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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료 인상 앞두고 김인규는 왜 방상훈을 만났을까?

[김인규 임원회의록으로 본 KBS ①] 김인규식 전사적 수신료 인상 무리수… 민주당 KBS 도청 의혹 논란은 예고된 사고

2017년 09월 30일(토)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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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기자가 민주당 대표 회의실을 몰래 녹음해 한선교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일명 ‘민주당 KBS 도청 의혹’은 2011년 6월 제기됐다.  

민주당 최고위원들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위원들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두고 6월23일 비공개 회의를 개최했고 한선교 의원이 다음날 ‘녹취록’이라며 민주당 회의 내용을 폭로한 것이 발단이었다.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KBS 사장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주장이 다시 제기되면서 현재 검찰 재수사와 KBS 기자협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실체적 진실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김인규 전 KBS 사장 재임 시절(2009년 11월~2012년 11월) 3년치 임원 회의록을 보면 2011년 KBS가 수신료 인상에 자사 기자들을 적극 동원하는 등 사활을 걸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여·야 정치인은 물론, 언론사 사주와도 만남을 갖는 것은 기본이었다. 자사 이익을 위해 매체 사유화도 불사했다.

김 전 사장 스스로 “내 별명이 천 원(2500원에서 3500원으로 수신료 인상을 의미)이다”라고 할 정도로 KBS는 수신료를 위해 “소름끼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요”했다.(2011년 2월24일자 KBS 임원 수신료대책회의 중 김인규 발언) 이에 비춰보면 민주당 KBS 도청 의혹 논란은 예견된 사고였다.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김인규 전 KBS 사장이 2012년 7월26일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회장 자격으로 평양 방북 상황을 보고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내 별명이 ‘천 원’이다”

임원회의록을 보면 2011년 수신료 국면에서 김 전 사장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보수 언론의 논조였다.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 신문은 그해 연말 종합편성채널 개국을 앞두고 있었고 KBS 수신료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광고’ 때문이다. “KBS는 광고 없는 ‘국민의 방송’이 돼야 한다”(동아일보 2011년 2월9일자 사설)는 것이다. KBS 2TV 광고를 유지한 채 수신료만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올리자는 KBS 이사회 안에 대한 비판이었다. 수신료를 올리되 광고 시장에서 빠지라는 논리다. 이 때문에 KBS는 보도·제작 공정성 확보 방안을 우선하라는 진보 진영은 물론, 광고 축소·폐지를 요구하는 보수 언론 반발도 넘어야 했다.

2011년 1월29일 수신료 대책 회의에서 김 전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며칠 전 방상훈, 홍석현 회장을 만났다. 방 사장이 ‘어떻게 도와주면 되냐’고 해서 ‘긍정적으로 보도해달라’고 했다. 방통위 고위층에서 겁먹고 있다. 조선, 중앙 등 하나를 잡아야 한다. 동아는 감이 떨어진 것 같고. 홍보주간 연휴 중에 사설 통해 작업하라. 조중동 아닌 문화(일보) 등 접촉 필요. 방통위에서는 조중동이 우호적인 모습을 보여달라는 거야. (중략) 문방위원들 연휴 동안 작업 필요. 시청자위원 700명 활용 필요. 네트워크 이름으로 결의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에게 설득 작업하라.” 이에 고대영 보도본부장은 “오늘이라도 동원할께요”라며 정치부 기자들 동원을 시사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사안을 조율한 대목도 눈에 띈다. 2월9일자 임원회의에서 김 전 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수신료(와 관련해) 신문들 판단 미스다. 어제(8일) 의결될 걸로 본 시각에서 쓰니 ‘보류’니 ‘부결’이니 했다. 방향 다 결정됐다. 18일 넘기기로. 잘됐다. 송도균 위원(당시 방통위 여권 상임위원)이 16일 외유서 귀국. (KBS 사장에 대한) 청문회 거부하니까 사장 ‘의견청취’로 잘 조율됐는데 방통위 기자들이 미숙한 거다. (중략) 동아(일보)와 아침에 통화하면서 ‘너희들 스트레이트 잘 써야 한다’고 했다. KBS 더러 광고하지 말라고 하는데 무식하다. 상가집서 최방통(최시중) 만났지만 18일 (방통위의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 의결) 해주려고 하는데 송도균이 떠나기 때문인데 출입기자들이 잘못 판단해 일부 오보성 기사가 나왔다.”

