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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는 강제징용의 작은 부분, 영화는 영화로 봐야”

[인터뷰] 역사학자가 본 영화 군함도,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국뽕도 친일도 아냐, 강제징용 다룬 첫 상업영화”

2017년 08월 04일(금)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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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친일·역사왜곡·스크린독과점. 일제의 조선인 강제징용을 다룬 첫 상업영화 ‘군함도’는 논란들로 뜨겁다. 류승완 감독은 여러 매체에 “군함도를 모티브로 했을 뿐 창작물”이라고 분명하게 밝혔지만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논란은 강제징용 이슈에 대해 한국사회가 앞으로 갈 길과는 다소 동떨어져있다. 

학계에선 강제징용 조선인 30만 명 이상이 아직 일본 열도에 있다고 추산한다. 한국 정부는 2004년에 와서야 실태조사 필요성을 인식했다. 60년 이상 외면했던 것이다. 2015년 군함도(하시마)가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면서 뒤늦게 한국에서 이슈가 됐다. 국제사회가 한국이 잊은 역사를 포장하고 있다.

이 상황을 역사학자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디어오늘은 2일 서울 종로에 위치한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 사무실에서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를 만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최근 군함도 논란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해 들었다. 류 감독이 한 교수에게 지난해 초 군함도 시나리오 감수를 받은 만큼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한 교수와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했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사진=최창호 작가
▲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사진=최창호 작가

- 시나리오 감수 등 영화 작업에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군함도는 일회적인 자문이었지만 과거 영화 기획에 참여해 몇 년을 같이 움직인 적이 있다. 한국에서 역사물 영화의 로망처럼 다가왔던 김산의 ‘아리랑’을 많은 감독이 영화로 만들고 싶어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 김산이 어떻게 죽었는지 안 알려졌는데 텍스트가 필요하다고 해 소설형식으로 글을 쓴 적도 있다. 당시 중국 답사도 두 번씩 다녀오고 꽤 투자를 했는데 결국 엎어지는 과정을 봤다. 언젠가 다시 하자는 마음만 남아있다.”

- 군함도 시나리오를 먼저 보고 나중에 영화를 본 건데, 어떤가?

“재밌게 봤다. 시나리오 상에서 걱정했던 것보다 잘 나왔다. 류 감독 아이디가 ‘액션메이커’더라. ‘블록버스터 탈출영화’라는 설명에 동의한다. 류승완식으로 그렸다. 기대를 하기 시작하면 한없는 거고. (강제징용 참상 관련) 분량이 적다는 비판이 있고 (동의하지만) 시작부분에서 소년노동자들을 많이 집어넣고, 그들이 막장 속을 기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고증을 철저하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제징용이 영화로 다뤄진 적이 없다. 영화에서 그냥 ‘끌려간다’는 식으로만 잠시 그렸을 뿐이다.”

▲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 영화 군함도의 한 장면.

- ‘국뽕’ 영화라고 비판받는 ‘태극기 휘날리며’에게도 고맙다고 했던데, 무슨 뜻인가?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정도의 영화도 고맙다고 한 것.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에 강연 다니면 보도연맹을 설명할 필요가 없다. ‘여러분 거기서 영신(이은주 분)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셨죠?’ 보도연맹 얘기를 그 전에 하면 ‘강사가 거짓말 하는 거 아니야?’ 정도의 시선이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백만 번 떠드는 것보다 더 좋은 길이 깔리는 것이다.”

- 강연에선 영화 ‘암살’을 인용하는 것도 봤다.

