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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채널 나와 MCN회사 입사, “‘내 콘텐츠’를 고민하다”

[미디어 현장] 이도헌 비디오빌리지 PD

2017년 08월 12일(토)
이도헌 비디오빌리지 PD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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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사정’. 4글자를 써 내며 경제TV 조연출 생활을 마쳤다. 고심 끝에 고른 퇴직 사유다. 실은 기업 홍보성 리포트에 질렸다. 콘텐츠에는 알맹이보다 협찬 등 외적인 요소에 무게중심이 기울었다. 정보 전달을 빌미로 보험, 주식 정보 서비스를 ‘판매하는’ 프로그램에 회의감이 들었다. ‘좋은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점점 무뎌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작정 뛰쳐나왔다.

몇 달 전 MCN 회사에 취업했다. 크리에이터를 관리하면서 오리지널콘텐츠를 제작하는 비디오빌리지라는 업체다. 이 회사의 ‘스튜디오V’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다.

몇 달 동안 이 곳에서 수습PD 생활을 거치는 과정에서 놀라운 점이 적지 않았다. 이곳은 기성 미디어와는 달랐다. 주제 선정은 ‘탑다운’ 방식이 아닌 ‘논의’를 통해 결정됐다. 직책 대신 영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상징되는 수평적 조직 문화가 그 배경이다. 조직 문화는 구성원의 행동을 바꾼다. 녹화에 들어가면 담당 PD 외에 아무도 말할 수 없었던 곳과 다르다. 자유롭게 답답한 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말한다. 언제든 질문한다.

그렇게 만든 콘텐츠는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업로드 시간이 되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잠을 자다가도 눈을 뜨면 조회수부터 확인하고 이용자들의 반응을 살핀다. ‘악플’은 신경 쓰이지만, 합리적인 조언은 콘텐츠 기획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반응에 힘을 얻는다.

유통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제작만 하면 방송사가 알아서 송출해주고 시청률 등 제한적인 데이터를 통해서 평가를 받는 TV와는 달랐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에게 성교육을 해준다면’이라는 영상은 160만(7일 기준)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의 평균 조회율은 37%에 불과하다. 전체 길이의 절반도 보지 않는 콘텐츠가 기획 의도를 잘 전달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두 화살표가 경계 대상이다. 페이지를 뒤로 넘기는 ‘←’와 영상을 건너뛰는 ‘→’. 조금이라도 지루하면 바로 영상에서 이탈한다. 이용자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구성을 돌아보게 된다.

사실 모든 일이 명쾌한 건 아니다. 가장 골치 아픈 건 ‘재미’와 ‘의미’의 ‘접점찾기’다. 수습 시절 대표는 “나쁜 문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도 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있다. 조회수를 높이고 이탈율을 줄이는 건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현재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자극적 콘텐츠를 만드는 쪽에 기울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 제작하고 있는 시리즈 영상은 특정집단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는 방식인데, 간호사 편에서는 의사의 보조 역할로만 다뤄지는 간호사에 대한 통념을 깨고자 했고 간호조무사이슈도 피하지 않으려 했다.

단순히 내가 만들고 좋은 취지가 있다고 해서 ‘좋은 콘텐츠’가 되는 건 아니라는 점도 고민거리다. 지난주 업로드된 ‘초경을 앞둔 아이에게 생리를 설명한다면’편은 유독 편집하기 어려웠다. 생리를 감추고 숨기는 대신 공론화를 하겠다는 좋은 취지가 있었지만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더욱이 남성인 제작자가 겪지 못한 일이다. 회사 동료와 친구들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멘트를 자르고 또 솎아냈다. 그 외에도 자극적 표현과 차별적 언어가 나오지 않을까 항상 신중하게 접근하게 된다. 언론사의 데스킹 시스템이 아니다보니 꼼꼼해야 한다.

▲ 이도헌 비디오빌리지 PD
▲ 이도헌 비디오빌리지 PD
많은 분들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그들에게 기성매체는 지옥이고 이곳이 천국이라고 묘사하고 싶은 건 아니다. 언론처럼 데스킹이나 시사 절차가 강하지 않다보니 오늘도 ‘유익한 콘텐츠’와 ‘자극적 콘텐츠’ 사이의 담장을 넘나들고 있는 게 사실이고 고민도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기획부터 유통까지 ‘내 것’을 고민한다는 점이 다르다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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