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파업 전에는 나름 괜찮은 아나운서”였던 박경추 MBC 아나운서. 

그는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2년 파업 전에는 MBC 아나운서국에 40여 명이 있었지만 현재 그만두거나 타 부서로 배치된 사람만 20명이 넘는다”며 “다들 방송을 잘했던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박 아나운서는 “MBC의 큰 자원이자 얼굴이었던 이들은 지난 5년 간 철저히 방송에서 배제됐다”며 “방송을 못하게 된다는 건 아나운서 생명을 뺏겼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아나운서를 포함해 MBC 아나운서 27명은 18일 오전 8시부터 출연과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 파업 참여 아나운서 인사 배제에 대한 항의 의사 표시이자 MBC 구성원들의 방송 정상화 투쟁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 박경추 MBC 아나운서가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국 인사 배제 실태에 대해 발언을 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박경추 MBC 아나운서가 지난 16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국 인사 배제 실태에 대해 발언을 한 뒤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MBC 라디오 ‘잠 못 드는 이유 강다솜입니다’를 진행하는 강다솜 아나운서는 18일 오전 마지막 생방송 클로징 멘트를 통해 “‘잠 못 드는 이유’가 제겐 너무도 소중하고 정말 사랑하는 프로그램이라서 한시라도 떠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동료들과 함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파업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아나운서를 대상으로 한 사측의 인사 배제는 어떤 부문보다 노골적이었다는 평가다. 파업 이후 아나운서 12명이 회사를 떠났으며 지난 10일 퇴사한 김소영 아나운서는 대표적인 사례다.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었던 김 아나운서는 지난해 10월 ‘뉴스투데이’ 앵커에서 경질된 뒤 무려 10개월 간 방송을 맡지 못했다.

본부노조에 따르면, 김장겸 MBC 사장 선임 이후 예능과 라디오 부문 PD들이 김 아나운서 스케줄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수차례 아나운서국에 “김 아나운서를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거나 활용하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신동호 국장은 이를 묵살하거나 거부했다.

한편, MBC 아나운서들의 업무 중단 소식에 누리꾼들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누리꾼은 포털 사이트에 “어쩐지 이분들 모두 언제부턴가 뉴스에서 안 보이고 TV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바뀌더니 이런 이유였군요. 힘내세요. 응원하겠습니다”라는 댓글을 남겼고 또 다른 누리꾼은 “지지합니다. 마봉춘으로 돌아 오세요”라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 이번 제작 중단에 참여하지 않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과 배현진·양승은 아나운서 등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댓글이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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