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보도국이 소통 창구로서 ‘뉴스발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뉴스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TV조선 기자 80명이 성명서를 발표한 지 나흘만이다.  
 
TV조선 보도본부장과 보도본부 부국장단, 기자협회 각 부서별 대표자 및 공채 기수별 간사단은 지난 17일 오후 2시 보도본부장실에서 면담을 가진 다음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주용중 보도본부장은 기자들과 정기적인 소통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보도본부장 이하 보도본부 구성원들은 TV조선 뉴스 발전을 위한 비전을 공유하고 사실을 보고 진실을 말하는 언론으로서의 본령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나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지난 14일 기자 80명은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들이 TV조선에 묻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전원책 메인뉴스 앵커의 오프닝, 클로징 멘트를 문제 삼았다. 전 앵커의 발언이 TV조선 보도본부 전체를 비하하고 모욕하는 발언이라는 주장이다.  
 
▲ TV조선 7월13일 메인뉴스 오프닝멘트 방송화면
▲ TV조선 7월13일 메인뉴스 오프닝멘트 방송화면
전 앵커는 13일 오프닝 멘트에서 “사회부 기자들에게 취재 좀 잘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아직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고, 같은 날 클로징 멘트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우표 발행 취소를 두고 “송구스럽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했다.  
 
TV조선 기자들은 “우리는 지난해 어렵게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다. 이와 더불어 개편을 하면서 달라지리라 희망했다”며 “편향되며 공정하지 않은 이 정체성을 지키고자 언론인으로서 지켜야할 자존심은 물론 재승인 탈락이라는 ‘생존권’ 까지 위협받아야 하는지 답해달라”고 주장했다.  
 
TV조선 기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성명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보도와 관련해 일부에서 ‘성명을 내자’ 등의 이야기가 있었지만 전체 메일을 보낸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한 기자는 “전체 메일이라는 방법을 택한 이상 외부 유출 위험성은 이미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기자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먼저 전 앵커에 관한 것. A기자는 “전원책 앵커는 너무나 ‘반전카드’였다”며 “사주의 고유 권한을 인정한다고 해도 내부 구성원들과 논의가 전혀 없어 기자들은 일방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A 기자는 “앵커 영입 이후에도 ‘왜 전원책인가’에 대한 충분한 소명과 해설이 없었다”며 “불만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앵커 멘트가 불을 붙였다. 특히 박정희 우표와 관련한 멘트는 TV조선이 이미지 변화를 위해 노력했던 것을 한방에 무너뜨릴만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자들의 역량이 충분히 발휘되고 있지 못한 점도 불만의 이유로 꼽힌다. B 기자는 “지난해 사회부에서 국정농단을 취재했던 기자들이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지만, 덕분에 기자들의 사기가 높아졌다”며 “기자들이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기자들은 성명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박근혜 국정농단’을 최초 보도하고 모든 기자들이 똘똘 뭉쳐 의미 깊은 많은 특종을 하고도 이제는 ‘우리가 보도했다’는 언급조차 통제당하고 있다”며 “건전보수 시청자가 떠나간다는 이유”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C 기자는 “그동안 내부에서 일이 있을 때마다 그냥 넘어갔다”며 “쌓인 문제들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던 중에 앵커 멘트가 불거졌고 앵커 멘트를 본부장이 썼다는 해명 때문에 더 논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C 기자는 “기자들은 정말 회사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성명서까지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자들은 17일 본부장과의 면담에 이어 오는 21일에도 본부장과 전 앵커 등과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A 기자는 “이 일이 외부에서 크게 불거질까봐 회사와 구성원들 모두 우려하고 있다”며 “가시적으로는 봉합이 돼 가는 느낌이지만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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