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사퇴 이유로 꼽은 것은 바로 촛불 정신의 배반이요, 시대정신의 거부이기 때문이다.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거꾸로 적폐인사를 고집하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향후 혁신을 웃음거리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높다.
박 본부장은 “황우석 박사의 사이언스지 논문에 공동저자로 들어간 것은 제가 신중하지 못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신중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표절보다 더 나쁜 것이 논문 작성에 기여하지도 않으면서 이름만 올려 실적으로 인정받는 일부 교수들의 불법, 도적질이다. ‘신중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박 본부장이 부도덕하게 자신의 이익을 탐했다는 점에서 학자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박 본부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에 아무 기여 없이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2006년 초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연구부정행위 조사에서 밝혀져 보좌관직에서 사임했으나 공저자였던 서울대·한양대 교수들과 달리 학교 당국의 징계는 받지 않았다. 일반대학교에서는 학자의 사소한 잘못까지 징계대상으로 삼는데, 그는 운좋게 아무 징계를 받지않고 다시 공직에 나타났다. 이런 몰염치함에 학자들이 고개를 흔드는 것이다.세 번째는 청와대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는 점이다. 박기영 본부장을 구할 순 있겠지만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몰락의 길을 가게될 가능성이 있다.
차관급 인사 한명 때문에 과학계와 학계, 시민단체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청와대 해명을 보면 한가롭고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 대변인은 박 본부장에 대해 “공과 과를 동시에 평가해야 한다”며 과를 인정하면서도 공이 컸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오죽하면 야당에서 그런 논리라면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의 공과 과도 동시에 판단해야 한다”며 반대하고 나섰을까. 노무현 정부에서 무슨 공을 어떻게 세웠는지 객관적 평가가 나왔고 그 점을 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가?
오히려 학계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과는 청와대가 판단할 수 없다. 학자의 평가는 학계에 맡겨야 한다.
네 번째, 거짓말과 반윤리적 학자의 상징이 된 박 본부장에게 국가의 막중한 예산을 맡긴다는 것은 상식을 배반한다.
마지막으로 박 본부장 인사에 대해 야당은 물론 과학계와 시민사회 전반이 반대하고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력과 동의를 구해야 할 대통령과 집권당이 차관 인사 하나 때문에 야당의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한다는 것은 이번 인사가 재고해야 할 사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모든 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박 본부장 임명을 강행하게 되면 적폐청산과 혁신은 곤경에 처할 수 있다. 야당과의 공조는 문재인 정부 숙명이다. 사퇴는 빠를수록 좋고, 스스로 하는 모양새가 훨씬 좋다.
인사수석 한 명이 차관급 인사 오판으로 국정동력을 얼마나 빨리 잃을 수 있는 가를 시험해보는 좋은 사례가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 작은 실패가 모여 대통령 탄핵, 구속까지 갔던 가까운 역사의 사례를 항상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며 떠들던 과거 정부의 아둔함을 반복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