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님이 시청 중입니다.”

KBS 기자·PD들 사이에선 한 장의 페이스북 캡처 사진이 화제였다. 지난 6일 강원도 평창에서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과 고대영 KBS 사장이 마주하던 상황. 

물론 고 사장은 검은색 세단 안에서 틀어박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시간30분 동안의 대치 과정을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으로 중계했다. 해당 게시물은 페이스북 공유만 400회가 넘었고 조회수는 5만5000회를 기록했다.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성 본부장은 현장에서 “뭐라도 한 말씀해달라”, “왜 차량 창문도 못 여느냐”, “평창 동계 올림픽을 어떻게 준비하실 건지 얘기해달라”, “자리 뭉개고 앉아서 KBS 다 망가지고 있지 않느냐”며 대면을 요구했지만 고 사장은 묵묵부답이었다.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박승규 KBS 스포츠국장, 고대영 KBS 사장이 대치하던 장면을 정연주 전 KBS 사장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 박승규 KBS 스포츠국장, 고대영 KBS 사장이 대치하던 장면을 정연주 전 KBS 사장도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페이스북 화면
KBS 구성원들은 ‘셀프 감금’이라고 고 사장을 비난했다. 대표적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해야 하는 스포츠국 소속의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은 7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외국에, 사무총장은 서울에 있었다는데 대체 누구를 만나고자 무엇을 보고자 평창에 가셨던 건가”라고 분개했다. 

그러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이 1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제발 일할 수 있게 그 자리에서 내려오시기 바란다”고 퇴진을 촉구했다.

흥미롭게도 ‘셀프 감금’ 페이스북 라이브는 정연주 전 KBS 사장도 지켜봤다. “정연주님이 시청 중입니다”라는 알림 메시지가 캡쳐돼 KBS 언론인 사이에서 회자됐던 것. 이 사진에는 성 본부장과 차 안에 틀어박힌 고 사장, 박승규 KBS 스포츠국장이 등장한다. 박 국장은 현장에서 “여기서 이렇게 하면 대화가 안 된다”며 성 본부장의 고 사장 대면 요구를 가로막았다.

▲ 지난 6일 강원도 평창에서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과 고대영 KBS 사장이 마주하던 상황. 물론 고 사장은 검은색 세단 안에서 틀어박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비에 젖은 성 본부장이 고 사장의 차량 유리창에 비쳐진 모습. 사진=새노조 페이스북
▲ 지난 6일 강원도 평창에서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과 고대영 KBS 사장이 마주하던 상황. 물론 고 사장은 검은색 세단 안에서 틀어박혀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 비에 젖은 성 본부장이 고 사장의 차량 유리창에 비쳐진 모습. 사진=새노조 페이스북
성재호 본부장이 2008년 MB 정부의 KBS 장악 시도를 일선에서 저항했던 기자 가운데 하나라면, 박 국장은 2008년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으로서 정연주 전 KBS 사장 사내 퇴진 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언론노조가 박 본부장을 제명하자 박승규 집행부의 KBS본부는 산별노조인 언론노조를 탈퇴했다. 현재 교섭대표노조인 ‘KBS 노동조합’의 역사다. 

지난 7일 총파업에 돌입한 ‘KBS노동조합’은 국회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10만 국민 청원 운동을 통해 방송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알리고 청와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고 사장과 이 이사장 퇴진 운동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과는 온도 차이가 있다.

▲ 9월1일 저녁에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9월1일 저녁에 열린 방송의날 축하연에 입장하는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고 사장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 언론 특보 출신 김인규 전 KBS 사장(2009년 11월~2012년 11월)을 KBS 사장으로 옹립하려 했던 인물로 꼽히곤 한다. 9년 전 정 전 사장의 ‘정적’들이 지금은 KBS 언론인들과 사내 대다수 구성원으로부터 ‘적폐 언론인’으로 분류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연임할 땐 구노조(KBS 노동조합)가 드러눕고 난리를 피웠다. (경험에 비춰보면) 고대영은 어떻게 4개월여 동안 구성원들을 피해 다닐 수 있을까 싶다. 내 편, 네 편을 떠나 KBS 사장 자리는 참 힘든 것 같다.(웃음) KBS 사장이 뭐 그리 영광스러운 자리라고 저런 곤욕을 치를까….” 고 사장의 ‘셀프 감금’을 페이스북으로 지켜본 정 전 사장의 촌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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