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가 지난 10일부터 국가정보원의 불법적인 정치·선거 개입 정황을 담은 문건을 보도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정원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SNS 여론 장악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수사 기관을 이용한 야권 표적수사를 종용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보고했다는 것이 보도 요지다.
MB 정부의 청와대가 이를 보고받은 것으로 나타나 국정원의 국내 정치·선거 개입이 정권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을 폭로했던 ‘세계일보 문건팀’의 조현일·박현준 기자가 김민순 기자와 함께 특별취재팀 소속으로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언론인들이 다시 의기투합한 것이다.
송민섭 한국기자협회 세계일보지회장은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들도 특별취재팀이 구성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어떤 내용을 다뤘는지는 기사를 보고야 알았다”며 “2014년 11월 보도 이후 세계일보가 지나치게 정권 눈치만 보고 있다는 여론이 컸고 기자들도 의기소침한 상태였다. 이번 보도로 폭발적인 분위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우리 보도의 방향이 맞다는 믿음은 있다”고 말했다.
송 지회장은 “기자들은 자신의 출입처에서 타 매체 기자들이나 취재원이 세계일보 보도를 물어올 때 아무래도 힘이 날 것”이라며 “적당한 시점에 의미 있는 보도가 시작돼 구성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세계일보 기자는 “이번 보도가 정윤회 문건 기사와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라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좋은 단독 기사가 나가고 있으니까 기자들이 응원하는 분위기”라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정윤회 문건 보도 이후 세계일보는 정권으로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문건팀 기자들은 먼지털이식 검찰 수사를 겪어야 했고, 회사는 검찰의 압수수색 위협에 직면했다. 세계일보 사장과 회장이 교체돼 정권의 외압 의혹이 제기됐다. 세계일보에 대한 정권 차원의 대응이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일지에 적시돼 있어 정권의 언론 탄압이 계획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보기관의 사찰과 미행도 뒤따랐다. 조 기자는 지난 1월 박근혜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가족에 대한 테러나 위해가 있으면 견딜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내에게 아이들 등하굣길에 동행하도록 부탁했다”며 “수사기관에 계신 분들이 걱정을 해주셨다. 어떤 분이 선물해주신 칼을 갖고 다녔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문건 유출자로 지목받은 최경락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도 발생했다.현재 기자들과 회사는 편집국장과 디지털미디어국장 등 보도 책임자 인사에 구성원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절차 제도화 등을 두고 일주일에 한 차례 만나 의견 차이를 좁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