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쳤다가 ‘대기발령’을 받은 김민식 MBC 드라마 PD가 13일 오후 5시 인사위원회에 출석했다. 

예상보다 길었던 김 PD의 소명으로 이날 인사위는 정회로 끝이 났다. 속행되는 인사위 날짜는 추후 통보될 예정이다. 

인사위 전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 하겠다고 공언한 김 PD는 이날 서울 상암동 MBC 사옥 로비서부터 촬영을 저지당했다.

김 PD는 인사위에 들어가기 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김장겸 MBC 사장은 국민 재산인 공중파를 활용해 본인의 경영 행위를 대변하고 방송 정상화 움직임을 ‘언론 장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휴대 전화를 통해 입장을 국민들에게 얘기할 수는 없느냐”고 사측의 저지를 비판했다.

김 PD는 또 “공영방송 MBC 주인은 국민과 시청자”라며 “만약 제가 공영방송 사장 업무를 방해한 죄가 있다면 그것은 시청자 여러분에게 죄를 짓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소명해야 마땅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측 관계자는 끝내 방송을 저지했고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오늘 인사위는 김 PD에 대한 인사위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인사위”라며 “인사위에 회부돼 징계 받아야 할 사람은 공영방송을 망친 김 사장이다”라고 비판했다.

김 PD는 “힘들게 일하는 담당자와 현장에서 싸울 수는 없다”면서 “일단 페이스북 라이브를 끊고 위에 올라가 인사위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적어주신 의견들을 하나하나 읽어드릴 것이다. 페이스북 라이브 약속을 끝까지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MBC 기자, PD에 대한 사측의 노동 탄압과 보도 불공정성을 비판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을 읽겠다는 것이다. 

▲ 김민식 피디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개최된 인사위원회의 정회 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민식 피디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개최된 인사위원회의 정회 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 PD는 이날 기저귀까지 찬 채 ‘장기전’을 대비했다. A4 55쪽 분량의 진술서를 준비하는 등 이른바 ‘필리버스터’를 연상하게 하는 소명을 준비한 것. 사측의 조처가 왜 부당한지 사측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고 언론노조 MBC본부 페이스북 계정에 달린 응원의 댓글들을 모조리 읽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인사위는 오후 6시도 되지 않아 정회됐다. 김 PD 진술이 길어지면서 사측이 인사위를 중단했다. ‘해고 위기’까지 몰렸던 김 PD에 대한 인사위는 추후 다시 열릴 전망이다. 시민 관심과 호응으로 사실상 징계를 막은 격이라 향후 열릴 인사위에서도 시청자와 국민의 주목도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로비로 내려온 김 PD는 취재 기자들과 MBC 동료들 앞에서 “여기 오기 전 리허설을 해본 결과 55쪽의 소명서를 다 읽는 데 5시간이 걸린다”며 “드라마 PD가 가장 잘하는 게 밤을 새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PD는 MBC 동료들에 대해서는 “지난 5년 동안 여러분들이 임원실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소명에 담아 전하고 싶었다”며 “그런데 ‘밥 먹을 때가 됐으니 그만하고 가라’며 소명을 막고 질문을 막았다. 백종문 MBC 부사장이 인사부 직원과 상의한 뒤 정회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김 PD는 “MBC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며 “일단 해고는 미뤄진 것 같다. 정회니까 다음회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일일 시트콤 ‘뉴논스톱’, 미니시리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한 김 PD는 지난달 2일 MBC 사옥에서 김장겸 MBC 사장 퇴진 구호를 외쳤다가 ‘자택대기’ 발령을 받았다.

당시 MBC는 대기발령 사유에 대해 “사내에서 사장 퇴진의 고성을 수십 차례 외쳐 업무방해 및 직장질서 문란 행위를 했고, 소속 부서장의 경고에도 해당 행위를 지속한 사안에 대해 인사위 회부 요청이 있었다”며 “동일한 행동이 반복될 경우 방송에 심각한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일단 업무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업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김장겸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고 관련 영상 등이 SNS상에서 공유되면서 하나의 시민 운동처럼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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