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다.” 미국 IT저널리스트 톰 포렘스키의 말이다. 한국에서도 미디어 기업의 장벽이 무너졌고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우리는 두 개의 집을 갖고 있다. 한 집은 불타고 있고, 다른 하나의 집은 건설 중이다.” 칼럼니스트 제프 자비스의 말이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디지털 혁신의 난점을 잘 설명하는 표현”이라고 부연했다.

격변의 시기 성공의 실마리는 콘텐츠와 플랫폼에 있다. 독자의 라이프스타일에 파고 들어야 하며 신뢰와 팬덤을 끌어올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을 세워야 한다. 직접 플랫폼이 될 수 없다면 플랫폼에 올라 타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되 다음 스텝을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의 7가지 인사이트를 정리했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 라운드 테이블.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 라운드 테이블. 사진=이치열 기자.

1. 미디어의 확장, 브랜드가 무한도전 만드는 시대

“브랜드(기업)가 무한도전을 만드는 시대가 됐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현재 미디어 시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SNS에서 주목 받은 대표적인 콘텐츠는 폭언에 시달리는 전화상담사를 위해 통화 연결음에 가족의 메시지를 담았더니 폭언이 줄어들었다는 내용의 실험카메라 형식의 영상이었다. 그런데 이 영상을 만든 건 방송사가 아니다. GS칼텍스가 만든 자사 브랜드 ‘광고’였다.

박준완 GS칼텍스 브랜드관리팀장은 “이제 캠페인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게 아니라 빗방울 떨어지듯 상시진행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PR과 마케팅의 관점을 포괄하는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며 선언과 같은 발표를 했다. 저널리즘은 더 이상 언론의 전유물이 아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저널리즘이라는 용어를 쓰는 게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언론과 기업은 좋은 이야기를 하고 이를 퍼뜨리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송고버튼 누르면 집 나간 자식처럼 버려지는 상황에서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참여도 이끌어낼지 고민해야 한다.” 신문방송업계 종사자가 아닌 ‘배달의 민족’앱을 서비스하는 ‘우아한 형제들’ 소속 이현재 실장의 발언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기성언론이 하지 못하는 유통과 참여에 대한 고민을 미디어 바깥 영역의 기업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어 이용자 참여를 유발한 ‘XX아 너는 먹을 때가 제일 예뻐’ 캠페인을 비롯해 ‘치믈리에’ 행사까지. ‘우아한 형제들’의 전략은 레거시 미디어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이현재 '우아한 형제들'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이현재 '우아한 형제들' 실장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2. 바이럴을 부르는 브랜디드 콘텐츠의 ‘황금비율’

브랜드가 콘텐츠를 만든다는 건 달리 말하면 광고와 콘텐츠의 장벽이 허물어졌다는 의미다. 전통적인 방송규제는 광고와 콘텐츠의 장벽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중간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MCN업계에서는 이를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부른다. 신문이 말하는 네이티브 애드와도 접점이 있다. 컨퍼런스에서 이들 사례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진행했는데 ‘광고와 콘텐츠의 황금비율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랜스TV가 만든 ‘JJ노마드’라는 동영상 시리즈는 제주항공과 함께 만든 브랜디드 콘텐츠지만 제주항공 로고가 노골적으로 나오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유명 래퍼 레디, 롱보드 여신으로 불리는 고효주 등이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콘텐츠로서 이용자를 매료시킨다. 광고지만 유료방송채널에 콘텐츠로서 편성되는 저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쉐어하우스의 ‘욕실 꿀팁’ 시리즈는 대박을 터뜨렸다. SK텔레콤이 ‘생활 플랫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제작한 이 브랜디드 콘텐츠는 SK로고를 슬쩍 비추고 상당 시간을 수건을 예쁘게 접는 방법 등 실용적인 팁을 보여준다. 결과는? 조회수 1억500만, 공유 300만 건에 달했다. 제휴 언론사인 한국일보, 조선일보, 세계일보가 돈 받고 제작한 이 광고 영상을 가져가 올리기도 했다.

