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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가 댓글부대 특종을 들고 tbs를 찾은 까닭은

[인터뷰] 파업 중에도 취재하는 이재석 KBS 기자 “사장 임기 보장? 형식적 논리 동의 못해”

2017년 09월 07일(목)
차현아 기자 chach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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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가 낸 단독 보도는 KBS 전파를 타지 못하고 세상에 공개됐다.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개입됐고 그 결과가 청와대에 매일 보고됐다는 전직 간부의 증언이 KBS 기자 취재 결과로 폭로됐다. 이 보도는 KBS 전파가 아닌, 유튜브 등을 거쳐서야 세상에 공개됐다.

입사 13년 차 KBS 국제부 소속 이재석 기자(39)는 이명박 정부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서도 군 사이버사령부가 댓글조작에 투입됐다는 의혹을 담아 추가 보도를 했다. 이번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서다. 파업 3일째를 맞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소속 기자들도 ‘파업뉴스’를 제작하고 유튜브를 통한 추가 보도를 이어갔다.

이 기자는 단독 보도가 KBS ‘뉴스9’ 첫 꼭지 뉴스로 나갔으면 했다. KBS 기자라면 당연한 바람이었다. 이 기자는 지난 9년 간 KBS 기사들이 날카로움을 잃고 초점 없이 흐려진 채 출고되거나 아예 출고조차 되지 못했던 일들을 지켜봐왔다. 이 기자는 제대로 보도가 안 될 수 있다는 냉소를 떨치지 못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

<관련기사: “‘군 댓글공작에 청와대 개입’ 특종 막은 KBS 파문”>

미디어오늘은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이재석 기자를 만나 KBS가 파업 중인 현 상황에서 군 댓글부대 단독 보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했다.

▲ 유튜브를 통해 추가 보도된 정부의 군 댓글공작 보도 영상 갈무리.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유튜브 페이지.
▲ '파업뉴스'로 보도된 박근혜 정부의 군 댓글공작 보도 영상 갈무리. 출처=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유튜브 페이지.
-단독 보도 반향이 큰데, 혹시 ‘파업뉴스’ 등을 통한 추가 보도 계획이 있나?

“개인적으로 추가 취재를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보도로 상황은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게 사실이다. 보도 이후 후속 조치들이 정부 차원에서 마련되고 있다. 다만 실체적 진실에 어느 정도까지 접근하게 될지는 우리가 계속 감시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지금은 파업에서 승리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파업뉴스’에서는 고대영 KBS 사장과 이사진 관련 다른 아이템 취재해야 할 것 같다. 댓글공작 사안은 제가 원래 해왔던 아이템이니까 조용히 제 개인 시간을 할애해 추가 취재 중이다.”

- 제보자이자 군 사이버사령부 530심리전단에서 댓글부대를 지휘한 김기현 전 과장 폭로 보도를 KBS 뉴스를 통해 보도하고 싶었을 것 같다.

“김 전 과장을 퇴임 이후 지난 7월에 만났더니 현직 때는 못했던 중요한 얘기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 국정원 관련 보도는 보통 익명 취재원을 통해 나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왕이면 힘을 받기 위해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래서 실명 인터뷰를 하게 됐다. 제보자가 폭로를 결심한 만큼 KBS 메인뉴스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 보도국 수뇌부 가치관과 능력을 볼 때 제보자 폭로 내용이 매우 이상하게 변질돼 보도될 것 같다는 불안감도 공존했다. 하루에도 이 두 가지 마음이 왔다갔다했다.”

▲ 이재석 KBS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이재석 KBS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취재할 때부터 보도국장단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나올 거라고 80%는 예상했다. 20%를 왜 예상 못했냐면, 지금 고대영 체제는 임기를 온전히 마치기 위해 논란을 만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심 20% 정도는 혹시 이들도 전향적으로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였다. 솔직히 참담함은 별로 없었다. 이게 지난 9년 간 KBS 보도국 일상에서 다반사로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냥 또 이렇게 됐구나 하는 냉소와 환멸이 있다. 다만 선후배 기자들과 파업뉴스 형태로 신나게 취재해 풍성하게 보도했고, 청와대나 국방부에서도 반응이 있어서 보람은 있다.”

-특히 파업 국면에서 이 사안이 갖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제작거부에 들어간 초기에 이 사안이 터져서 구성원들이 더 분노한 건 사실이다. 사실 9년 간 이런 사례는 무궁무진해서 이번 에피소드가 유별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기자 조합원들에게는 또 이런 일이 터졌구나 하는 환멸과 냉소를 준 건데 파업 동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 '파업뉴스'를 제작하고 있는 KBS새노조 조합원들. 약 20여명이 파업기간 중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 '파업뉴스'를 제작하고 있는 KBS새노조 조합원들. 약 20여명이 파업기간 중 함께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파업뉴스’에서 파업 기간 중 다룰 아이템은 어떤 내용인가?

“예를 들면 2011년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이 있다. 지난 9년 간 KBS 저널리즘이 어떻게 망가졌는가는 이미 세상에 알려져 있기 때문에 다시 보여주는 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도청 의혹 사건’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외에도 사장과 이사진 개개인 문제를 다루게 될 것 같다. 사내에서 본격적으로 언급되지 못했던 문제들을 꾸준히 뉴스 형태로 보도해 파업 참가 구성원 사기를 높이면서 사장과 이사진들을 최대한 압박하려고 한다.”

