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정부가 생산했던 민정비서관실 문건을 300여건 발견했다. 해당 문건에서 박근혜 정부가 직접적으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지원 방안을 검토했으며,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을 통해 정부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14일 오후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민정수석실의 한 캐비넷에서 이전 정부의 민정비서관실에서 생산한 문건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내용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 6월24일까지 수석비서관 회의 자료로, 장관 후보자 등의 인사자료와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 자료, 지방선거 판세 전망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이번에 공개된 자료 중에는 박근혜 정부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지원방안을 적극 검토한 내역이 포함됐다. 

자필 메모로 된 내용 중에는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기회로 활용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 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 △삼성의 당면 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대응, 금산분리원칙 완화 지원 등이라는 대목이 담겼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청와대가 삼성을 챙겼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내용도 있다. 이번 청와대가 공개한 자료 중에는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기반 정비 △건전 보수권을 국정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간부 검토, 국실장 주요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문체부 차원의 인사에 사실상 개입하고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여론 형성에 힘썼다는 정황이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 ⓒ 연합뉴스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며 공개한 고(故)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문건. ⓒ 연합뉴스

이외에도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된 사회 현안을 일일이 검토한 흔적도 드러났다. 전경련과의 오찬 관련 내용과, 역사교과서 추진에 대해 교육부 외 ‘애국단체’를 중심으로 연합해 전사들을 조직해 반대 서명을 받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자필 메모로 보이는 자료도 발견됐다.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 대리기사 폭행 관련 내용도 언급됐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들 자료에 대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한 바 있다. 특검은 민정수석실의 자료에 대해 사실조회를 한 바 있지만 이 또한 거부했다. 청와대 측은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할 예정이라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관련 재판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대변인은 이번에 발견된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들 자료가 대통령 기록물인 것은 맞다”면서도 “자료들의 비밀 표기를 해놓지 않았기 때문에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 기록물인지 살펴봐야 했기 때문에 내용을 살펴봤고, 자필로 기록된 내용이나 사본은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므로 이번에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번에 문건이 다량으로 발견된 캐비닛은 현 정부에서는 사용하지 않았고 민정수석실 공간을 재배치하는 과정에서 캐비닛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것이다. 회의문건과 검토자료, 문건 전문과 복사본 등 종류만 총 300종에 육박한다. 이 중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생산한 문건도 일부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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