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장악을 위한 MB정부의 사정기관 압박으로 2008년 해임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정 전 사장은 지난 13일 공개된 뉴스타파(검찰개혁 “반성없이 개혁없다” 편)에서 “배임 사건은 굉장한 트라우마로 남아있다”며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서초역에 내려 법정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검찰이 보인 무소불위 행태 사례로 2008년 정 전 사장 해임 건을 꼽았다. 2008년 8월 단행된 정 전 사장 해임에는 검찰은 물론 감사원, 국세청, KBS 이사회가 동원됐고 보수 성향을 띤 KBS 노동조합(현 KBS 제1노조)이 사내 퇴진 여론을 추동했다.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언론들은 정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MB 정부에 맞장구를 쳤고,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에 맞선 KBS 내 개혁 성향의 언론인들 투쟁은 경찰 병력에 의해 고꾸라졌다. 정 전 사장 강제 해임을 위해 경찰 병력이 서울 여의도 KBS 사옥을 침탈했던 것. 당시 이철성 영등포경찰서장은 박근혜 정부 때 경찰청장으로 영전했다.

▲ 방송 장악을 위한 MB정부의 사정기관 압박으로 2008년 해임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사진=뉴스타파
▲ 방송 장악을 위한 MB정부의 사정기관 압박으로 2008년 해임됐던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사진=뉴스타파
정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만에 KBS 사장에서 쫓겨났고 검찰에 체포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후 이어진 4년 간의 지난한 소송에서 검찰은 정 전 사장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정 전 사장은 배임죄 사건 재판과 해임 처분 취소 소송 1·2·3심 모두 승소했다.

뉴스타파는 보도를 통해 “(당시 MB정부의 검찰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세금 환급 소송을 포기해 KBS에 1000억 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를 정 전 사장에게 갖다 붙였지만 진짜 이유는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기 위한 정치권력의 공작”이라며 “검찰은 정치권력 욕망을 담는 그릇에 불과했다”고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터무니없는 검찰의 기소였지만 재판은 이겨야 했기 때문에 6000여쪽의 수사 기록을 살펴보고 준비해야 했다”며 “재판을 받으러 가는 길이 고통스러웠고 지금도 (법원이 위치한) 서초역을 지날 때마다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정 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멘토라고 알려진 최시중씨가 방송통신위원회 첫 위원장이 된 뒤 그의 첫 임무는 나를 해임하는 것”이라며 “당시 KBS 이사장을 불러다가 정연주 사표를 받아내라고 몇 차례 압박을 했다. ‘정연주씨 때문에, KBS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는 논리였다”고 말했다.

최시중 전 위원장은 지난달 22일 공개된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MBC 해직 PD)와의 인터뷰에서 ‘정 전 사장 해임을 위해 KBS 이사장을 압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었다”며 “누구를 내보내고 누구를 넣고 하는 일은 내가 신경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정 전 사장의 배임 혐의가 최종 무죄로 확정됐던 2012년 1월 국회에 출석해 “인간적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심리적 고통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축하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 2010년 3월 당시 김재철 MBC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 우원길 SBS 사장(왼쪽부터)이 방송사 CEO들과의 소통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0년 3월 당시 김재철 MBC 사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김인규 KBS 사장, 우원길 SBS 사장(왼쪽부터)이 방송사 CEO들과의 소통과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간담회에 참석해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전 사장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5월 중순 (KBS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가 이뤄졌고 거의 동시에 정치검찰이 배임죄 수사에 착수했다”며 “철저하게 짜인 각본에 의해 진행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명동성 전 지검장은 퇴직 후 대형 로펌 대표가 됐고 수사책임자였던 최교일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현재 한국당 국회의원이다.

정 전 사장은 “정치 검찰은 소극적으로 (권력에) 부응하지 않는다”며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일거리를 찾는다. 피동적 조력자가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찰을 ‘권력의 개’라고들 표현하는데 그것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자기 할 일을 찾아낸다”며 “정치권력 입맛에 맞는 걸 스스로 찾아내 적극적으로 충성을 바친다”고 비판했다.

정 전 사장은 “나는 일정한 기득권이 보장된 KBS 사장이었는데도 혹독하게 당했다”면서 “아무것도 없는, 가령 간첩으로 조작된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검찰로부터) 자기를 방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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