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우리 엄마 혹은 아내에게 하루 동안 100만원의 유급휴가가 생긴다면 엄마(아내)는 뭘 할까? 가족들은 이들이 뭘 하고 싶은지 얼마나 알고 있을까? EBS ‘엄마를 찾지 마’는 엄마들이 일터나 가정에서 벗어나게끔 100만원을 주고, ‘유급 가출’을 시켜준다. 가족들은 가출한 엄마를 보며 “우리 엄마가 이런 곳을 가고, 이런 곳에 돈을 쓴다니?”하고 놀란다.

‘엄마를 찾지 마’의 기획의 시작도 여기부터였다. 우연히 엄마의 영수증을 본 PD는 ‘그동안 엄마를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한다. 미디어오늘이 ‘대놓고 엄마 편 들어주는 방송’, ‘엄마를 찾지 마’ 제작진 신진수 PD와 이윤정 작가를 만났다. 인터뷰는 20일 일산 EBS 사옥에서 진행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 21일 EBS 사옥에서 진행된 '엄마를 찾지마' 제작진 인터뷰 도중 신진수 PD(왼쪽)과 이윤정 작가(오른쪽)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 21일 EBS 사옥에서 진행된 '엄마를 찾지마' 제작진 인터뷰 도중 신진수 PD(왼쪽)과 이윤정 작가(오른쪽)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엄마들에게 하루, 100만원의 유급가출을 시켜주는 것이 주된 포맷이다. 왜 이런 포맷을 선택했나?

이윤정 작가(이하 이윤정): 엄마가 가출하면 어디로 갈까 상상했을 때, 잘 못 찾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자녀들이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뭘 할 것 같고,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엄마들 역시 평소에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적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이 가족들이나, 엄마 자신에게 서로를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13회까지 방송됐는데, 어떤 엄마의 ‘100만원 쓰기’가 인상 깊었나?

신진수: 군산에서 3대째 떡집을 하는 집의 엄마인데, 35년 동안 일만 하셨다. (‘엄마를 찾지마’ 2화) 다른 엄마들은 보통 활동적이고, 신나는 것을 하고 싶어 하셨다. 노래방에 간다거나 친구들과 술을 먹거나 하는 일들 말이다. 그런데 ‘군산 엄마’는 템플 스테이를 가고 싶어 하셨다. 가족들이나 일터와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원한 것이다. 다른 분들과 다르기도 하고, 오히려 공감 가는 부분도 있어서 인상에 남는다.

이윤정: 군산 엄마의 경우, 템플 스테이를 가는 것도 놀랐지만 혼자 쇼핑을 나간 것이 35년 만이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


-에피소드를 보면 가끔 “어떻게 저렇게 참고 살았을까” 싶은 경우가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변화가 있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이윤정: 사실 우리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그 사람 인생이 바뀌고, 희생했던 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엄마가 힘들어 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고, 엄마들 역시 ‘가족들이 날 이렇게 생각해왔구나’같은 것들을 알게 되는 첫 단추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촬영 후 변화를 알려온 가족이 있나?

이윤정: VCR 촬영을 한 후 2~3주가 지고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데, 녹화 이후 변화를 말하는 가족들이 있다. 5남매를 둔 V.O.S의 박지헌씨의 아내 서명선씨도 촬영(‘엄마를 찾지마’ 3화) 이후 “남편이 ‘당신 지금은 뭐하고 싶어?’라고 묻는다”며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작은 변화일수도 있지만 상대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더 알려고 하는 계기를 만들어준 것 같다.

‘뮤지컬 엄마’(‘엄마를 찾지마’ 9화)의 경우는 방송 이후 변화가 뚜렷한 경우다. 아내가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것을 남편이 뼈저리게 느꼈고, 발레교습을 시작했다. 엄마들 스스로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게 중요하다. 처음에 한번 시도하는 게 제일 힘든 거니까.

