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샤넬은 잡지에서 광고를 빼겠다고 선언했다. 효율을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후 디지털 광고를 시작한 샤넬은 9월이 되자 네이버 등 검색포털에서 빠지겠다고 했다.”

왜일까? 지난 13일 오후 사단법인MCN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은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샤넬이 갖고 있는 브랜드가치가 네이버 패션뷰티판 구독자들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샤넬이 명품인데 여드름 압출하는 콘텐츠나 국내 브랜드들과 나란히 놓이면 브랜드가 희석된다고 본 것이다.

그는 조회수만 높으면 된다는 인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박성조 대표는 “조회수가 높게 나와도 광고주 입장에서는 시청자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로 전환이 되지 않는 점이 의문”이라며 “콘텐츠가 많이 노출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느 플랫폼에 노출되고 소비되는 게 유효한지를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샤넬은 네이버를 떠난 이후 잡지사인 보그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웹툰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독자는 줄었지만 오히려 효율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가 13일 오후 사단법인MCN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가 13일 오후 사단법인MCN협회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미디어커머스 역시 마찬가지다. 적지 않은 MCN사업자들이 기존 콘텐츠로는 수익성이 취약하니 ‘커머스’를 통해 돈을 벌고 있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에 뜨는 정수 샤워기, 남성 다운펌 제품, 향수 등의 기능을 흥미로운 방식으로 소개하는 영상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이와 관련 박성조 대표는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 하기 싫은 것도 해야하는 게 넥스트 미디어 사업자들의 고민”이라며 “그러나 콘텐츠는 사라지고 커머스만 남는 기현상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커머스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잭필드 3종세트처럼 기능을 알려주고 판매를 하는 인포머셜 콘텐츠가 많은데 (타깃에 대한 고민 없이) 이렇게 만든다고 다 팔리는 게 아니다. 중간에 커뮤니티 개념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tvN 예능 ‘윤식당’이 인기 있다고 해서 이 음식을 많이 파는 게 정답이 아니라 윤식당을 좋아하는 독자들을 찾아야 하고 이들을 위한 커뮤니티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는 플랫폼, 광고주(브랜드) 등 연계된 사업자들과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견해다. 이전처럼 콘텐츠를 만들면 광고가 붙는 식이 아니라 콘텐츠 제작자가 배급까지 감안해 제작을 하고 때로는 광고주, 플랫폼 등 다양한 위치의 연계 사업자들이 원하면 콘텐츠를 기획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의 발제.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방식이 밸류체인1.0이라면 현재 MCN사업자들은 2.0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여기에 콘텐츠 사업자가 배급을 고민하고 광고주, 플랫폼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인 3.0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의 발제.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방식이 밸류체인1.0이라면 현재 MCN사업자들은 2.0방식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박 대표는 여기에 콘텐츠 사업자가 배급을 고민하고 광고주, 플랫폼 등과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구조인 3.0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박 대표는 이 과정에서 ‘상업중심’이 아닌 ‘가치중심’ 콘텐츠 전략을 강조했다. 그는 “브랜드는 퍼포먼스를 요구하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콘텐츠와의 합의점을 마련해야 한다. 글랜스TV는 플랫폼, 디바이스, 브랜드(광고주) 등과 이런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글랜스TV는 광고주가 원하는 콘텐츠를 무작정 노출해 조회수를 올리는 게 아니라 장기간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가치를 공유하는 게 광고주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이날 모바일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는 명확한 요구 없이 바이럴만을 중시하는 광고주가 콘텐츠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비디오빌리지 소속 크리에이터 코리안브로스JK는 “광고주가 맥주 광고를 요청했을 때 맥주에 대한 노출을 원하는 건지 판매율을 높이기를 원하는건 지 설명이 없다”면서 “결국 크리에이터들은 모든 영상이 바이럴만 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 많은 콘텐츠들이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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