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쳤다는 이유로 ‘해고 위기’에 직면한 김민식 MBC PD에 대한 인사위가 오는 21일 오후 3시 재개된다.

지난 13일 열린 인사위에서 김 PD는 55쪽의 소명 자료를 준비하고 기저귀를 찬 채 ‘장기전’을 대비했다. MBC 언론인을 대표해 김장겸 MBC 사장 체제가 왜 부조리한지, 김 사장이 왜 사퇴해야 하는지 김민식표 ‘필리버스터’를 통해 맞장을 뜨겠다는 각오였다.

사측은 이날 오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인사위 정회를 선언했다. “밥 먹을 때가 됐으니 그만하라”며 김 PD의 소명과 질문을 막았다. “MBC에서 21년 동안 근무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는 김 PD의 소회는 MBC 언론인들이 방송 정상화에 얼마나 목말라 있는지 보여줬다.

오는 21일엔 사측도 단단히 무장하고 인사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인사위 현장에서 김 PD 소명을 봉쇄할 수도 있다. 일주일 사이에 징계 대상자의 소명을 보장한 사규를 개정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MBC의 한 기자는 “사측이 잔뜩 약이 올랐다”면서 “이후 인사위에서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중징계를 막은 배경으로 김 PD의 기지가 꼽히지만 그 역시 시민들의 호응과 관심,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김 PD는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민들이 마음을 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라며 “우리 노조(언론노조 MBC본부)도 호응에 발맞춰 마지막 싸움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민식 MBC 드라마 PD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개최된 인사위원회 정회 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민식 MBC 드라마 PD가 13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개최된 인사위원회 정회 후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김장겸은 물러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13일 김민식판 ‘필리버스터’가 화제였다. 일주일 뒤 다시 인사위가 열리는데?

“인사위를 금요일에 잡았더라. 임원들이 주말을 반납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의 주말 계획을 시원하게 망쳐드릴 생각이다.”

-읽는 데만 5시간 걸리는 55쪽의 소명서도 화제였다. 

“55쪽의 글을 쓸 때 나는 내가 MBC 구성원을 대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MBC 경영진들과 임원들이 우리 노조를 ‘나치’에 비유하거나 각종 전횡을 부릴 때 동료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동료들의 생각과 의견을 임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다. 막상 이야기를 다 못해 아쉽다.”

- 사측은 “밥 먹을 때가 됐으니 그만하라”는 식으로 소명을 막았는데?

“멘탈이 약한 분들이다. 징계 대상자의 소명조차 가만히 앉아서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MBC 기자, PD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명줄을 끊어놓고 있었다.”

- 시민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우리처럼 뭐라도 하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나도 지난 몇 년 간 무력감을 느껴왔다.”

▲ 김민식 MBC 드라마 PD를 지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다. 페이스북 복성경씨는 14일 오후 부산 MBC 앞에서 김장겸 사장 퇴진 샤우팅을 하겠다며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해 김 PD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 김민식 MBC 드라마 PD를 지지하기 위해 시민들의 움직임도 본격화할 것이다. 페이스북 복성경씨는 14일 오후 부산 MBC 앞에서 김장겸 사장 퇴진 샤우팅을 하겠다며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해 김 PD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캡처
- 추후에도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페이스북을 봤더니 부산에 사시는 한 분이 14일 오후 4시 부산 MBC 앞에서 김장겸 사장 퇴진을 위한 샤우팅을 하신다며 사람들을 모으시더라. 너무 좋았다. 그전까지는 시민들에게 싸워달라는 말도 못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저들도 볼 것이다. 최근 페이스북 라이브, 김어준의 파파이스 등을 통해 발언하면 많은 분들이 호응해주신다. 정말 많은 분들이 MBC를 기다리고 계셨다. 댓글 하나하나에 담긴 염원에 감사한다. 저희에게 마음 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조합도 마지막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결코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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