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따라 정치권으로 가는 언론인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폴리널리스트’ 논란이다. 하지만 정치권으로 간 언론인을 모두 싸잡아 폴리널리스트라고 칭하기는 어렵다는 비판도 나온다. 여러 가지 맥락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1. 직행이냐, 쉬다가느냐

먼저 공백기 유무다. 공백기 없이 정치권으로 ‘직행’한 대표적인 사례는 민경욱 자유한국당 의원이다. 민 의원은 지난 2014년 2월5일 청와대 대변인으로 인선됐다. 당시 KBS 문화부장이었던 민 의원은 전날 KBS 뉴스9 ‘데스크 분석’ 에 출연해 리포트를 한 것은 물론이고 인선 당일 오전 KBS 보도본부 편집회의에도 참석해 논란이 됐다. 

새 정부 대변인 내정설이 돌았던 김의겸 한겨레 선임기자도 공백 기간이 문제가 됐다. 지난 5월11일 청와대가 김 기자를 청와대 대변인에 내정했다는 소식이 돌자 한겨레는 발칵 뒤집어졌다. 당일까지도 김 기자는 칼럼을 썼고 내정설이 돌자 한겨레는 칼럼을 비공개로 돌렸다. 결국 김 기자는 후배들의 만류로 청와대행을 고사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최우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의 경우 2개월 남짓의 공백 기간을 거쳤다. 최 비서관은 지난 3월 중순 즈음 인사문제 등 내부갈등을 이유로 경향신문에 사표를 냈고 3월30일 사표가 수리됐다. 그리고 5월24일 청와대 비서관으로 선임됐다. 때문에 경향신문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한대광 경향신문 노동조합 위원장은 “젊은 기자들 사이에서 ‘이렇게 (정치권으로) 가도 되나. 자존심 상한다’는 말이 나오긴 했지만 또 한쪽에서는 생계형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의견이 달랐기 때문에 공식적인 반발은 없었다. 폴리널리스트라고 세게 말하기엔 조금 애매했다”고 말했다. 

최 비서관은 지난 달 29일 통화에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퇴직을 했고 직업을 구하는 과정에서 손도 닿고 뜻도 맞아서 오게 된 것”이라며 “2개월의 공백기가 짧다면 6개월은 괜찮은 것인지. 만약 6개월이 괜찮다면 그 동안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53조는 “공직자, 공무원 등이 후보로 나설 경우 선거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관련 시행령에서는 현직 기자, 방송인 등 언론인 역시 출마를 위해서는 90일 전까지 사표를 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출마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2. 언론사 간부였다면 더 문제

정치권으로 이동한 언론인이 해당 언론사에서 어떤 직위에 있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간부급일수록 회사에 기여한 것도 많지만 소속 언론인으로서 받은 혜택이나 명성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논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치권에서 언론인 출신을 원하는 건 그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하며 쌓은 네트워크나 사회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직급이 높아질수록 인적 네트워크나 사회자본도 커진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 의원은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로 지난 대선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검찰총장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통일이 미래다’ 시리즈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 기조와 유사해 도마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종합일간지 중견기자는 “회사에서 좋은 자리는 다 거친 다음, 회사와 후배들 이름에 먹칠하고 개인의 영달만을 위해 나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편집국장 등 직급이 높은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가는 경우, 평기자들의 정치권행보다 ‘권언유착’ 이라는 인상을 주기도 쉽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014년 2월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2014년 2월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3.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간극

정치권에서 전 언론인들의 직책은 다 다르다. 강효상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국회의원으로, 민경욱 전 KBS 문화부장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갔다.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연차가 낮은 기자들이 국회나 청와대 실무진으로 가는 것은 어떻게 봐야할까. 

새 정부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 임명된 한정원 전 SBS 기자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행정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를 담당했으며 공백기 없이 언론사에서 청와대로 이동했다. 그럼에도 한 행정관을 강효상, 민경욱 의원과 나란히 놓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혁기 청와대 춘추관장은 논란 당시 미디어오늘에 “비서관급도 아니고 행정관, 즉 실무자일 뿐”이라며 “SBS 기자랑 비정규직 청와대 행정관을 비교해보라”고 말했다. 고위직이 아닌 만큼 청와대 행정관이 SBS 기자보다 더 낫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취지의 답이다. 

국회의원 보좌진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한 경제지 정치부 기자는 “기자가 보좌진으로 가는 경우는 폴리널리스트는 아니라고 본다”며 “길어도 4년 단위의 비정규직이며 그것도 국회의원이 자르면 끝이다. 너무나 불안정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들을 ‘주변부 폴리널리스트’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세은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국회의원 등 고위직으로의 진입장벽이 높아졌기 때문에 오히려 정치권에 진입하는 연령대나 직급이 낮아졌다”며 “이들은 비가시적이고 잠재적인 폴리널리스트”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아무리 낮은 직급이어도 ‘마크맨’을 하거나 ‘출입기자’였던 경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자는 심리적으로 거리두기가 필수인데, 아무리 낮은 직급이어도 보좌진으로 이동한다는 건 거리두기가 안 됐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며 “독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김도연 기자
4. 생계지향이냐 권력지향이냐 구분해야  

언론인들이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생계형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한국 언론이 처한 산업적 위기에서 언론인들의 노동강도는 여전히 높고 그에 비해 금전적 보상은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언론사의 정년이 짧다는 점 역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동료 기자의 국회 보좌진행에 대해 한 인터넷언론 정치부 기자는 “아쉽기는 했지만 언론계가 워낙 어렵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비판하는 분위기는 아예 없었다. 오히려 미안해했다”며 “최근에는 권력지향형이 아니라 생계지향형인 경우들이 많이 생기는데 어떻게 볼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한 전직 언론인은 “기자를 그만두고 2개월 정도 쉬다가 청와대 제안을 받고 실무진으로 가게 됐다”면서 “퇴사 이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선택했던 길이었고 다만 이후에 다시 언론계에 돌아가지 말자는 다짐은 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와 보좌진의 업무가 비슷하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그는 “특히 법을 만드는 건 기자들이 기사를 써서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언론사에서는 보좌진 출신을 기자로 채용하기도 한다. 이해가 빠르기 때문이다. 

당사자가 아니라면 판단할 수 없지만 애초에 정치권 입성 목표로 한다면 차라리 빨리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게 낫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정치부 기자는 “기자 타이틀을 달고 이념편향적이거나 특정인을 두둔하는 기사를 쓸 바에는 빨리 정치권으로 가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김세은 교수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에도 원론적으로는 언론인의 정치권 입성을 꾸준히 비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선의의 직업이동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비판을 멈추면 기자집단과 언론계 전체 신뢰에 대한 훼손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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