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자사 KBS보도 감시 활동을 한 노동조합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기존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지난 14일 정홍규 전 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공추위) 간사와 언론노조가 박준성 중앙노동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정 전 간사는 2015년 공추위 간사 신분으로 민중총궐기가 있던 11월14일 자사 보도에 대해 사회2부 취재 기자와 최재현 사회2부장(현 통합뉴스룸 정치외교부장) 등에게 취재 경위를 묻고 리포트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당시 KBS는 ‘뉴스9’ 리포트를 통해 “오늘(14일) 서울 시내 10여 개 대학에선 논술 고사가 치러졌다”며 “그런데 앞서 보신 대규모 집회로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학생까지 생기고 말았다”고 보도해 논란을 불렀다.

▲ 2015년 11월14일자 KBS 뉴스9. (화면=KBS)
▲ 2015년 11월14일자 KBS 뉴스9. (화면=KBS)
보도 과정에서 “주말에 비가 내리는데다”라는 내용이 들어가 교통마비 원인이 집회에서만 비롯된 게 아니라는 사실이 강조됐고 리포트 가운데 “도심 대규모 집회 때문에”라는 말도 빠지는 등 수정을 거친 것이었으나 보도 이후 안팎으로 ‘정부·여당 편향’, ‘사실·맥락 왜곡’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사측은 정 전 간사의 노조 활동에 대해 “부서장에게도 압력성 전화를 걸어 보도의 독립성과 중립성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면서 인사위원회를 소집하고 감봉6개월을 내렸다. 

특히 최재현 부장은 2015년 11월29일 KBS뉴스 옴부즈맨에 출연해 민중총궐기에서 문제가 됐던 경찰의 물대포 직사 살수와 관련해 “살수차를 쏘는 장면도 보면, 한쪽 버스가 뚫리니까 시위대하고 경찰이 섞이게 됐고 유혈사태까지 갈 수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살수차로 떼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경찰을 두둔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불렀다.

정 전 간사에 대한 징계 이후 KBS 내부에서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노사간 송사가 이어졌다.

언론노조 등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를 통해 △징계 사유가 없으므로 징계는 무효 △사측의 조처는 노조 활동에 대한 지배 개입으로 노동조합법이 금지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지노위와 다르게 중노위에선 ‘징계는 무효이나 징계 사유는 있다’는 취지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 2015년 11월29일 자사 보도 비평 프로그램인 ‘KBS뉴스 옴부즈맨’에 패널로 출연한 최재현 현 KBS 정치부장. (사진=KBS)
▲ 2015년 11월29일 자사 보도 비평 프로그램인 ‘KBS뉴스 옴부즈맨’에 패널로 출연한 최재현 현 KBS 정치부장. (사진=KBS)
이에 정 전 간사와 언론노조가 박준성 중노위원장를 상대로 행정법원에 중노위 판정의 취소를 구했고 이번 판결을 통해 중노위의 판정이 잘못됐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정수영 언론노조 KBS본부 공추위 간사는 17일 “고대영 KBS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신입사원 노조 설명회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새노조 집행부의 KBS 사무실 출입조차 통제하는 등 숱한 노조탄압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번 판결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공추위 간사에 대한 징계를 주도한 관련 간부들과 임원 모두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정상적인 노조의 공정방송 감시 활동을 징계한 것은 노조 탄압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사측의 처사를 다시 한 번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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