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 17일 고대영 KBS 사장을 방문한 것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행자부 관계자는 “행자부 출입하는 언론사 가운데 하나를 의례적으로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행자부 대변인은 2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출입사에 대한 의례적인 방문이었다”며 “행자부에 39개 언론사 출입하는데 (김 장관이) 취임하시고 인사 차 방문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KBS 기자·PD를 포함해 사내 구성원 대다수가 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데다 고 사장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인사’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는 점, KBS 구성원들이 불공정 보도의 책임자로 고 사장을 꼽고 있다는 점, 언론 시민 단체가 고 사장을 ‘언론 부역자’로 규정했다는 사실 등에 비춰봤을 때 김 장관의 고 사장 예방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변인은 ‘김 장관도 KBS 사내에서 고 사장 사퇴 요구가 거세다는 것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은 알고 있다”고 말했다.

▲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왼쪽)과 고대영 KBS 사장. 사진=미디어오늘
김 대변인은 ‘김 장관 예방에 대한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제가 언급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고 사장과 김 장관이 어떤 대화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화 가운데 ‘언론 불공정성’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냐는 질문에도 “의례적인 인사 차 가신 거라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수의 KBS 기자·PD들이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 KBS본부 측은 이번 방문이 이뤄지기 전부터 김 장관을 만류했다. 김 장관의 예방에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출연 차 KBS를 방문했으나 보도본부 관계자를 만났을 뿐 고 사장을 만나진 않았다.

성재호 본부장은 “예방에 앞서 행자부 측에 ‘KBS 출연이나 녹화 때문에 올 수 있지만 지금 고 사장을 만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강하게 항의했으나 김 장관 본인이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 장관의 행보는 여러모로 아쉽다. 사원의 90%가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고대영을 만나 무슨 말을 나눴겠는가”라고 말했다.

KBS 사장 임명권을 대통령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취임 초 정부 인사의 방문은 고 사장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줘 자칫 문재인 정부의 언론 개혁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반발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지난 18일 “김부겸 장관은 내부 구성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채 1급 언론부역자라고 할 수 있는 고대영 사장을 찾아가 머리를 숙이고 이른바 ‘잘 봐달라’는 인사를 나눴다”고 강하게 비판한 까닭이기도 하다.

성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장관으로서 언론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김 장관이 고 사장을 단순하게 보수 쪽 사람으로 인식한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우린 정말 필사적으로 퇴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고 사장은 ‘웬 떡이냐’ 싶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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