주요 언론은 2월8일 “방통위가 광고는 현행대로 유지하되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KBS의 수신료 인상안에 대해 전반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이에 따라 KBS 수신료 인상안의 연내 국회 통과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부정적 전망을 내놨지만 이미 최 위원장과 인상안 통과를 이야기해뒀다는 취지로 읽힌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1000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공영방송이 광고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다. 적자 차이 왜 나는지, 코리아뷰(KBS가 구상했던 무료 지상파 디지털TV플랫폼)는 왜 해야 하는지 정리 필요하다”고 밝혔다. “1000원 우습게 보지 마라. 대한민국 방송사에 큰 획. 다음에 또 (수신료를) 올릴 수 있다는 것. 그래야 광고로부터 빠져 나온다. 이사회 고지 넘어 방통위 고지에 와 있다. 곧 국회로 넘어간다. 다음주. 최선을 다하면 된다.” KBS 이사회→방통위→국회로 이어지는 승인 절차 가운데 두 단계는 넘어섰으니 국회 처리를 앞두고 내부 기강을 다잡는 발언이었다.

2월24일 수신료 대책 회의에선 국회 대응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됐다. 김 전 사장은 “(중앙 사설에 대해) 박보균 편집장(실제 직책은 편집인)한테 전화해서 조지니까 안 그러도록 하겠다고 했다. 스트레이트면 좋았는데 사설까지는 심했다”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는 “TV 수신료 인상안, 설득력 없다”라는 사설을 통해 “이런 기형적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전 사장은 “누구 만났는지 보고 받아봐”며 “한선교 의원은 최재훈 위원장(제1노조 KBS노동조합 위원장)이 맡고. 지난주엔 김재윤 간사(민주당 측 국회 문방위 간사) 만났다. 어제는 보좌관 만났다. 천정배(민주당 최고위원) 만나려 했는데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본부노조 엄경철, 최재성 주축 야권, 시민단체 접촉 중”이라며 “손학규, 박지원 면담 신청했는데 받을 용의 있다고 한다. 천정배도 접촉 요청했다. 상황실에서는 예를 들어 김재윤은 (KBS) 정치부장, 노조위원장이 접촉 등 다 정리해놨다가 안 해주면 까버려”라고 지시했다. 여·야 정치인들을 끊임없이 접촉·설득하고 KBS 입장에 따르지 않으면 비판하라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김 전 사장은 “문방위 위원들도 (라디오) 출연해줘. 한 번 (KBS에) 왔다가면 달라진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거야. 월요일쯤 다시 한 번 정리하자. 내주 안에 상정 결정돼야 한다. 야당 의원들한테 (우리 입장) 갖다 주고, 학계도, 종교계도. 절대로 부담갖지 말라고 설득해야 한다. (중략) 정말 수신료라면 소름끼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집요하게 해야 한다. 신문은 그렇게들 한다. 아주 학질을 뗀다고 한다. 이경재 의원(당시 한나라당 의원·박근혜 정부 초대 방송통신위원장) 만났는데 ‘형님 이럴 수가 있소’ 했더니 (미안해하더라)”고 말했다.

