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철 자유한국당 충북도의원이 “세월호부터도 그렇고, 국민들이 ‘레밍’ 같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에 대한 징계요구와 국민적 분노가 누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의 막말은 국민의 상식을 벗어나 국민무시 행태로 드러나 징계와 함께 정계를 떠나라는 주장까지 나오지만 ‘막말’로 유명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과연 그에게 어떤 징계를 내릴 수 있을까. 그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할 수 있을까.

김 도의원의 막말은 처음이 아니며 또한 사과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국민을 탓하며 적반하장격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막말의 진수를 홍준표 대표에게 과시했다. 김학철 도의원을 비롯한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박봉순·박한범·최병윤 도의원은 지난 7월18일 8박10일 일정으로 유럽연수를 떠났다.

22년만의 수해로 충북이 초토화된 것은 지난 16일이었다. ‘최악의 물난리속에 도의원들이 외유를 떠났다’며 “그런 도의원은 필요없다”고 주민들이 분노하던 상황이다. 그렇게 떠난 도의원들에게 당지도부에서 ‘돌아오라’는 지시가 떨어지자 반발하며 막말을 쏟아낸 것이다.

▲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철 충북도의원. 사진=노컷뉴스
▲ 자유한국당 소속 김학철 충북도의원. 사진=노컷뉴스
또 김 도의원은 지난 2월26일 충북 청주 상당공원에서 열린 ‘제1차 탄핵무효 충북 태극기집회’에 참석해 “대한민국 국회, 언론, 법조계에 미친 광견병이 떠돌고 있다.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회의원들을 향해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한 발언도 언론에 보도됐다.

그의 막말과 비상식적인 행태는 도의원은 커녕 정상인으로 보기 힘든 수준이지만 이런 인간을 의원으로 뽑아준 주민들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이런 사람에게 공천권을 준 자유한국당 지도부의 책임이 가장 무겁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막말의 대가다. 이번에는 수해한답시고 수해 현장에 가서 황제 장화신기, 1시간 봉사하고 폼잡기로 언론의 지탄을 받은 장본인이다.

‘돼지 흥분제’와 ‘막말’ 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홍 대표는 그 입 때문에 소송까지 당했다. 지난 6월18일 홍 대표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출마 기자회견에서 “신문 갖다 바치고 방송 갖다 바치고 조카 구속시키고 겨우 얻은 자리가 청와대 특보 자리”라고 폭탄발언했다. 누가봐도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냥한 모욕적인 발언이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는 보도자료를 내고 “홍준표 전 지사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신문과 방송, 조카 구속, 청와대 특보’라는 일련의 표현과 문맥을 보면 그 지목 대상이 홍석현 중앙일보·JTBC  전 회장임이 명백하다”고 밝힌 뒤 “그 발언은 결국 홍석현 전 회장이 중앙일보·JTBC가 특정인이나 세력에 유리하게 보도하도록 하고 조카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영향을 미쳐 특보 자리를 얻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측은 홍준표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그는 응하지않았고 오히려 반발했다. 홍석현 전 회장은 홍준표 대표를 명예훼손죄로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 지난 6월18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여의도에 위치한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노컷뉴스
▲ 지난 6월18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여의도에 위치한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새 대표 선출을 위한 7·3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사진=노컷뉴스
홍준표 대표는 다시 한 번 언론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당권을 쥐면 정권 나팔수 역할을 하는 신문은 절독 운동을 하고, 방송은 시청거부 운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의 절반이 되는 반대 세력들이 움직이면 언론도 어떤 꼴을 당하는지 우리가 한번 보여주자”며 “스마트폰을 사서 정규재TV, 조갑제TV 같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는 1인 방송을 보자”고 주장했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홍 대표에 대해 “중앙정치 무대에서 사라지면서 변방 컴플렉스, 변방 열등감이 생겨 정치적 성장판은 닫히고 막말의 성장판만 열렸다”고 비판하며 “사실이 아니라 아예 사실을 비틀어서 명예를 훼손시킬 목적으로 사감을 갖고 발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아니라 막말의 방종이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을 ‘개 돼지’ 취급한 교육부 고위공직자는 파면을 당했다. 그런데 정치권은 막말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여야 가릴 것없이 함부로 ‘개·돼지급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듣는 국민은 괴롭다.

홍준표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 단식농성 중이던 여영국 정의당 도의원을 향해 “쓰레기가 단식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냐. 2년 간 단식해봐. 2년 후에는 나갈 테니까”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이어서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여 의원을 향해 확인사살까지 했다.

야당 도의원을 향해 ‘쓰레기’ ‘개’에 비유할 정도로 홍 대표의 언행에는 절제가 없었다. 홍 대표는 이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극히 일부 의원은 의원이라기보다 깜도 안되는 무뢰배에 가깝습니다. 더 이상 이러한 무뢰배의 행동을 묵과 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또 “의원답지 않은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하는 의원에게 쓰레기라고 비유 하는 것은 막말이 아니고 참말입니다”라고 덧붙였다.

▲ 지난 7월1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 지역을 찾아 장화를 신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7월19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낭성면 수해 지역을 찾아 장화를 신고 있다. ⓒ 연합뉴스
홍 대표에게 저급한 표현과 막말논란은 시리즈로 다룰만하다. 지난 2011년 7월 자신에게 민감한 질문을 던진 여기자에게 “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게…”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 한 종편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에 들어가려다 입구에서 제지하는 경비원을 향해 홍 지사는 “넌 또 뭐야? 니들 면상 보러 온 거 아니다. 네까짓 게…”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적도 있다.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과 자유한국당 김 도의원의 막말을 ‘그 나물에 그 밥’ 수준으로 무시하면 앞으로도 국민은 ‘개·돼지’ 심지어 ‘레밍’으로 전락하게 된다. 우리 사회 입법, 사법, 행정 전체를 지도하는 정치판에 상식 이하의 정치인이 입을 함부로 놀리게 해서는 안된다. 그 막말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법적 책임을 지우는 법제를 강화해야 한다. 국민이 얼마나 더 모욕을 당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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