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을 맞은 문재인 정부가 본격적으로 적폐청산을 위한 제도 개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취임 100일 맞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데에 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본격적으로 적폐청산위원회를 가동하며 적폐청산 제도화 작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대해 “우리 사회를 아주 불공정하게, 불평등하게 만들었던 많은 반칙과 특권들을 일소하고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를 보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정부 임기 내내 계속돼야 할 노력”이라고도 덧붙였다.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청와대
100일을 맞은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도 적폐청산위원회의 첫 회의를 열고 향후 계획 방향을 밝혔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의 요구의 본질을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다시는 그와 같은 잘못된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진실을 규명하고 제도적 대안을 만어달라는 것”이라며 “적폐청산 없는 나라다운 나라 건설은 사상누각”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적폐청산위원회가 하는 역할은 문재인 정부 5년 기간 동안,적폐로 꼽혔던 국가 공권력의 문제 등을 법과 제도로 바로잡는 일이다. 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의원은 “올해 정기국회는 우리의 능력과 의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당장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문제와 검경 수사권 조정문제 등”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개혁입법 중 하나로 꼽았다.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근거를 제공한 법령과 제도, 문화 등을 분석 △적폐청산위원회의 현안 관련 각 부처별 개혁 상황 모니터링 및 대응 △여러 재판부에 포진한 국정농단 재판 상황 종합 △각 부처별 적폐청산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방안 마련 등의 역할을 하게 된다. 박범계 의원을 위원장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4명의 의원과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3명 의원 등 총 10개 상임위 14명의 위원들이 활동한다.

국회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적폐청산위원회의 역할은 저는 불공정과 부정의가 더 이상 승리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적폐청산의 완성은 입법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100일을 맞아 적폐청산의 의지를 밝히고 있으면서도 그 행보는 다소 조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청산의 우선순위와 소요되는 기간을 묻는 질문에 원론적인 수준에서 입장을 밝혔고, 더불어민주당은 적폐청산에 ‘장애물’이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지난해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치러진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어느 때보다 과거 정권을 통해 쌓인 적폐를 걷어내달라는 사회의 요구에 현 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듯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 100대 과제 중 1순위로 ‘적폐의 철저하고 완전한 청산’을 꼽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 야당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의 ‘적폐’를 겨냥하는 행보를 보일 때마다 ‘정치보복’이라는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7월18일 “5년마다 반복되는 정치보복 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나보다”라며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시행된 이래 반복되고 있는 전 정권 비리캐기 정치 수사는 이 정권도 예외는 아닌 듯 하다”라고 꼬집은 바 있다. 바른정당 역시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정치보복으로 흐르고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적폐청산을 시작도 하기 전에 이런 견제구가 나오는 이유는 적폐청산 행보가 결국 과거 집권세력이었던 자신들을 향한 칼날이 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보수야당이 여소야대 국면을 적극 활용해 개혁입법이 불필요한 입법이며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선다면 개혁입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좌절될 우려가 생긴다.

이러한 우려를 피하려는 듯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 관련 입장을 살펴보면, 전 정권 세력 등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한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을 피하려는 인상을 준다. 특정 세력을 벌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법 제도를 만들고 각 사회 기관 등에 공정과 정의를 관행화하여 사회 문화로 정착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이라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특정사건에 대한 조사와 처벌, 또 특정세력에 대한 조사와 처벌, 이런 것이 적폐청산의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여러 정권을 통해서 이 노력이 계속되어서 그것이 하나의 제도화되고 관행화되어 문화로까지 발전돼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향후 적폐청산위원회의 활동에 있을 두 가지 장애 요소로 정치보복 프레임과 기획사정이라는 의혹을 꼽았다. 적폐청산위원회 활동을 통해 특정 국가 기관에 개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결국 정부여당이 원하는 방향으로 ‘기획된’ 청산이 이뤄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박 의원은 이러한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적폐청산) 현안 대응과 관련해 각 집행부서인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에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겠다”며 “정보를 주고받지 않을 것이며 각 부처의 (개혁 관련) 현안 작업을 모니터링하고 그 부분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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