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며 MBC 노동 탄압이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최기화 기획본부장과 백종문 부사장 등 사측 인사들이 17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출석하는 등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MBC와 노동부 안팎을 취재한 결과, 최 본부장과 백 부사장은 17일 오후 4시 서울 마포 서부지청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2시간여 뒤인 6시께 출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 무렵엔 취재 기자들이 서부지청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들에 대한 조사는 6시간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MBC를 대상으로 한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은 지난 6월 말 시작됐다. 2012년 파업 참가를 이유로 이뤄진 부당 징계가 지난 5월까지 71건에 달하고 부당한 교육과 전보 배치를 받은 인력이 200여 명에 이른다는 점에서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김연국·이하 본부노조)는 지난 6월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최 본부장은 지난 2015년 9월 본부노조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가 발행한 보도 모니터 보고서 수십 장을 뭉치째 찢어 보도국 쓰레기통에 버린 바 있고 이 행위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받았다.

백 부사장은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편성제작본부장이자 인사위원으로 대량 징계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2014년 4월과 11월 백 부사장이 극우 매체 관계자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담고 있는 ‘백종문 녹취록’을 보면, 백 부사장은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최승호 전 MBC PD와 박성제 전 기자에 대해 “최승호하고 박성제를 해고시킬 때 그 둘은 증거가 없다”, “그런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해고시킨 것” 등의 발언을 했다. MBC 언론인에 대한 해고가 근거 없는 조치였음을 실토한 것.

▲ 최기화 MBC 기획본부장(왼쪽)과 백종문 부사장. 사진=MBC
▲ 최기화 MBC 기획본부장(왼쪽)과 백종문 부사장. 사진=MBC
MBC 안팎에서는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이번 달 안으로 내놓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연국 본부장은 지난 17일 공개된 국민TV 팟캐스트 ‘맘마이스’에서 “지난 5년 동안 ‘노동 탄압의 교과서’로 부를 수 있을 만큼 MBC에선 온갖 노동탄압 행위가 자행됐다”며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다음 주에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전·현직 사장을 비롯해 적어도 5~6명의 임원들이 형사 처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부지청 관계자도 지난 11일 통화에서 “MBC에서 계속해서 (노사 간에)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 결과는 확정하지 못하지만 이번 달 안으로는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현장조사 이후에도 필요하면 (사측 관계자에게) 방문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MBC 현장 조사가 끝난 뒤에 벌어진 MBC 카메라 기자 대상의 블랙리스트 문건,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구여권 이사들과 MBC 경영진의 본부노조 조합원 배제 공모 의혹 등도 사측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영주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후보자 청문회에서 “MBC의 블랙리스트 작성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엄중 조처를 예고한 바 있다.

미디어오늘은 18일 최 본부장과 백 부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기자 문자를 읽기만 할 뿐 답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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