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모두 내 책임” 사과, 정계은퇴는 “고민”

국민의당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2일 문준용씨 의혹 제보 조작 사태가 불거진 후 16일 만에 사과했다. 그는 12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정계은퇴 여부 등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지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언론의 비판은 계속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이번 제보 조작 사건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처음에 소식을 들었을 때 나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며 “명예훼손을 넘어 공명선거에 오점을 남겼다. 제대로 된 검증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도 모두 내 한계고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정치·도의적 책임은 전적으로 후보였던 내게 있다”면서도 책임을 지는 방식에 대해선 “모든 짐은 내가 짊어지고 가겠다. 원점에서 정치인생을 돌아보며 자숙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고만 밝혔다. 정계은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당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정말 깊이 고민하겠다”고 즉답을 피하며 정계은퇴 의사가 없음을 내비쳤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그가 지금은 현역 국회의원도 당직을 맡은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아직 해외로 나갈지 얼마나 일선에서 사라져 있을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정치인 안철수와 관련된 일체의 행위를 당분간 하지 않겠다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한겨레] 안철수, 뒤늦은 사과…_내 책임_ 말했지만 알맹이 없었다_정치 04면_20170713.jpg
안 전 대표의 늑장 사과 이유에 대해 한겨레는 “안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 것은 자신이 영입한 인재 ‘1호’ 이준서 전 최고위원이 구속되면서 더 입장 발표를 미루긴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안 전 대표는 사과 시점을 또다시 ‘실기’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26일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준용 제보 조작 사건’을 공개한 직후부터 안 전 대표의 측근 그룹에선 ‘사실 관계가 어찌됐든 즉시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안 전 대표는 계속 침묵했다.

한겨레는 “국민의당 자체 진상조사단이 당원 이유미씨의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자,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입장 표명을 미룬 것”이라며 “하지만 이날 새벽 이 전 최고위원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구속되면서 ‘윗선’이 없다는 국민의당 주장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힌국일보는 “박주선 위원장은 국민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이번 사태는 앞서 구속된 이유미씨의 단독 범행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며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박지원 전 대표와 안 전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강하게 번지고 있는 가운데 당의지지 기반인 호남지역에서는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사설]안철수,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지가 안 보인다_사설_칼럼 23면_20170713.jpg
언론 “그래서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건가”

안 전 대표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공개 사과했지만 당내 혼란과 여론의 비난이 잦아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일보는 “안 전 대표의 사과는 때를 놓쳤다는 비판이 많다”며 “그는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아야 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의 대선 후보에다가 창업주인 그가 보름 이상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동안 국민의당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으며 만신창이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 수사를 손 놓고 지켜볼 게 아니라 당이 공개한 즉시 사과하고 부족하면 2차, 3차 사과라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라며 “지금처럼 억지로 등 떠밀리듯 나와 ‘제가 당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겠다’는 자세로는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에 실망한 국민의 마음을 되돌리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앞으로 어떻게 책임질지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겨레] 안철수 사과에도…국민의당 “특검” 목청_정치 04면_20170713.jpg
한편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국민의당은 다른 야당과 함께 문준용씨 채용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박주선 비대위원장도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검찰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치공작 지침에 의해 정치적 수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는 의혹의 본질을 밝히기 위해 특별검사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13일 ‘문준용 취업특혜 의혹 및 이유미 제보조작 사건 진상규명 특검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그러나 특검을 고수하는 국민의당 등 야당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도 곱지 않다. 경향신문은 “국민의당은 사건 발생 이후 여태껏 제대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되레 검찰 수사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 지침대로 됐다면서 ‘정치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빌미 삼아 국회 일정도 거부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사과와는 영 딴판”이라며 “뼈를 깎는 자기반성과 당 해체에 버금가는 환골탈태를 해도 시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정치적으로 상황을 모면할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의당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말이 없다”고 질타했다.

중앙일보도 “안 전 대표의 사과를 계기로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와 법적 판단은 검찰과 법원에 맡기고 정치는 이제 정치가 할 일을 할 차례”라며 “국민의당은 자숙하고 즉각 국회에 복귀해 국정과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늘자 9개 전국단위종합일간지 가운데 조선일보는 안철수 전 대표 사과 소식을 1면에 싣지 않았다. 