“암살을 처음 보고, 이틀인가 지나 다시 가서 봤다. 너무 만화 같아서 불편했다. 안옥윤(전지현 분)이 총을 들고 날아다니는 활극 아닌가. 군함도에 역사왜곡 논란이 있지만 암살에서 염석진(이정재 분)을 쏴 죽이는 것 만한 역사왜곡이 어딨나. 안옥윤이 염석진을 쏴 죽이는 게 아니라 염석진 같은 친일파가 살아남아 백범을 죽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오달수 얘기 ‘우리 잊으면 안 돼’ 눈물 나는 얘기다. 김원봉과 김구가 만나 ‘(독립운동가가) 너무 많이 죽었어요’하는 부분도 명장면이다. 창작이지만 개연성이 있지 않나. 역사왜곡이라는 걸 알지만 염석진을 쏘는 장면에선 나도 통쾌했다. 무게 있는 메시지에 하나하나 이게 맞느냐 틀리냐를 따지는 것보다는 영화로 봐야한다. 역사수업용으로 만든 건 아니니까. 영화는 영화다.

강연에서는 이렇게 활용한다. 안옥윤이 암살시도를 하는데 더블부킹(다른 독립운동가 그룹에서도 서로의 계획을 모른 채 동시에 제국주의 주요 인물 암살시도)됐다. 역사에서 더블부킹된 사례를 말할 수 있다. 윤봉길 의사도 더블부킹됐다. 김구 쪽에서는 윤봉길을 보냈고, 이회영 쪽에서는 백정기 의사를 보냈다. 그렇지만 백정기 의사는 비표를 못 구해 (1932년 4월29일 중국 상하이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본 전승축하행사에) 들어가지 못했다. 답답해하고 있는데 안에서 폭탄이 터진 것이다.

(1908년 3월23일) 미국인 스티븐슨 저격사건 역시 더블부킹이다. 장인환·전명운 두 의사가 저격했다고 해서 많은 사람, 심지어 한국사 전공자들조차 공범으로 알고 있는 분들이 있지만 공범이 아니다. 장인환이 쏜 총에 전명운이 맞아 죽을뻔 하기도 했다.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으면 같은날 같은시각 같은장소에서 다른 팀이 암살시도를 했겠냐. 그 외에도 여성 독립운동가(안옥윤 실제 모델 남자현)를 주역으로 내세운 것도 좋았다. 독립유공자가 1만3000여명 되는데 서훈 받은 여성이 300명이 채 안 된다. 그동안 잊힌 김원봉도 영화로 유명해졌다. 큰 기여를 했다. 영화 한편으로 강연에선 이런 얘기까지 끌어낼 수 있다.”

▲ 영화 암살의 한 장면
▲ 영화 암살의 한 장면

- 다시 군함도 얘기로 돌아가자. 각종 논란이 쏟아지고 있다.

“시나리오 작업 때부터 지금도 그렇고 류 감독이 ‘국뽕 영화로 보일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하더라. 그 정도면 건강하다고 본다.

일본의 만행을 덜 그리고 상대적으로 친일파를 조명해 ‘친일영화 아니냐’ 비판도 있더라. 실제 대중들이 접하게 된 일본제국주의의 말단은 조선인 친일파가 맞다. 이완용 등 높은 위치의 친일파가 아닌 나랑 별 다를 바 없지만 일제에 붙어 있는 이들이 제일 잔인했다. 국적별로 보면 안 된다. 군함도에서 조선인 122명 화장한 명부가 있는데 이는 오카마사하루 나가사키 원폭자료관 관장님을 비롯한 양심적인 일본인들 노력 덕분이다. 일본인 희생자는 1100명가량 된다. 강제징용은 조선인들에게 지옥이었지만 일본인 광부에게도 지옥이었다. 군함도가 지금 알기 쉽게 된 건 전적으로 일본인들에 의해서다.

비슷한 얘기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역시 전쟁 메커니즘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유린당한 사건으로 봐야 한다. ‘일본놈’이 ‘조선여성’을 끌고 갔다? 일본과 조선에 방점을 찍힌다. 놈과 여성에 방점을 찍으면 젠더문제가 된다. 중요한 건 민족별 구성과 상관없이 해선 안 될 짓이다. 베트남전쟁에 한국이 위안부를 보내려 했던 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한국전쟁 당시 위안부는? 박정희 시대에 미군 위안부를 국가가 관리한 문제는?

