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재철 MBC 사장을 선임했던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방문진) 이사장이 25일 미디어오늘에 국가정보원의 MBC 장악 문건(‘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안’)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이사장은 “나는 김재철이 취임하고 나서 (방문진 이사장을) 그만둬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방문진이 집행 기구가 아닌데 방문진에 그런 게(국정원 지침 등이) 올 리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지난 18일 일부 공개한 국정원 문건에 MBC 언론인 사찰 및 권력 비판 인사에 대한 배제·축출 방침이 담겨 있어 ‘MB 정부 언론장악’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국정원 문건대로 김재철 전 사장의 ‘물갈이 인사’가 대폭적으로 이뤄졌고 노조 탄압이 그대로 이행돼 국정원 문건 작성자와 이에 호응한 MBC 내부 인사가 누구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선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타파
▲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선임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고 밝혔다. 사진=뉴스타파
특히 해당 문건은 김재철 사장 전임이었던 엄기영 전 사장이 사퇴한 지 일주일여 만인 2010년 2월16일 원세훈 국정원장의 ‘MBC 신임 사장 취임을 계기로 근본적인 체질 개선 추진’ 지시에 따라 작성됐고 3월2일 청와대 등에 보고된 것으로 파악됐다. 

2009년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김 전 이사장은 당시 엄 전 사장 사퇴를 주도했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김 전 이사장은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만날 이유가 없다”면서도 “국정원이 동향을 살피기 위해 필요하면 KBS·MBC 등 관계 기관에 직원을 파견해 둘러보는 일은 있지만 나는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이 2012년 MBC 언론인들을 해고하는 등 노조 구성원들을 탄압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도 드러냈다.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사장에 대해 “우리가 특정인 속까지 알 수가 있느냐”며 “그땐 내가 (김재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고 그에 대해선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이어 “김재철 사장이 내 말을 들은 적 있느냐”고 반문한 뒤 “나는 기본적으로 아무리 노조에 문제가 있어도 함께 안고 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의 노조 탄압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김 전 이사장은 2010년 신동아 인터뷰에 대해서도 “기자가 왜곡 날조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이사장이 “엄 사장이 나가면서 이제 공영방송을 위한 8부 능선은 넘어섰다”, “MBC 내의 ‘좌빨’ 80%는 척결했다”, “큰집에서 김재철 MBC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깠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2010년 신동아 4월호 인터뷰는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인터뷰는 MB 정부 청와대의 이해가 공영방송 인사에 반영된 것이라는 뜻으로 인터뷰 기사가 보도된 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0년 4월 ‘김재철 퇴진’과 ‘MBC장악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김 전 이사장은 미디어오늘에 “(신동아) 기자가 왜곡 날조해서 보도한 것”이라며 “조인트 등 내가 그런 말은 쓰면 안 된다고 했는데 보도했다. 그게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데 그에 대해선 코멘트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신동아 기자 시절 김 전 이사장을 인터뷰한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는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정상적으로 두 번 인터뷰한 뒤 ‘조인트’ 발언 등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더 듣기 위해 전화 통화를 했었다”며 “‘(김재철) 조인트를 깐 사람이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이냐 누구냐’고 물었더니 김우룡 이사장은 ‘그건 그렇게 적나라하게 쓰면 안 되고 그냥 혼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도로 써야지 그걸  다 쓰려고 하느냐’고 했는데 애초부터 김 이사장 발언대로 쓰기로 서로 얘기가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기자는 “신동아가 발행되던 날 김 이사장은 내게 전화를 걸어 ‘좌빨 척결, 이런 말 혹시 기사로 썼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썼다고 답변하니 김 이사장이 ‘그건 잘했다’고 했다”며 “그러면서 김 이사장은 ‘MBC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좌빨을 척결하는 건데 이사장인 내가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정확히 알려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좌빨 발언에 대해서도 ‘썼다니까 어쩔 수 없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술회했다.

▲ 왼쪽부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청와대, 이치열 기자)
▲ 왼쪽부터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명박 전 대통령, 김재철 전 MBC 사장. (사진=청와대, 이치열 기자)
아래는 미디어오늘과 김 전 이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국정원 문건은 MBC 언론인에 대한 사찰 정황이 담겨 있다. 문건이 작성된 시기가 김재철 전 사장이 취임할 무렵이었다.

“김재철이 취임하고 나서 (방문진 이사장을) 그만둬서 전혀 모른다. 방문진이 집행 기구가 아닌데 방문진에 (국정원 지침 등이) 올 리가 없다.”

- 국정원 직원을 만난 적은 없나.

“국정원 직원들을 만날 이유가 없다. 국정원이 동향을 살피기 위해 필요하면 KBS·MBC 등 관계 기관에 직원들을 파견해 둘러보는 일은 있겠지만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 MBC가 지금 상황에 이르게 된 데 (이사장으로서 책임이 있지 않느냐.)

“자꾸 왜곡·날조하는 기사를 쓴다. 엄기영 사장 사퇴에 대해서 자꾸 ‘장악’ 운운하는데 사실 따지면 파면이다. 그동안 후배들 욕하기 싫어 입을 닫고 있었는데 당시 100분토론에서 ‘여론조작’을 두 번이나 했다. BBC 같으면 사장이 그만둬야 할 사안이다. 부원들이 해임을 요구하면 즉각 부장을 해임하는 등 MBC는 노영방송의 전형이기도 했다.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국민을 호도하고 혼란에 빠뜨린 것도 사실이다. 이 밖에도 ‘배임 행위’ 등의 문제가 있었다.”

- 2010년 신동아 인터뷰가 논란이 되기도 했는데.

“그것도 엉터리다. 기자가 왜곡·날조했다. ‘조인트’를 운운했는데 그런 말은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도 썼다. 그 인터뷰가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내가 더 이상 코멘트할 이유가 없다. 언론 윤리라는 게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무엇을 더 이야기할 수 있나.”

- 김재철 사장은 이미 여러 문제점이 지적됐지 않나.

“특정인 속을 우리가 알 수 있나.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다는 점에선 도의적 책임이 있다. 믿고 뽑은 사람의 능력이 모자르거나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김재철 사장 행보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보는 건가.

“나는 기본적으로 노조에 문제가 있어도 안고 가는 게 원칙이라고 본다. 나는 (방문진 이사장을) 그만둔 뒤 MBC에 관심을 표명하지 않았다. 내가 그만둔 이후 어떻게 상황이 진행됐는지 모른다. 자꾸 나한테 물어봐야 나올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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