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을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해당 논문을 보면 제헌국회부터 20대까지 국회의원 가운데 언론인 출신은 모두 377명이며 단일 언론사 중에는 동아일보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갈수록 줄어

김세은 강원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최근 한국언론학보에 발표한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논문을 보면 현재까지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은 총 377명이며 제헌국회 20.5%를 시작으로 2,3,4대에서 15%미만으로 감소했다가 5대에서 16.2%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건국 초기에는 독립운동과 정치적, 사회적 계몽운동의 일환으로 언론이 활용되면서 언론인의 역할이 정치와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았다”며 “따라서 언론인의 정치권 유입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다”고 해석했다.

이후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 비율은 13대 국회를 제외하고 9대부터 16대까지 15%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14,15,16대 국회에서는 20% 내외를 넘나들며 ‘전성기’를 보였다. 그러다 17대부터 급격히 감소해 19대에 처음으로 한 자리대인 8.7%로 떨어졌고 20대에도 8.7%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추세를 “언론인의 정치적 열망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 진입장벽이 높아졌다”고 해석했다. 실제 20대 총선만 해도 42명의 ‘새로운’ 언론인들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당선된 이는 8명에 불과했다. 즉 ‘성공한 폴리널리스트’가 적다는 이야기다.

▲ 사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 사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2. 일본소재대학에서 서울대로

연구에 따르면 학력이 확인된 359명 가운데 99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 그 다음이 일본 소재대학이 54명, 고려대 41명, 연세대 18명 순이었다. 이 외에도 경희대(9명), 성균관대와 한국외대, 이화여대(8명), 중앙대(7명) 등이 있다.

연구에 따르면 일본소재대학 출신은 제헌국회 17명을 시작으로 5대까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지만 6대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줄었다. 8대를 전후해서는 서울대 출신이 그 자리를 채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 사회의 엘리트축이 이동하는 양상을 그대로 재현한다.

2000년대 이후에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 4대 학교 출신 비중이 증가했다. 19대와 20대 국회에서 이들 학교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80%에 이르는데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언론인의 정계 진출에 대학이라는 연고자본이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 사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 사진= “한국 ‘폴리널리스트’의 특성과 변화”

3. 출신언론사는 동아일보가 1등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정치권에 진출하기 직전 근무하던 언론사의 분포는 기타 신문이 60명(15.9%), 지방신문이 59명(15.6%)로 많았다. 중앙일간지에서는 동아일보가 47명, 조선일보가 29명, 경향신문 20명, 중앙일보 17명, 한국일보 15명, 서울신문 13명, 한겨레 6명 등이다.

방송사는 KBS와 MBC가 각각 20명으로 같았고 SBS는 7명이었다. 방송사 출신의 국회 진입은 노태우 정권부터 두드러졌다. KBS 출신은 15대부터 18대까지 5~6명을 유지하다가 이후 1명으로 감소한 반면 MBC는 16대부터 4명 이상으로 늘어나 20대에서는 9명이 국회에 진출했다.

직종별로 보면 논설위원 31명을 포함해 기자직군이 238명으로 63.3%를 차지했다. 이사나 사장, 발행인은 89명(23.7%)으로 나타났으며 아나운서는 7명, PD는 1명에 그쳤다. 김 교수는 “기자들을 중심으로 기사와 출입처를 매개로 하는 정계 진출 경로가 지속적인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국회로 진출할 당시 직급을 살펴보면 사장이나 이사 등이 115명(30.6%)로 가장 많았고 논설위원이 60명(16.0%), 국장이나 본부장이 49명(13.0%), 기자가 39명(10.4%), 부장이 27명(7.2%)이었다. 논설주간에서 옮기는 경우도 13명(3.4%)이었다.

▲ 이미지=안혜나 기자
▲ 이미지=안혜나 기자

4. 절반이 보수 여당계열, 진보 야당 계열은 31%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들의 절반 가까이 되는 185명(49.1%)이 보수 여당 계열 소속이고 진보 야당 계열은 119명(31.6%), 무소속은 47명(12.5%)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박정희 집권 이후, 특히 9대 유신 체제부터 민주화 이전까지 보수 여당 계열이 많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권력이 1960년대 이후 많은 기자들을 강제 해직, 구속, 구금시키는 동시에 많은 기자들을 권력층으로 상승 이동시킨 것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박정희나 전두환, 김영삼 정권 등은 회유책으로 언론인들에게 정계 진출 기회를 제공하면서 효과적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진보 야당 계열 소속 언론인 출신 국회의원이 증가했고 노무현 정부 들어서는 처음으로 보수 여당보다 진보 야당 계열 의원이 많아졌다. 18대에서 진보 야당 계열이 상당수 감소했지만 19대와 20대에서는 보수 여당 계열 수가 대폭 줄면서 진보 야당 계열이 더 많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한국 언론이 정당과의 유착 또는 연대, 병행 관계를 가지고 양분된 정치판과 유사하게 나눠져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보수 언론사 출신이 보수 여당 계열로, 진보 언론 출신이 진보 여당 계열로 이동하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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