역사왜곡 논란도 있는데, ‘영화에서나마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는 류 감독의 말이 이해가 간다. 광복군이 군함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한국에선 군함도 강제징용을 다룬 노력이 없나?

▲ 소설 군함도, 한수산 지음
▲ 소설 군함도, 한수산 선생 지음

“한수산 선생의 소설 ‘군함도’가 있긴 하다. 일본 헌책방에서 군함도를 알게 됐고 취재를 해서 썼다고 한다. 군함도에 있던 사람들이 나가사키 원폭 현장에 투입돼 피폭되기도 하는데 그런 부분을 소설에서 섬세하고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번 소설 군함도는 관심을 좀 받고 있지만 원작 '까마귀'로 나왔을 때는 책이 많이 팔리지 않았을 것이다. 외롭게 한국에서 조선인 원폭피해자 문제를 다뤘다. 원폭 피해자들이 누워 신음하고 있는데 ‘이따이 이따이’ 하는 사람들은 실어가 치료하고, ‘아이고 아이고’하면 그냥 방치했다. 방치된 조선인들 거주구역에 까마귀가 떠 있었다.”

- 군함도에도  나가사키에 원자폭탄 떨어지는 장면이 있지 않나?

“나가사키에 조선 사람이 많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원폭 부분은 류 감독도 날 만나고 나서 추가했다고 하더라(웃음). 아직까지 제대로 원폭을 다룬 영화가 없다. (원폭2세 피해자, 고인) 김형률 추모사업회장을 10년을 했다. 기회 될 때마다 원폭문제를 알리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일각에선 원폭을 ‘일본에 가해진 천벌’이란 식으로 표현하는데 그럼 원폭으로 희생된 조선인은 뭐냐. 일본에서 주먹구구로 추산하길 조선인 7만 명 피폭에 4만 명 사망이다. 김기진 부산일보 기자, 전갑생 박사(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등이 추적하다 끝내 밝히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제대로 조사조차한 적 없다.”

▲ 영화 군함도 포스터
▲ 영화 군함도 포스터

- 군함도를 계기로 아픈 역사가 알려진 데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무등산이 낮아졌다’는 말이 있다. 광주(5·18)를 하도 팔아먹었다는 얘기다. 영화 ‘화려한 휴가’가 나올 때도 그런 얘기가 있었다. ‘큰 손해만 안 봤으면 좋겠다’, ‘100만이라도 봤으면 좋겠다’ 싶었다. 주변에 광주가 제일 중요한 사건이라고 떠들고 다니면서도 광주를 영화화한다고 할 때 ‘광주를 영화로 만들어 어쩌겠다고’하는 생각이 든 건 사실이다. 당시에도 비판이 많았다. ‘미국문제를 건들지 않았다’, ‘완성도가 떨어진다’. 하지만 광주에 대해 몰랐던 시민들 고등학생들 포함해 700만이 보고 울었다. 다 파먹은 김칫독을 우려서 김치찌개가 끓여질까싶었던 건 광주를 가지고 싸우다 지친 사람들의 입장일 뿐이다.

망한 영화제작사 이사로 등록된 적도 있고, 10·26을 다룬 영화 ‘그때 그 사람들(감독 임상수, 관객 수 89만)’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 증인으로 나서기도 했다. 노근리 사건 다룬 ‘작은연못(감독 이상우, 관객수 4만6000)도 그렇고, 사건을 너무 충실하게 다루면 망하더라. 나라고 해서 군함도에 광복군이 침투하고, 대탈출에 성공하고 그런 걸 보고 왜 안 불편했겠냐.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고맙다. 군함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건 관객들 자유지만 그 비판에 책임을 지고 지속적으로 강제징용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영화를 이어받아서 역사 선생님, 기자들이 징용문제와 원폭문제를 대중화하는 2차 작업을 하면 좋겠다. 비판적으로 봤던 관객들도 실천적으로 봐줬으면 좋겠다. 군함도는 강제징용 중 아주 작은 부분이다.”

[관련기사 : 군함도 뒤에 있는 아베를 저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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