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앞에서 ‘5천만 핵 인질·공영방송장악 국민보고대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은 전국 각지에서 자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모였다고 밝혔고 이 자리에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 등 당 주요 간부들도 대거 참석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일종의 ‘총력전’을 펼친 셈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각 지역 국회의원들과 당협위원장 등이 관광버스 등을 동원해 국민보고대회 참여 인원들과 함께 상경했으며 이를 위해 홍문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은 조직적으로 동원할 목표 인력을 정하고 이를 준수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관련기사 : ‘전세버스 5대 200명’… 한국당 9일 장외집회 ‘동원’ 지시 / 국민일보)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천권을 갖고 있는 중앙당이 당원들을 동원, 버스로 실어 나르는 모습도 보기 드문 광경이지만, 이는 이날 자유한국당 인사들이 ‘국민보고’라는 이름으로 연단에서 한 발언들에 비하면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 지난 9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앞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원과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사진=자유한국당
▲ 지난 9일 오후 서울 코엑스 앞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및 당원과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문재인 정권 '5천만 핵인질, 방송장악'저지 국민보고대회가 열렸다.사진=자유한국당
이날 자유한국당 국민보고대회의 주요 주제는 북핵 위기 관련 정부의 대응과 최근의 공영방송 파업 상황과 관련된 것이다. 이중 공영방송 문제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지속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언론장악을 주장해 왔는데, 미디어오늘 등 몇몇 언론들이 수차례 자유한국당의 ‘내로남불’식 주장과 억지를 고발하고 비판했음에도 이날 자유한국당 인사들은 그러한 비판에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문재인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려 하고 있다며 핏대를 높였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청와대는 전대협·주사파가 점령했다”며 색깔론을 바탕으로 한 악의적인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공영방송 사장과 이사장 퇴진 운동 등의 내용이 담긴 문건을 근거로 정부·여당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헌법 위반”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미 공영방송 구성원 대다수가 KBS와 MBC가 지난 정권들에 대한 편향적인 방송을 했고 방송의 공정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며 고대영, 김장겸 두 사장에 대한 퇴진운동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자유한국당은 마치 이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선동으로 이루어진 것 마냥 반복적인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문건에 따라서 언론까지 재갈을 물리고 무력화 시킨다고 한다면 이 사람들의 생각하는 좌파정권의 장기화 그 음모가 이 안에 다 담겨져 있다”며 “YTN 사장이 물러나고 EBS 사장이 물러났다. 우리나라 방송정책을 장악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 자유한국당 추천은 1명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난 방송사 사장들을 거론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정권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공영방송을 장악했던 자신들에 대한 비판은 전혀 기억도 나지 않는 듯한 태도다.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비판은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극심한 상황이었으나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새누리당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울러 여기에 MBC에서 32년 간 근무했다는 이상로 미디어포럼회장이라는 사람이 나와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제 후배 상당사람은 속고 있다”며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지도부에 ‘왜 좌파정권 때는 파업을 안했지요?’ 하고 물어야 한다”며 공정방송 투쟁에 나선 자신의 후배들의 얼굴에 먹칠을 해대기도 했다.

그 밖에도 이날 국민보고대회는 많은 사람들이 연단에 올라가 수많은 거짓과 마타도어를 쏟아냈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도 선거 캠프 특보 출신 인사를 공영방송 사장에 앉혔을 때, 그 낙하산 사장들이 일선 기자·PD들의 제작자율성을 침해하며 징계의 칼날을 휘둘렀을 때, 청와대 홍보수석이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를 주무르려 했을 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 와서 공영방송 장악을 저지한다느니 말을 하는 것은 ‘후안무치’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이들은 또한 전시작전권 하나 없는 나라에 전술핵을 들여오자며 동원된 당원들을 끌어 모아 부르짖었지만 정작 작전권 하나 주권국이 찾아오자는 주장에 ‘종북’이니 ‘주사파’니 해대며 색깔론을 들이댔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이제와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운운하고 ‘핵인질’ 운운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 홍준표 대표는 자신들의 지지율이 쪼그라들고 정체된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자기 주변에 모여든 지지자들을 쳐낸 것 또한 이명박근혜 9년 동안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 현실은 ‘내로남불’이 된다고 해서, 모른척 한다고 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국민보고대회 이후 곧 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도 언론도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에 별 관심을 보이지도 않는 상황에서 국민보고대회라는 이름으로 지지층을 불러 모아 세를 과시하며 이를 출구전략으로 삼은 셈인데, 명분 없는 싸움에 대한 출구전략치곤 참 시간과 돈이 아까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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