헤럴드 인스파이어의 ‘네이티브 광고’ 전략도 이들 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 전략과 유사하다. 헤럴드 인스파이어의 ‘종이비행기 국가대표’편은 아시아나 항공 격납고가 배경일 뿐 직접적인 홍보를 하지 않는다. 종이비행기 국가대표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이들은 종이비행기에도 섬세한 설계와 정교한 기술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아시아나항공이 추구하는 이미지에 빗댈 뿐이다.

브랜디드 콘텐츠의 앞날은 어떨까.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유튜브는 브랜디드 콘텐츠 앞에 광고를 붙인다. 유튜브 입장에서는 콘텐츠라는 의미”라며 “브랜디드 콘텐츠가 콘텐츠라면 적어도 다른 콘텐츠를 압도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 플랫폼에 올라타되 다음을 고민하라

콘텐츠를 올려놓는다고 알아서 팔리는 시절은 지났다. 박성조 글랜스TV 대표는 ‘옴니채널’을 통해 곳곳에 파고 들 것을 강조해왔다. “옴니채널 전략의 기본은 소비자의 시간에 들어가는 것이다. 브랜드나 미디어 모두 소비자에게 들어가는 데 주목해야 한다” 글랜스TV는 미용실과 서울 시내버스에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플랫폼과 소셜미디어 의존형 미디어가 많다”고 진단했다. 한계점이면서도 하나의 실마리이기도 하다. 현실적으로 자체 플랫폼을 만들기 힘든 상황에서는 플랫폼에 올라타는 전략이 유효하다. 배윤식 쉐어하우스 대표가 “콘텐츠는 물고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쉐어하우스는 어떤 곳이라도 물길만 뚫리면 무난히 헤엄칠 수 있는, 어디에서나 무난하게 선보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며 많은 채널을 통해 퍼뜨리고 있다.

일간지의 플랫폼 전략은 ‘전재료 인상협상’과 ‘온라인 이슈대응 기사작성’ 등 두 가지로 요약되지만 네이버가 모바일 주제판 운영권을 언론에 내주면서 새로운 사업형태가 싹트고 있다. 포털의 하청업체라는 비판도 있지만 조선일보 잡스앤과 매일경제 여행플러스가 예상보다 높은 성과를 거둔 건 분명하다. 조선일보가 운영하는 네이버 잡스앤의 월간 콘텐츠 조회 수는 973만에 달한다. 매일경제 여행플러스는 배너광고가 11월까지 다 팔렸다고 한다.

백강녕 조선일보 잡스앤 대표와 이창훈 매일경제 여행플러스 대표는 네이버 덕에 수익을 낸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네이버를 극복하는 게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플랫폼에 올라타되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창훈 대표는 “우리가 수익모델을 만들지 않는 이상은 네이버 좋은 일만 하다 말 것”이라며 “버티컬포털이 일으키는 트래픽은 네이버에 귀속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고 비즈니스를 창출하기 위해 시도했다”고 밝혔다.

레거시 미디어는 뉴미디어로, 뉴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에 역으로 올라타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10년만 늦게 태어났으면 이 고생을 하지 않았을텐데.” 김혁 SBS 미디어비즈니스센터장의 뼈 있는 농담이다. 김혁 센터장은 “콘텐츠를 주고 돈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콘텐츠를 주고 돈과 함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VOD, 스트리밍, 클립 등으로 방송을 가공해 판매하는 사업 뿐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 맞게 디지털 마케팅까지 확장해야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에서 가장 큰 MCN업체 CJ E&M 다이아TV의 고민은 정반대다. 디지털 광고시장이 성장하는 규모가 예상처럼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시장에 진입했다. 황상준 다이아TV 편성사업팀장은 “앱을 만들거나 SNS채널을 키우는 등의 고민을 해봤지만 CJ가 원래 TV를 해온 사업자여서 잘 할 수 있는 TV로 가자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에 올라탄 콘텐츠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까?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모바일은 모바일답게, TV는 TV답게, 영화는 영화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텐츠는 플랫폼의 종속변수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는 플랫폼이라는 그 공간이 규정짓는다. 플랫폼의 특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영화가 TV라는 라이벌을 만났을 때 시네마스코프(대형 와이드스크린)가 나왔고, HBO채널로 언제든 TV에서 영화를 보게 됐을 때 블록버스터 개념이 만들어졌다. 블록버스터 영화와 같은 스케일의 TV드라마가 나온 지금은 ‘덩케르크’같은 극장의 특성을 극대화한 콘텐츠가 나온다는 것이다.