3월11일 수신료 대책 회의는 더욱 노골적이었다. 김 전 사장은 “조중동 반장은 (KBS) 국회 반장이 맡고. 편집국장은 보도국장이 만나라. 마크 필요. 광고 1500억 원 뺄 예정”이라며 “조선 방(상훈) 사장 만났는데 기자들 설득하라고 했다. 의원들 압박해 처리 못하면 광고 많이 팔 수밖에 없다. (수신료) 인상되면 지역 광고 빼고 1500억까지 줄이려는데 공개적으로 말 못한다”고 말했다. 개국을 앞둔 종편을 소유했던 조선일보 측에 ‘2TV 광고를 빼 종편에게 돌아갈 광고파이를 넓힐 테니 수신료 인상에 우호적인 기사를 써달라’고 부탁했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수신료 인상에 앞서 방송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었던 언론노조 KBS본부를 통해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사회를 설득해보려는 시도도 나타나 있다. “조중동에 대항하려면 KBS 밖에 없다는 논리를 펴라”는 주문을 임원들에게 내리며 야권 진영에 대한 설득의 중요성을 강변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29일 통화에서 “당시 본부노조 쪽에도 수신료 인상 여론 작업에 대한 사측 요구는 있었지만, 보도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며 “수신료와 관련해선 국민을 설득하면서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김인규 사장은 국회만 설득하면 될 줄 알고 전방위적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3월14일자 수신료 대책 회의록을 보면, 김 전 사장은 “조선(일보) 변용식 편집인(실제는 발행인)과 대화했는데 1000원 올려서 광고 줄이겠느냐 의구심이 많더라”며 “‘어쩔 수 없다. 믿어라. 그렇지 않으면 광고풀 수밖에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4월14일 수신료 대책 회의에선 “홍사덕 (한나라당) 의원과 통화했다. 4월27일 이전에 문방위 (수신료) 표결 처리하는 것에 부담 느끼더라. 28일 오전 표결 처리 후 오후 본회의에 상정했으면”이라며 “한선교도 4월 국회서 처리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여당 의원과 지속적으로 조율한 정황이다.

▲ 2009년 12월 김인규 전 KBS 사장(오른쪽)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사진=미디어오늘
▲ 2009년 12월 김인규 전 KBS 사장(오른쪽)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동관 당시 청와대 대변인. 사진=미디어오늘
“조선일보에 지랄, 지랄했다”

4월20일자 수신료 대책 회의에선 MB 정부 실세 이상득 전 의원과 김무성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름도 등장한다. 김 전 사장은 이날 다음과 같이 말했다. “김무성 대표, 이상득과 통화했다. 이상득이는 김 대표한테 전재희(문방위원장·한나라당)를 세게 푸시하라고 했다. 전재희한테는 내일 오전 중 전화할 예정이다. (전재희에게) 평생 안 잊겠다고 얘기할게.(중략) 이회창 대표도 전화왔는데 잘 될 거라고.”

문방위는 4월21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KBS 수신료 1000원 인상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야당 반발로 회의 자체를 개최하지 못했다. 김 전 사장은 다음날인 4월22일 임원회의에서 “조선 변용식이한테 지랄, 지랄했다”며 보수 언론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조선일보는 법안소위가 있던 21일 1면에서 “서민들은 물가에 우는데… 與 ‘KBS 수신료 40% 인상’”이라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한나라당이 KBS 수신료를 매달 2500원에서 35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라며 “이럴 경우 서민부담이 연간 1만2000원씩 늘어나 물가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임원들은 4월25일 ‘수신료 리뷰 및 향후 대책’과 관련한 회의를 열고 국회 처리가 불발된 까닭을 분석했다. 이들은 △국회, 문방위 법안소위 전략 부재 △이회창 우군화 실패 △한나라 소극적 원내 전략- 선거 결과와 강행 처리 연계 회피, 로비 위주의 한계 △언론, 조중동 등 언론 대책 부실 - 조선 당일 기사화 미포착, 수신료 필요성 여론 확산 미흡 △시민단체, 야당 압박 차단 실패 등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김 전 사장은 “걸림돌을 거꾸로 풀어야 한다”며 “민주-선진당-언노련-조중동. 시기적으로 6월 국회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렇게 그해 6월, 국회에서 ‘민주당 KBS 도청 의혹’ 논란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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