국정원 적폐청산TF로 ‘윤석열 수사팀’ 다시 주목

국가정보원 내부 적폐청산 작업에 검찰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이를 총괄할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윤 지검장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아 지휘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국정원 측의 협조 공문을 받은 검찰은 보유한 관련 수사기록 등의 검토에 착수했다. 아직 국정원으로부터 구체적인 자료 요구는 없었지만 각 부서별로 사건기록 등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료가 방대한 만큼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판단해 일찌감치 검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이와 관련해 윤석열 지검장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전하며 “주요 사건 수사를 맡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장인 윤 지검장이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의 수사팀장으로 외압을 폭로했다가 좌천된 바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수사 강행을 추진했던 윤 지검장이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어 수사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일보는 “최근 세계일보에 보도된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장악을 시도했다는 내용의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정치 사건 관련 언론 보도를 근거로 시민단체들이 검찰에 고발하는 경향에 비춰볼 때 곧 검찰이 이 사건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댓글사건 때 찍혀 나간 검사들, 이번엔 국정원에 되갚아줄까_사회 10면_20170713.jpg
경향신문도 국정원이 적폐청산태스크포스(TF)에서 댓글사건 등 과거 국정원 관련 13개 의혹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불이익을 받았다가 새 정부 들어 핵심 자리로 복귀한 검사들의 역할에 주목했다.

경향신문은 “만약 국정원 TF 조사 결과에 따라 검찰 수사가 필요하게 되면 윤 지검장이 4년 만에 국정원을 상대로 한 수사를 다시 지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에서 부팀장을 맡아 윤 지검장과 호흡을 맞췄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직무 성격상 국정원 관련 수사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직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감찰은 가능하다”고 관측했다.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원이었던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는 현재 국정원 TF에 파견근무 중이고 이복현 춘천지검 검사도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다.

연예인·재벌가 연루 학교폭력 조직적 은폐 사건

대기업 총수 손자와 배우 윤손하씨 아들 등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가 벌어진 숭의초등학교가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월20일 경기 가평에서 진행된 숭의초 수련회에서 3학년 학생들 간 폭력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 학생 부모는 기존에 지목된 가해 학생 3명 외에 “1 명이 더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을 담요로 덮어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로 때리고 물비누를 마시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피해학생 뺀 모두가 공범이었다_사회 11면_20170713.jpg
하지만 숭의초는 지난달 1일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추가로 지목된 이 가해 학생을 제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생이 국내 굴지 대기업 총수의 손자 P군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같은 내용의 숭의초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교장과 교감, 생활지도부장 등 3명은 해임, 담임교사에겐 정직 등 중징계 처분을 숭의학원 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또 진술서 유출 등의 혐의로 이들 4명을 전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한국일보는 “의도적으로 가해 학생을 심의 대상에서 누락하고, 회의록 내용을 가해 학생 부모에 유출하는가 하면 결정적 증거가 될 진술서 일부는 분실됐다”며 “심지어 피해 학생 부모에게 전학을 유도하기도 했다. 전방위 은폐가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건해결에 결정적인 단서가 될 진술서 일부도 사라진 것으로 밝혀졌다. 담임교사는 사건 발생 나흘 만인 4월24일 목격학생 등 9명에게 총 18장의 최초 진술서를 받았는데 이 중 6장이 분실됐다. 6장 중 4장은 사건 해결에 중요한 단서가 될 만한 목격자 진술서이고 나머지 2장은 가해학생이 작성한 것이다.

한국일보는 “담임교사는 생활지도부장에게 애초 18장 모두 제출했다고 주장한 반면 생활지도부장은 처음부터 6장이 없는 상태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생활지도부장은 특히 P군 부모가 학폭위 회의록과 P군이 쓴 진술서 등을 요구하자 이를 촬영해 이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전송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편 숭의초는 이날 반박 입장을 내고 “서울시교육청이 일방적 피해 주장만을 앞세워 학교가 재벌가 학생을 비호했다는 의혹만 나열했다”며 “학폭위 개최 이틀 전에야 P군이 가해 학생으로 신고돼 심의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었고 진술서 분실에 대한 관리 소홀은 인정하나 고의로 은폐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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