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영상기자회에 이어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도 9일 제작 중단에 돌입했다.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30명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달 21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 때까지 제작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PD수첩은 3주째 방송이 중단됐다”며 “경영진은 PD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제 제기를 무시하고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보도영상부문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며 오히려 적반하장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MBC PD수첩 제작진들은 일상적인 아이템 통제와 검열에 항의하며 제작 중단을 진행 중이다.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 MBC 콘텐츠제작국 소속 한학수 PD가 9일 서울 상암동 MBC 로비에서 '블랙리스트' 규탄대회에 참여해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MBC PD들은 콘텐츠제작국에서 벌어진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도 일부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MBC 영화 프로그램 ‘출발 비디오 여행’ 방송 이후 콘텐츠제작국장을 통해 해당 방송 대본을 요구했다.

해당 방송에선 ‘2017년 기대되는 배우들’ 가운데 하나인 배우 송강호씨와 그가 주연한 영화 ‘변호인’ 일부를 다뤘다. 고 이사장은 영화 ‘변호인’의 배경인 부림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 중 한 명이었다.

이들이 공개한 또 다른 사례로 유시민 작가 관련 내용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MBC스페셜-공부중독’ 편에서 뒤늦게 공부에 빠진 어른들을 다큐멘터리로 다뤘는데 당시 유시민 작가 인터뷰가 큰 호응을 얻었다. 김현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은 뒤늦게 유 작가가 출연한 것을 알고 ‘문제 인사를 걸러내지 못했다’며 호되게 질책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송강호·유시민에 이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요주 인물’로 본 흔적이 있다. 이들에 따르면 2015년 3월 방송한 ‘MBC스페셜-조희팔을 찾아라’편 제작 당시 김철진 전 편성제작본부장은 ‘프리젠터로 표창원을 쓸 거면 미리 보고하라’고 부장을 통해 지시했다.

담당 PD는 프리젠터 섭외를 결정하지 않았고 프리젠터까지 본부장이 사전에 관심을 보인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부담을 느낀 제작진은 표창원 당시 교수를 섭외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외에도 간부들은 박근혜 정권의 성공적인 정책 등에 포커스를 맞춘 프로그램들을 수시로 강요했고 박근혜 해외순방 특집 다큐를 편성했다.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은 “2012년 파업 이후 MBC 경영진은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PD들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 등을 통해 공영방송으로서 정체성을 철저히 유린했다”며 “신입 PD 채용은 중단됐고, PD들을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나 지역 축제 행사 유치를 담당하는 경인지사 등으로 유배시켰는데 이 같은 파괴 행위는 공영방송 포기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PD들은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김철진·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 백종문 현 부사장에 대해 “MBC 시사교양을 파괴하고 공영성을 유린하는데 최선봉에 섰던 자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들은 부역의 대가로 받은 자리에서 내려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MBC를 가장 망가뜨리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주장했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다음은 9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들이 발표한 기명성명 전문.

“콘텐츠제작국 제작거부에 들어가며”

2012년 파업 이후 MBC 경영진은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PD들에 대한 ‘찍어내기’ 인사를 통해 공영방송으로서의 정체성을 철저히 유린했다. 신입 PD 채용은 중단되었고, PD들을 스케이트장을 관리하는 신사업개발센터나 지방축제 행사 유치를 담당하는 경인지사 등으로 유배시켰다. 이 같은 파괴 행위는 공영방송의 포기 선언과 다름이 아니었다.

경영진은 노골적인 아이템 검열도 서슴지 않았다. 2014년 4월, 당시 김현종 콘텐츠제작국장은 세월호 아이템을 제작하던 <MBC 스페셜> 담당 PD에게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 그는 “담당 PD가 언론노조에 파견된 이력이 있고, 그래서 투쟁성이 강하다‘며, 담당 PD를 강제 교체했다. 편성제작본부장에 오른 그는 지난해 ‘촛불집회’와 관련한 아이템에 대해서도 ”전부 민주노총 소속인 다큐멘터리부 피디들이 제작하면 안 된다“라며 취재를 가로막았다.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은 제작이 완료된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사도 없이 불방조치했다. 또한 김도인 본부장은 제작 중이던 6월 항쟁 3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마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제작을 중단시켰다. 반면 정권을 향한 구애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이른바 ‘오더’ 아이템은 수시로 강요되었다. 주요 계기 특집에는 어김없이 박정희 정권시절의 경제 성장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 맞추어 이탈리아(2014), 이란(2016) 그리고 프랑스(2016)와 관련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결국, 경영진이 공영성에는 눈을 감고 정권에만 구애하는 사이, MBC는 조롱거리가 되었다.

<PD수첩>은 3주째 방송이 중단되었다. 경영진은PD들의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제제기를 무시하고 왜곡하고 있다. 보도영상부문에서 드러난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또 어떠한가? 출처불명의 괴문서라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고 있다. 무엇이 괴문서인가? 지난 9년간 파괴되고 유린당한 MBC 시사교양부문과 PD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우리는 기억한다. 윤길용 전 시사교양국장. 김철진, 김현종 전 편성제작본부장. 김도인 현 편성제작본부장. 백종문 현 부사장. MBC 시사교양을 파괴하고 공영성을 유린하는데 최선봉에 섰던 자들이다. 이들은 부역의 대가로 받은 자리에서 내려와 역사의 심판을 받으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MBC를 가장 망가뜨리고 있는 김장겸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

콘텐츠제작국은 <PD수첩> 제작 중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제작 자율성을 쟁취하고,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방송을 제작할 수 있을 때 까지 제작을 중단한다.

2017년 8월 9일

콘텐츠제작국 소속 PD (이하 기명)

김만진 김보슬 김영원 김인수 김정민 김호성 박상준 서정호 성기연 오동운

오행운 이경용 이동희 이미영 이선태 이승준 이우환 이종혁 이중각 이지은

이춘근 장호기 정명훈 조성현 조준묵 조철영 채환규 최별 한학수 한훈기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