“100년 전 신문과 지금 신문은 구조가 똑같다.” 김민성 뉴스래빗 팀장은 신문에서는 플랫폼다운 시도가 미미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새로운 걸 시도한다고 하면서 정작 연구개발(R&D) 개념이 없는 게 이상하다”며 연구개발을 통한 프로토타입의 새로운 뉴스 형식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당장 돈을 벌어다주는 것은 아니지만 22개 형식의 뉴스래빗 프로토타입 기사는 뉴스래빗의 자산이 됐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조영신 SK경제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4. 혁신은 ‘신뢰’와 ‘팬덤’ 확보에서부터

이틀 동안 컨퍼런스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신뢰’였다. 각 사업자들이 선 위치에 따라 전략은 달라질 수 있지만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공통과제다.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우리 매체에) 중요하게 가치를 부여하는 그들을 삶의 동반자로서 생각하는 미디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선 열정에 기름붓기 대표는 “소비자는 어떤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나의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신뢰가 있기 때문에 구매하고 이용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희 SM엔터테인먼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즈 본부장은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을 갖고 팬덤을 확보하라”고 조언했다. SM은 아이돌이 등장하는 상품을 개발하고 카페, 레스토랑 등의 사업을 한다. 청소년이 아이돌에 자신을 투영하고 팬덤을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보는 상황에 착안해 상품을 개발하고 이용자 스스로 홍보하는 효과도 노린 것이다. 독서모임 스타트업 트레바리가 ‘트레바리 하는 사람’이라는 브랜드가 형성되도록 노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윤수영 대표는 “대신 자랑해주는 것”이라며 “사과마크가 있는 제품에 애플이 브랜딩이 돼서 내 자랑을 대신하는 것처럼 ‘트레바리 한다’는 것의 브랜딩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색다른 리뷰로 이용자들을 사로잡은 디에디트의 하경화 에디터는 ‘사랑받는 캐릭터’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항상 성공하는 콘텐츠의 공식은 없지만 항상 사랑받는 캐릭터는 있다”면서 “리뷰어가 자신을 드러내면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반대라고 본다”고 조언했다. 주관을 드러내지 않는 레거시 미디어 기자의 전략과는 상반된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하경화 디에디트 에디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하경화 디에디트 에디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5. 독자분석은 기본? 더 잘 알아야

“우리는 누구에게 복무하는가.” 강정수 대표는 스타트업과 레거시 미디어 모두 이 질문을 잊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을 어떻게 하면 상품에서 서비스로 바꿀 것인가. 10대를 위한, 20대를 위한, 30대를 위한. 철저하게 타깃 오디언스에 기반한 버티컬을 파면서 성장해야 한다.”

이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타겟팅이 필요하다. 강함수 에스코토스 대표는 “통계학적인 타깃 오디언스가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뒷단에 찾아들어가 발견하는 게 우리가 가야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타깃을 추상적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실존하는 독자를 찾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교한 독자 분석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미디어커머스 사업을 하는 이은영 아샤그룹 대표는 “홈쇼핑처럼 방송하고 판매가 종료되는 것과 달리 영상이 업로드된다고 해서 판매가 끝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픽셀관리, 링크클릭률, 구매전환율, 인게이지먼트 등의 다양한 분석을 통해 최적화된 콘텐츠로 업데이트하고 영상 하나하나가 데이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영 스위즐랩스 대표는 눈대중으로 하는 콘텐츠 분석에 그치지 않고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결합한 정교한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콘텐츠 10만 조회수 나오면 성공인가? 댓글이 5000개 붙으면 성공인가? 욕이 난무할 수도 있고 불만이 있을 수도 있다. 불완전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성데이터를 함께 읽어 보완된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즐랩스가 메이크어스(딩고)와 함께 여러 콜라맛을 비교하는 콘텐츠를 올린 결과 독자들이 ‘탄산의 특성’과 ‘영상에 등장한 모델의 이름’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분석해 이를 바탕으로 PPL 제안서를 작성했다.