-파업 3일째인데 파업에 참가한 구성원들의 현재 분위기는 어떤가?

“사기는 매우 올라있다. 구성원들 개개인들의 사기가 올라와 있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번 싸움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파업을 통해 많은 이들이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정상화돼야 한다고들 한다. 정확히 파업을 통한 ‘정상화’ 작업은 어떤 것인가?

“여담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상화’라는 말은 쓰기가 참 애매하다. ‘정상화’라는 단어가 KBS 내에서는 정반대로 쓰였다. ‘KBS 기자협회 정상화를 위한 모임’이라는 정체불명의 모임이 2016년 총선을 앞두고 탄생했다. KBS 기자 사회에서 ‘정상화’라는 단어는 아주 입에 담기 짜증스러운 단어다. 저희 내부에서는 그래서 ‘재건’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기자사회만 국한시켜 얘기한다면 ‘재건’의 대상은 저널리즘이다. KBS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수신료를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인적·물적 재산이다. 그 어떤 언론사와 비교가 안 된다. 그 자원을 우리는 그동안 매우 소모적으로, 불합리하게 사용했고 심지어 보복인사도 이어졌다. KBS 저널리즘을 재건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탐사보도국을 만드는 것이다. 팀 단위가 아니라 국 단위로 만들어 탐사보도를 할 수 있도록 기자 20~30명을 투입해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 압도적인 물량을 지원하면 여기에서 생산되는 보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KBS가 묵직하고 중량감 있는 탐사 의제를 우리 사회에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기도 한데?

“지금은 백화점식으로 나열하는 뉴스를 반복하고 있다. 방송 뉴스라 일반 시청자들에게 쉽게 전달해야 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독자들도 하루 종일 모바일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일상이다. 앞으로 사실관계를 단순 나열하고 사안의 겉만 전달하는 뉴스는 미래가 없다. 뉴스를 앞으로 어떻게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 요즘 선후배끼리 토론하고 있는데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게 나오고 있다.”

▲ 이재석 KBS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 이재석 KBS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9년 간 KBS가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사실상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해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MBC 만큼은 아니더라도 사측은 이른바 자기 코드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평기자와 부장을 막론하고 취재 일선에서 배제했다. 지난 9년 간 유능한 선배와 후배들, 동료들 모두 취재와 보도 기회를 잃었다. 윗사람 코드를 맞추고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명단에 오른 사람들만 보직을 받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진짜 유능한 사람들이었나? 진보, 보수 정권 이런 문제를 떠나 그들은 그저 무능한 사람들이었다. 물론 KBS에 새로운 리더십이 생긴 후 ‘기자협회 정상화 모임’ 등의 구성원들과 함께 공존하며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축하고 재건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고민이 되는 건 사실이다. 다만 희망적인 것은 그들 중 일부도 이번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영화 ‘공범자들’을 보면 알겠지만 그동안 내부에서 꾸준히 싸워온 것이 사실이다. 우리 힘이 부족했고 정치적 환경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아무리 싸워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동안 침묵했던 것도 아니고 납작 엎드려 있기만 했던 것도 아니다. 더 늦기 전에 한 목소리로 일터에서 나와 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정권 바뀌어도 사장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식의 형식적 논리는 동의할 수 없다. 사장이 KBS 저널리즘을 지금 제대로 구현하는지에 대한 질적인 판단이 우선이다. KBS 내부 구성원들도 그렇고 국민들, 시민단체들, 언론학 교수들도 공통적으로 고 사장을 두고 질적 판단을 내려주고 있지 않나.”

-KBS 내부만 놓고 보면 지난 정권을 거치면서 망가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젊은 세대들이 점점 TV 앞을 떠나는 외부 환경 변화도 KBS 영향력을 떨어지게 한 요인이 아닐까? ‘재건’이 가능한가?

“흐름이 변화하고 있어 과거 지상파 전성시대를 다시 구가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에 동의한다. 다만 그동안 2040세대에 맞는 디지털 전략을 KBS가 철저히 수립하고 이행했던 것도 아니다. 사실상 아무 것도 없었다. 그 작업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할 충분한 자원들이 있다. 그동안 써먹지 않았을 뿐이다. 그동안 지난 9년 간 KBS 수뇌부는 그 많은 인력과 자원을 심하게 말하면 시궁창에 처박아 넣은 거다. 손석희 앵커가 말한 것처럼 저널리즘 본령에 충실하고 디지털 플랫폼이든 전파든 콘텐츠 그 자체 힘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서고 저널리즘 재건을 위한 제도화 작업에 착수하면 빠른 시일 내에 KBS 신뢰도와 영향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건 절대 KBS 기자들이 잘나서가 아니다. KBS라는 국민 수신료를 기반으로 하는 물량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한 사업장에서 파업하는데 이렇게 시민들이 응원해준 사례가 있었나. 사실 부끄럽기도 하다. (시민들의 지지를) 앞으로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고 사장이 퇴진한 뒤 재건된 KBS에서 첫 아이템으로 발제하고 싶은 것이 있나?

“있다. 지금은 일단 보물처럼 간직하고 있다. 해당 부서에 가야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취재하지 못한 것도 있지만 지금 현 체제에서는 보도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전혀 없어 미룬 것도 있다. 큰 틀에서 KBS 보도를 두고 얘기한다면 투 트랙이다. 지난 9년 간 못했던 권력과 제도 감시 측면에서 방산비리, 자원외교 등의 문제를 짚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재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보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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