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아들이 필로폰을 몰래 들여와 투약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가운데 ‘마약 거래실태’를 다룬 언론보도가 모방범죄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모니터 보고서를 내고 방송의 ‘마약 거래실태’ 관련 보도가 지나치게 구체적이고 자극적으로 사안을 다룬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TV조선 종합뉴스9는 18일 “‘즉석만남’ 채팅앱 마약 거래까지” 리포트에서 “채팅앱에서는 성매매 뿐 아니라 마약을 함께 투약하자거나 판매한다는 글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xxx나 xxx등 마약을 뜻하는 은어가 사용된다”며 마약의 은어를 직접적으로 방송에 노출했다. 같은 날 MBC 뉴스데스크 역시 “이번엔 ‘필로폰’…남경필 지사 장남 체포”리포트에서 자료화면을 통해 마약의 은어를 노출했다.

같은 날 TV조선의 “속옷에 숨겨 통과…공항 ‘속수무책’” 리포트는 마약 운반 의심자가 아닌 경우 정밀검색을 실시하지 않아 속옷 등에 마약을 숨기면 들키지 않는다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TV조선은 “신체 은밀한 곳에 마약을 숨기고 무사히 입국하는 여성” 등 자극적인 상황묘사를 하기도 했다.

▲ 지난 19~20일 방영된 채널A '뉴스특급' 화면 갈무리.
▲ 지난 19~20일 방영된 채널A '뉴스특급' 화면 갈무리.

민언련 보고서에 나온 사례 외에도 채널A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인 ‘뉴스특급’에서 이틀에 걸쳐 문제적인 방송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뉴스특급은 마약의 은어를 자막과 배경 그래픽을 통해 지속적으로 내보냈고 “남경필 장남 ’화끈하게 즐길 여성 구한다’” 등 자극적인 자막이 이어졌다. 20일 뉴스특급에서는 마약 종류별 단가, 반입 방법은 물론이고 유튜브에 올라온 마약 제조 영상을 반복적으로 노출했다.

이 같은 보도는 방송심의 규정 위반이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범죄 및 약물묘사) 2항은 “방송은 범죄의 수단과 흉기의 사용방법 또는 약물사용의 묘사에 신중을 기하여야 하며, 이 같은 방법이 모방되거나 동기가 유발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앞서 2015년 9월 MBN ‘뉴스파이터’는 한 중학생이 사람이 없는 교실에 고의로 불을 낸 사건에 대한 토크를 하며 불을 낸 학생이 직접 촬영한 범죄 영상을 5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내보내 논란이 됐다. 2016년 3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범행장면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묘사해 모방의 위험성이 크다는 이유로 법정제재인 ‘경고’를 내렸다.

(관련기사: 지금 MBN에선, 성상품화 비판이야? 홍보야?)

한편 민언련은 “같은 취지의 기획 보도를 내놓은 JTBC의 경우 상당히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JTBC는 마약 구매를 위한 검색어와 마약을 뜻하는 은어 등을 기자 멘트에서 언급하지 않았으며 자료 화면에서도 관련 은어가 보이지 않도록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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