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검찰 입장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대통령이 고소한 사건인데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겠느냐”며 “검찰도 어쩔 수 없었을 것”이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지난 2013년 1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 하례회’에서 자신이 1982년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부림사건을 수사했다고 밝히며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그 사건에 문재인 후보도 변호사였다”면서 “그러므로 나는 문재인 후보도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불렀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부림사건은 1981년 벌어진 전두환 군사 정권 초기의 대표적인 용공 조작 사건이다. 부산 지역 독서 모임을 하던 학생과 교사, 회사원 등 22명을 영장 없이 체포해 불법으로 감금, 폭행, 고문을 하고 공산주의자로 조작했다. 

이는 지난 2014년 재심 사건 상고심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무죄 확정 판결로 확인된 바 있다.

2015년 9월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고 이사장을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도 고 이사장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수사에 늑장을 부리던 검찰은 20일 고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고 이사장은 ‘검찰이 문 대통령 눈치를 봤다는 이야기인가’라는 질문에 “검찰이 대통령 눈치를 봤다는 것이 아니라 검찰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내 법률적 양심으로는 결코 명예훼손이 될 수 없는 건”이라며 “그런데도 검찰이 기소한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지 않겠냐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고 이사장은 “검찰 입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원망하거나 비난하고 싶지 않다”며 “향후 법원에서 다퉈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사퇴 여부’에 대해선 “이번 기소와 사퇴하고 상관이 있느냐”며 “내가 사퇴하지 않아서 기소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언론노조 MBC본부는 20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는 정의로운 판결을 신속히 내려 달라”며 “이미 검찰이 박근혜 정부의 눈치를 보며 1년 8개월의 시간을 끌었다. 지연된 정의를 신속하게 실현시키는 것이 사법부에 부여된 의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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