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이 신원 검증도 안 된 특정 사업가에게 서울 여의도 옛 MBC 사옥을 매각하라며 MBC 실무자들을 압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각 대금으로 “4800억 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는 사업가 하아무개씨에게 사옥을 매각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13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 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고 이사장은 백종문 당시 MBC 미래전략본부장(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MBC 여의도 사옥 부지를 사겠다는 유능한 사업가가 있으니 만나보라’고 지시했다.

고 이사장과의 통화 후 백 본부장은 담당 실무자인 김윤섭 자산개발국장과 함께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로 하씨를 찾아갔다. 이 자리에서 하씨는 MBC 여의도 부지를 4800억 원에 자신에게 팔라고 요구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당시 여의도 사옥 부지는 외부 사업자와 MBC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개발로 이미 가닥이 잡힌 상태였다”며 “더구나 수천억 원대 회사 자산을 고 이사장 소개만 믿고 공개 입찰 절차도 없이 매각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후 MBC 자산개발국은 하씨에게 이미 이사회 추인을 받은 공동개발 입장을 갑자기 변경하기 어렵고 특히 공개 매각 절차 없는 수의계약은 사규상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고 설명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노조는 이후 고 이사장이 지속적으로 부지 매각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방문진 이사회에서 고 이사장이 매각보다 개발이 적절하다는 부동산 전문 컨설팅 업체 두 곳의 분석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고 치부했고 “자산개발국이 부서 일거리를 만들기 위해 개발하려는 것”, “4800억 원을 준다는데 수의계약이 안 된다는 건 팔기 싫다는 거냐”며 매각을 강권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 취재 결과 하씨는 한 대형건설사를 사업 파트너로 내세워 1조 원 지급보증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건설사 담당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MBC 본부는 “하씨가 세운 ‘여의도프로젝트’라는 자본금 1000만 원짜리 회사 사무실은 문이 잠긴 상태였다”며 “등기에 하씨 이름은 없었고, 등기상 대표이사는 ‘명의가 필요하다고 해 빌려줬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하씨가 신원조차 검증되지 않은 인물이라는 것.

고 이사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하씨에 대해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며 “원래 우리가 옛 MBC 사옥을 매각하려고 했다. 4800억 원에 내놨는데 살 사람이 없었고 4300억 원에 사겠다는 사람도 그 돈을 다 내는 게 아니었다. 어떤 사람이 내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며 전화를 했다. 그에게 와보라고 하고 만났더니 ‘4800억 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고 했다. 조건은 입찰하지 않는 조건으로 수의계약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4300억 원도 못 받던 걸 4800억 원에 팔면 MBC에는 좋은 일 아닌가”라며 “그래서 백종문 MBC 본부장에게 연락했다. 백 본부장에게 ‘하씨는 나와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 확실히 알아보고 일시불로 전액을 받은 뒤 등기이전을 해줘라’고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일시불로 4800억 원을 주겠다는 데 MBC 실무자들이 반대했다”며 “4300억 원도 못 받는 상황에서 4800억 원에도 안 팔겠다는 실무자들이 정상으로 보이겠나. (MBC 실무자들이)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러나 의심이 들어서 (그들에게 내가) 곱게 말을 안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하씨와의 관계에 대해 “하 사장이라는 사람을 외부에서 따로 만났다든지 그에게 커피를 얻어먹었다든지 내가 이전에 그를 알고 있던 사이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가져오라”며 “(MBC 구성원들의) 소원대로 사퇴해주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언론노조 MBC 본부 대리인인 신인수 변호사는 “MBC 사옥은 공공재산으로서 매각 시 투명해야 한다”며 “공개 입찰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MBC를 관리·감독해야 할 책임은 미뤄둔 채 방문진 이사장이 사실상 경영 행위를 한 셈”이라며 “방문진 이사장이 권한을 남용한 것이며 이는 이사장 해임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고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 하씨와 어떤 관계인가?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다. 우리가 사실 사옥을 매각하려고 했다. 4800억 원에 내놨는데 그 가격에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4300억 원에 사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4300억 원을 다 내는 게 아니고, 자기네들이 4개동을 건축하고 한 동을 우리가 인수하는 조건이었다. 그 한 동을 비싸게 인수하라고 해서 사실 4300억 원에도 못 팔던 거였다. 어떤 사람이 내게 전화를 해서 여의도 사옥 관련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와보라고 했다. 만나보니 자기가 4800억 원을 일시불로 지급하겠다며 자기에게 팔아달라고 했다. 조건은 입찰 대신 수의계약으로. 4800억 원이 나온다는 게 말이 안 되잖나? 4800억 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느냐 했더니, 누구를 데리고 왔다. 어느 은행인가와 1조 원이 체결·협약돼 있다고 하더라. 사옥을 판다고만 하면 바로 일시불로 4800억 원을 줄 수 있으니까 팔아달라고 했다. 4300억 원도 못 받던 걸 4800억 원에 팔면 MBC에 좋은 일 아닌가. 그래서 백종문 MBC 본부장에게 연락했다. ‘나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이니까 확실히 알아보고 일시불로 전액 받은 뒤 등기이전을 해줘라’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다.”

- 일면식도 없는 하씨 말을 믿는다는 게 상식적인가?

“신뢰고 뭐고가 없는 게 4800억 원을 받으면 등기 이전 해주면 되고 4800억 원을 못 받으면 등기 이전을 안 해주면 된다. 거기에 신뢰고 뭐고가 있나? 백 본부장에게 ‘전액을 받기 전에는 넘겨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 MBC는 공공재산인데 공개입찰이 공정성 측면에 더 맞는 절차 아닌가?

“그 전에 공개입찰을 했다. 아까 말한 조건을 붙여서 4300억 원에 사겠다는 것이 공개입찰 결과였다.”

- 하씨는 고영주 이사장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을까?

“그분도 잘못 생각한 것이 내가 MBC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런 권한이 없다. MBC에다 (하씨의) 이런 조건이 들어왔으니 한 번 담당 본부장이 알아보고 실수 없이 처리하라고 소개를 해준 거다.”

- 정말 처음 본 사람인가?

“MBC 기자들도 찾아와 묻길래 우리 방 외에서 하 사장이라는 사람을 외부에서 따로 만났다든지 커피라도 한 잔 얻어먹었다든지 그전에 내가 알고 있던 사이라든지 그런 게 있으면 당신들 소원대로 사퇴해주겠다고 그랬다. 그런 게 있으면 언제든지 사퇴해줄 것이다.”

- MBC 실무자들에게 매각을 계속 압박했다고 하던데.

“4800억 원을 일시불로 주겠다는 데 실무자들이 반대했다. 4300억 원도 못 받게 됐는데, 4800억 원에도 안 팔겠다는 실무자들이 정상으로 보이겠나. (MBC 실무자들이) 무슨 장난을 치려고 그러나 의심이 들어서 (그들에게 내가) 곱게 말을 안 했던 것 같다.”

- 하씨에 대해서 MBC 관계자들에게 따로 한 말이 있나.

“따로 말한 적은 없다. 나하고 아무 관계 없는 사람이다. 나 때문에 혜택을 준다든지 절대로 그러면 안 된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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