퇴 저지’ 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시장은 하지만 4기 민주정부의 성공을 위해 유용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면 경기도 같은 경우는 탈환해야 되는 중요한 지점이지 않느냐”고 말해 경기지사직 도전 가능성도 열어놨다.

국민의당도 서울시장직은 호남 지역 정당 이미지를 벗으면서 반격에 나설 수 있는 기회다. 대선 이후 숨고르기에 들어간 안철수 전 의원이 복귀해 지방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서울시장직에 직접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나온다.

대선 결과 호남에서 민주당에 완패한 것으로 나오면서 안철수의 스피커가 작아질 수밖에 없고, 원내 의원직이 없기 때문에 존재감이 사라지면서 정계를 은퇴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지만 국민의당 내부에선 현실성 없는 전망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안철수 전 의원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은 오는 12월 정도 구체적인 지방선거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다.

서울시장직엔 상징성이 크고 지명도가 높은 안철수 후보가, 전남지사직으로는 주승용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벌써부터 지방선거 후보군으로 안철수 후보가 언급되는 것에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어찌됐든 선거 패배의 당사자이고,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운영을 견제하기 바쁜 상황인데 오히려 하마평으로 오르내리는 것이 힘을 빼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와 관련해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지방선거에 도와줄 필요성이 있다고 하면 안 전 대표가 우리 국민의당 후보자들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활동을 하겠다고 했지만 서울시장이나 부산시장을 출마하겠다하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최근에도 안 전 대표의 측근이라고 할 사람도 제게 와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고 또 저도 만약에 안 전 대표가 그러한 생각이 있으면 저하고도 한번 상의를 할 건데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잘라말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마치며 박지원(왼쪽), 손학규 공동중앙선대위원장과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5월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마치며 박지원(왼쪽), 손학규 공동중앙선대위원장과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시장직과 함께 경기도지사직도 수도권의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바른정당 소속 남경필 지사가 버티고 있는 경기도지사직은 남 지사가 재선에 도전하면 남경필 대 여야 후보군 구도로 치러질 전망이다.

남 지사는 취임 3주년 언론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각 정당들의 차기 대선주자 양성을 위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정당들이 대선 후보를 키우는 과정으로 단체장 공천을 줄 것이며 앞으로는 지방에서 행정과 경험을 쌓은 사람이 대선에서 경쟁력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자신 역시 잠재적 대선 주자가 되기 위해 경기도지사직 재선에 도전하고 행정력을 검증받겠다는 뜻이 된다.

경기도지사직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해 지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남 지사가 속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지방선거 전까지도 크게 반등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당과 연대해 후보를 내고 시너지 효과를 내 당선시킨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남 지사는 “지금 경기도의회에서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연대한 국민바른연합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다”며 “경기도의회의 이런 과정을 통해 정책 연대 이후에 선거연대까지 문이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그런 가능성을 보고 도정운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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