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가짜뉴스 전파자로 지목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가짜뉴스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건 표창원 의원이 아닌 언론이다.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를 통해 28일 표창원 의원이 트위터에 “‘헌법, 법률, 국가를 사유물로 여기는 자들. 조윤선 집행유예 황병헌 판사, 라면 훔친 사람엔 징역 3년 6개월 선고’라는 글을 올렸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법원은 황 판사가 라면 절도자 판결을 했다는 소문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표 의원은 사실을 정정한다. 조선일보는 이를 가리켜 “확인되지 않은 사안을 인용해 판사를 비판하고 한 발짝 물러난 모양새” “허위 사실로 황 부장판사를 비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 29일 조선일보 4면 보도.1단기사 2단으로 재편집.
▲ 29일 조선일보 4면 보도.1단기사 2단으로 재편집.

그러자 표 의원은 자신이 글을 쓴 게 아니라 언론사의 기사를 공유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제가 된 표현 역시 “(SNS에) 링크 건 신문기사 제목이 자동적으로 표기되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가 표 의원이 썼다고 지목한 ‘라면 훔친 사람엔 징역 3년 6개월 선고’라는 표현은 동명의 헤럴드경제의 기사를 링크하면서 자동으로 붙은 것이다.

이어 조선일보는 29일 지면에 “인터넷 가짜뉴스 퍼 나른 표창원” 기사를 내보내며 표 의원을 공격했다. 지면 기사에는 온라인판과 달리 “한 신문의 인터넷판 기사를 링크했다”는 표현이 새로 들어갔다.

판사의 행적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광범위하게 퍼진 건 사실이고 결과적으로 표 의원이 속은 것도 맞지만 ‘가짜뉴스 유통과정’을 되짚어보면 표 의원보다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조선일보는 정작 허위사실을 만든 언론의 이름은 언급조차 하지 않은 채 언론에 기사화된 사실을 믿는 표 의원만 문제 삼았다.

표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 “기사를 보도한다는 것은 해당 언론사에서 팩트체크가 끝났다는 의미고 이를 접하는 저 같은 네티즌은 그 기사를 신뢰하며 링크하고 이에 기반한 의견 표출을 하는 것이 온라인 언론의 생태요 구조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표 의원은 “기사 쓴 기자에게 할 이야기를 기사를 트위터에 올린 절 공격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옳지 못한 보도행위”라고 지적했다.

애초에 이번 논란은 시작부터 언론이 관여했다. SNS상에서 일부 누리꾼이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가짜뉴스가 퍼지게 것으로 추정된다. 유명인 중에서는 지난 27일 오후 신동욱 공화당 총재가 “황병헌 판사, 배고픈 라면도둑은 징역 3년6개월 꼴이고 박근혜 정부의 조데렐라 조윤선은 집행유예 꼴”이라며 소문을 공유한 게 발단이 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소문’이 있으면 ‘사실검증’을 해야 할 언론은 신동욱 총재의 발언을 기사화하며 가짜뉴스 확대재생산에 기여한다. 동아일보의 “신동욱, 조윤선에 집유 황병헌 판사 맹비난 …‘기득권 비호·유전무죄 판결” 기사를 포함해 서울신문, 서울경제, 이데일리, 한국경제 등 주류언론이 신 총재의 발언을 전달하며 문제의 발언을 기사에 담았다. 앞다퉈 기사가 쏟아지는 과정에서 의혹을 사실로 단정한 기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사를 공유한 표 의원의 SNS 발언이 나오자 이번에도 동아일보, 서울신문, 서울경제. 매일경제, 한국경제TV, 부산일보 등 언론이 앞다퉈 표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기사화했다. 조선일보는 “표 의원의 트위터 팔로어는 72만 명이 넘는다”고 밝히며 영향력이 막강한 인사의 발언일수록 신중해야 한다는 뉘앙스로 보도했지만 팔로어 72만 명 이상의 확산 효과를 낸 것 역시 다름 아닌 언론이다.

‘가짜뉴스’(fake news)는 ‘속이는’(fake) 뉴스다. 속이려면 그럴 듯 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데는 검증된 사실을 담는 ‘언론기사’라는 가장 그럴 듯한 포장이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SNS에서 화제가 되거나 실시간 검색어에 뜨면 사실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작정 기사를 쏟아내는 관행이 핵심적인 문제다. 조선일보는 애꿎은 표 의원을 비난하는 대신 언론과 언론의 관행을 비판하는 게 맞다. 물론, ‘실검기사’를 쓰는 조선 역시 그 관행에서 자유로운지도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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