▲ '엄마를 찾지마'에 출연한 VOS 박지헌씨의 아내 서명선씨는 가출을 해서 카페에 들어간다. 카페에서 그녀는 커피를 3잔 시킨다. 그녀는 "출산 이후에 따뜻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며 "커피를 실컷 마시고 싶었다"고 말한다.
▲ '엄마를 찾지마'에 출연한 VOS 박지헌씨의 아내 서명선씨는 가출을 해서 카페에 들어간다. 카페에서 그녀는 커피를 3잔 시킨다. 그녀는 "출산 이후에 따뜻한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다"며 "커피를 실컷 마시고 싶었다"고 말한다.
-제목은 ‘엄마를 찾지마’인데, 가출한 엄마를 추적해서 찾는 경우가 많다. 왜 제목과 다르게 엄마를 찾는 것인가? 엄마에게 시간과 돈을 줬으면, 좀 쉬게 내버려뒀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신진수: 추적이라는 포맷은 가족이 선택한다. 가족이 가출을 알게 되면, 때에 따라 따라가는 가족도 있고 안가는 가족도 있다. ‘군산 엄마’의 경우 엄마가 가출을 했을 때, 남편이 아내 대신 그 빈자리를 채워 일을 하면서 엄마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체험하기도 했다.

이윤정: 추격전은 긴장요소로도 쓰이지만, 가족들이 엄마가 사용한 카드가 문자로 전달될 때 리액션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우리 와이프가 이런 델 갔다고?”하는 반응을 보인다. 평생 같이 산 사람의 몰랐던 모습을 맞닥뜨렸을 때의 느낌을 담고 싶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엄마’의 경우에도 남편이 아내가 연기 오디션을 본 것을 알게 된 후 “우리 와이프가 여기서 오디션을 봤다고요? 사실인가요?”라며 재차 물었다.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가족을 섭외했지만, 몇 회 방송 후 출연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 어떤 이들을 섭외하나.

신진수: 다양한 엄마들을 보여주려고 한다.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이전에 나오지 않았던 특징을 가진 가족들을 섭외하려고 한다.

이윤정: 보통 딸들이 많이 문의를 한다. ‘우리 엄마 너무 고생했는데 가출 좀 시켜 달라’면서. 안타까운 건 자녀들이 신청해서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면, 막상 엄마들이 거절하시는 분들이 많다.

엄마가 직접 신청을 한 경우가 진한 이야기가 나온다. ‘뮤지컬 엄마’나, 14회에 방영될 ‘29살 엄마’의 경우도 스스로 신청한 케이스다. 스스로 방송문의를 신청할 만큼 변화의 계기가 절실했던 분들이니 그런 것 같다.

-지금까지 방송이 다뤄온 '엄마' 소재 이야기와 '엄마를 찾지 마'의 차별점은?

신진수: 토크쇼나 여타 가족 프로는 기본적으로 연예인 가족들을 이야기한다. 연출도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엄마를 찾지마’에도 연예인이 중간중간 섭외되긴 하지만 최대한 일반 어머님들의 원모습을 그리려고 한다. 연출도 자제하고 있다.

-김숙씨와 김미경씨를 진행자로 세웠다. 이들을 진행자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

신진수: 김숙님은 섭외 1순위였다. ‘가부장숙’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우리 프로그램 진행자를 생각할 때, 처음 떠올랐다. 우리 프로그램은 무조건 ‘엄마 편’을 들어주는 프로니까. 대놓고 엄마 편을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다.

이윤정: 김숙씨를 섭외하고, 원래는 남성 진행자를 섭외해야하나 생각했다. 그런데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무조건 엄마 편 좀 들어주자는 생각에 김미경씨를 섭외했다. 그리고 요새 여자 두명이 진행을 보는 프로그램이 드물지 않나.

▲ '엄마를 찾지마' 공식 홈페이지.
▲ 출처: '엄마를 찾지마' 공식 홈페이지.
-최근 EBS에서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까칠남녀’, ‘엄마를 찾지마’까지 최근 EBS에 참신한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조직 내 변화같은 게 있는 건가?

신진수: 조직 측면에서 수용할만한 마인드가 늘어났다고 생각한다.

이윤정: 사실 언급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그 프로, EBS 프로 아닌 줄 알았어’라는 말을 들은 적있다. 해당 프로그램 기획안을 낸 PD들이 모두 경력이 많지는 않다. 젊은 PD가 기획안을 냈을 때, ‘한번 해봐’라고 기회를 주는 방송사가 많지 않은데, 이번에는 그런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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