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대상자는 인터넷 방송을 더 보고,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현재 미디어 교육 논의는 동떨어졌다.” 지난 2월 미디어교육 관련 세미나에 참관했던 한 중학교 교사의 지적이다. 이 교사는 KBS나 조선일보 보도가 아니라 학생들이 BJ 철구의 대사 ‘앙 기모띠’를 따라하는 점을 걱정하고 있었다.

(관련기사: ‘디지털 혁신’빠진 ‘미디어 교육’은 헛발질이다)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10대들이 주목하지 않는 신문·방송 중심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22일 한국방송학회 세미나를 통해 변화된 매체 환경에 맞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이 제안됐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 대표적인 MCN 콘텐츠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 대표적인 MCN 콘텐츠인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심재웅 숙명여대 교수는 MCN(Multi Channel Network)을 비롯한 인터넷 방송 시대에 맞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린세대에게는 대도서관, 양띵, 캐리 등이 매우 유명하고 이들의 콘텐츠를 방송보다 많이 보고 있다”면서 “몇몇 콘텐츠가 사회적인 문제가 많이 되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교육이 전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인터넷 방송이 잇따라 논란이 되고 있다. 어린 아이에게 운전을 시키거나, 납치 몰래카메라를 하는 등 아동학대성 콘텐츠와 혐오발언을 통한 명예훼손, 폭력이나 협박 등 범죄를 모의하는 인터넷 방송도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나 언론을 중심으로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논의되는 배경이다.

심재웅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언론은 극단적인 케이스를 찝어낸다. 그렇게 언론이 부각시키고, 보수적인 전문가들이 모여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면 위원회를 만드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늘 규제를 이야기하지만, 해결되지 않는다. 규제는 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교육’은 아이들에게 1인 방송을 유해한 것으로 치부하는 ‘보호주의적’ 교육이 아니다. 그는 “10대, 20대에게 1인 방송은 물과 공기같은 존재가 됐다”면서 “1인방송을 이용하고 제작자로서 활동하는 의미를 스스로 깨울 수 있는 자율성을 키우는 방향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윤리성과 비판성 측면에서 제작자 및 이용자가 고민할 수 있는 교육방안을 제시했다. 대표적인 게 ‘1인 방송 다이어리’다. 인터넷 방송을 구체적으로 언제 얼마나 보는지, 어떤 내용인지 일지를 쓰게 해 현황을 파악하고 문제점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심 교수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방송을 골라 분석하는 등 사례를 통한 리터러시 실습 △지역 교육기관과 연계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시했다.

누구나 인터넷 방송을 제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작자들은 △1인 방송을 왜 만들고자 하는지 △폭력성, 선정성, 비윤리성 등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없는지 △명예훼손, 비방 등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지 △저작권, 사샐활 침해 등 타인의 고유한 콘텐츠를 침해하지는 않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고도 이전과는 달라졌다. ‘광고’와 ‘콘텐츠’가 결합한 브랜디드 콘텐츠나 네이티브 광고가 확산되고 있으며 포털 검색 결과 역시 교묘하게 광고들이 포함돼 있다.

최세정 고려대 교수는 이용자 입장에서 광고성 콘텐츠의 특징을 이해하고, 제작자 입장에서 광고라는 점을 분명히 언급하는 원칙을 강조했다. “검색광고와 네이티브 광고는 광고가 아닌 것처럼 오도할 소지가 있다. 광고라는 점을 인지하도록 해야 사람들이 사전에 주의를 하는 방어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 22일 숙명여대에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한국방송학회 세미나가 열렸다.
▲ 22일 숙명여대에서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주제로 한 한국방송학회 세미나가 열렸다.

정일권 광운대 교수는 ‘디지털 시대 뉴스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뉴스를 보는 방식이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면서 “전통적으로 다루던 뉴스의 내용 뿐 아니라 일상과 보다 친밀한 내용도 뉴스의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고 정보의 과부하, 뉴스의 파편화 등의 변화도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정일권 교수는 “사실과 의견이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가려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출처가 불명확할 경우 믿지 않도록 하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성향의 기사를 살펴보는 등의 교육을 통해 인터넷 공간에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만드는 ‘확증편향’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숙정 중앙대 교수는 “언론이 투명하게 취재과정을 하나하나 언급하는 식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언론인 피터 바티아는 니먼리포트에 게재된 ‘2016년 대선: 언론을 위한 교훈’에서 언론의 신뢰 회복을 위한 과제로 투명성 제고를 꼽은 바 있다. 리포트는 “기자들은 뉴스룸의 의사결정 과정을 다룬 칼럼을 더 많이 써야 한다. 음모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드러내라. 그리고 크든 작든 우리의 실수를 인정하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