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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지 않는 기자,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미디어오늘 1120호 사설]

2017년 10월 12일(목)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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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진과 함께 글이 올라왔다. 경비원 아버지가 컵라면과 사과를 추석 선물로 받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이었다. 사물함 앞에는 컵라면 4개와 사과 1개, 나무젓가락 4개가 있었다. 관련 글과 사진은 중앙일보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분노를 자아낼 수 있는 내용이었다. 중앙일보 보도 이후 다른 매체들도 경쟁하듯 관련 내용을 다뤘다. 많은 네티즌이 분노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만 오보였다. 아버지가 간식으로 받은 컵라면과 사과를 아들이 추석 선물이라고 속인 것이다. 해당 글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아들이 직접 해명하면서 밝혀졌다. 언론이 이 과정에서 한 역할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최초의 기사가 생산된 시점부터 오보로 밝혀지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언론은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옮겨’ 기사화 하는 일만 했을 뿐이다. 해당 글의 진위 여부와 사실 확인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은 생략됐다. 일부 네티즌이 팩트체크 없이 커뮤니티 글을 그대로 옮겨 놓은 언론을 비판했지만 ‘분노의 댓글들’ 속에 파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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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 이후 언론이 보인 행태는 가관이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으면 정정하고 사과하는 게 온당한 태도다. 하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아들의 장난으로 밝혀졌다’는 식의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유체이탈 화법은 파면 당한 전직 대통령 전유물이 아니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올라온 글을 사실 확인 없이 ‘복사하기’ ‘붙여넣기’ 하는 건, 언론의 역할이 아니다. 그 일을 하는 사람 역시 기자·저널리스트로 보기 어렵다. ‘경비원 컵라면’ 오보에 참여한 ‘언론인’과 해당 매체의 반성과 사과를 촉구하는 이유다.

팩트체크 없이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언론 못지않게 특정인의 ‘막말수준’ 글을 검증 없이 전달하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문제가 심각하다. 정미홍 더코칭그룹 대표 페이스북 파문이 대표적이다.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김정숙 여사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굳이 여기서 다시 인용하고 싶지 않은, 외모비하 논란까지 있는 글을 많은 언론이 여과 없이 그대로 보도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언론은 네티즌 반응을 추가해서 후속보도를 이어갔고, 청와대가 해명을 내놓자 다시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기자들과 언론에 묻고 싶다. 정미홍 대표 발언이 기사화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이런 식의 ‘막말’을 언론이 보도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파문으로 연결되진 않았을 것이다. 특정인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 이를 보도하기 때문이다. 막말 내용, 비난의 정도나 수준,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특정인에 대한 노골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언론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 지난 3월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오거리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 3월8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오거리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가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서의 글을 ‘퍼오기’ 해서 기사화하는 게 언론의 습성이 된 것일까. 검증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에 대해서조차 언론의 ‘팩트체크 레이더’는 거의 작동되지 않는다. ‘통신사찰’을 당했다고 주장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발언은 반드시 진위여부를 가려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상당수 언론은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 주장을 열심히 인용보도하기 바쁘다. 홍준표 대표 수행비서에 대한 통신자료 제공 내역 6건 중 4건이 이전 정부 때 이뤄진 부분을 주목하는 언론은 별로 없다. 현 정부 들어 진행된 통신자료 수집이 이명박근혜 정부 ‘통신사찰’과 질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여부도 대다수 언론 관심 밖이다. 주장하면 쓰고 의혹을 제기하면 받아쓴다. 언론에게 주장의 근거나 의혹의 진위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태블릿 PC조작 프레임’이 힘을 얻는 것도 언론의 이런 수준 낮은 습성 때문이다. 이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언론의 신뢰는 회복불능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 ‘취재’하지 않는 기자는 저널리스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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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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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2017-10-12 07:06:10    
언론 이라는 쓰레기.
국민의 눈과 귀를 막는 쓰레기 기사로 물타기 하는 기사..
박근혜 구속연장,만기출소 코앞이고
이명박 구속 기소 언제인지 국민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106.***.***.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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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17-10-11 15:11:16    
심지어 jtbc도 그랬지요. 강경화 장관 청문회 당시 컨테이너 주택을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투기라고 보도한 것.
11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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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e 2017-10-11 14:25:02    
공감백배입니다. 이런 언론의 행태에 정치권에서 아님 말고식 지르기가 가능한 겁니다!
22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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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2017-10-11 14:16:13    
처음으로 맘에 드는 기사네요. '취재하지 않는 기자'...기자가 아니죠.
220.***.***.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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