카카오가 알고리즘 ‘루빅스’를 만들면서 하게 된 ‘체류시간’에 대한 고민은 정교한 분석을 위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승원 카카오 미래미디어 파트장은 “본문에 있는 정보의 특성, 기사의 길이 등에 따라 체류시간은 같아도 취득하는 정보의 양이 다를 수 있다”며 ‘체류시간’이라는 지표를 복합적으로 분석하라고 조언했다.

박세용 어센트네트웍스 대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갈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자연유입을 늘리기 위해 단순히 이용자의 행동만 분석하는 게 아니라 ‘의도’까지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어떤 의도를 갖고 구글 검색을 하는지, 그럼에도 답을 못 찾은 게 무엇인지 알게 되면 이 같은 콘텐츠를 사전에 준비해 유입을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6. 접목할 수 있을까? 주목해야 할 흐름

당장 미디어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주목해야 할 시장의 흐름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는 허구성이 있지만 인공지능 기술에 따른 환경변화가 예고된 것은 사실이다. 이성춘 KT경제경영연구소 상무는 인공지능 기술이 미디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며 AI비서 상용화에 따라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뉴스 콘텐츠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했다. 미국에서는 알고리즘이 SF영화 수천편을 학습해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고, 과일회사로 유명한 Dole은 인공지능 회사와 협업해 시간, 지역에 맞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점도 미디어 시장이 주목할만하다.

중개자가 사라져 직거래가 가능하고 국경을 벗어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가상화폐 도입도 미디어 업계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가상화폐를 통한 콘텐츠 유료화가 이미 미국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인구가 많으니까 무조건 잘 되는 거야”라는 일반적인 시각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유재석 원아시아 선임에디터는 “중국 콘텐츠 플랫폼은 대중적인 내용에서 전문적인 내용으로 급격히 판도를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강의한다거나 지식인들과 음성, 텍스트로 문답을 하는 서비스가 흥행하고 있다. 무료 스낵컬쳐에 집중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현상인데, 간편결제 활성화에 따라 이용자의 콘텐츠 유료구매 의사가 높아진 것이라면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유재석 원아시아 선임에디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유재석 원아시아 선임에디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7. 그럼에도 소홀히 해선 안 될 ‘본질’

키노트 스피치의 핵심은 ‘저널리즘의 본질’이다. 손석희 JTBC 사장은 “디지털의 목표는 저널리즘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날로그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원칙과 상식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디지털 세계로 올라갈 수 없다.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은 중요하지만 거들 뿐이다. SBS 권지윤 기자는 역설적으로 ‘좋은 데이터 저널리즘’에는 ‘현장취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취재수단 중 하나지만 진리는 아니다. 대인취재, 대기관 공식취재, 비선취재가 종합돼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본질을 꿰뚫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이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미디어오늘이 지난달 30~31일 이틀 동안 주최한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에서 손석희 JTBC 사장이 키노트 스피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 같은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기사가 ‘5.18 역사왜곡 전파과정 데이터 분석’이다. 인터넷 공간의 애곡된 정보 전파를 추적하면서도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민군을 ‘북한군’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반박하기 위해 실제 당시 시민군들을 만나 ‘북한군 침투설’이 사실무근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콘텐츠만으로 돈을 벌기 힘든 여건에서 10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펀딩을 한 박상규 셜록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독자들이 저한테 10억 원이나 펀딩을 했던 건 기존 언론사가 하지 않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4대문 안은 지식인과 권력자 중심 세상이다. 그들의 같은 말을 재생산하고, 다 똑같은 기사 쓰고 있다. 4대문 밖으로 벗어나면 블루오션이다. 언론은 ‘말하지 못하는 존재’를 위해서 말해야 한다. 한국 저널리즘의 미래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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