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KBS 새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에 돌입한 지 80일째를 맞은 가운데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22일 KBS본관 집회 현장을 가득 메웠다.

파업 80일째를 맞은 이날 집회는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방송본부 영상제작 촬영감독인 조태욱 조합원은 “파업으로 지친다는 생각은 안 한다”며 “오히려 파업 초기에 각자 입장이 달라서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 듯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요즘 그의 걱정은 급여나 일을 못하는 것보다 시민의 관심이 갈수록 떨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에 돌입한 지 80일째를 맞은 가운데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22일 KBS본관 집회 현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에 돌입한 지 80일째를 맞은 가운데 400여명의 조합원들이 22일 KBS본관 집회 현장을 가득 메웠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제공
기자인 이아무개 조합원도 “지금 그대로 투쟁을 이어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고 지인들도 많이 응원해주고 있다”며 “MBC가 빨리 돌아간 것처럼 우리도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MBC파업이 끝나고 날도 추워지고 있는 상황에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언론의 관심도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라 강규형·이원일 등 KBS이사 파면 가능성이 가시화되고 KBS 도청사건과 200만원 금품수수 의혹 사건 등으로 조만간 고대영 사장이 포토라인에 설 경우 MBC와 마찬가지로 순식간에 고대영 체제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대오가 흔들리기는커녕 더욱더 단단해졌다”고 말하며 “지난 80일을 함께 해오면서 승리에 대한 불안감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다”고 외쳤다. 그는 “한 가지 아쉬운 건 MBC가 이미 새로운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출발했고 SBS 역시 스스로의 싸움을 통해 사장 임명동의제를 실시하고 개혁에 나섰는데 우리는 늦게 출발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승리는 의심하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이날 KBS 사내 게시판에서는 15년차 이상 KBS아나운서, 드라마부장·팀장, 10년차 미만 시사교양 PD 등 각 직종별, 기수별로 총파업 지지 및 동참을 호소하는 성명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제작본부 소속 KBS 예능부장·팀장 11명이 21일 보직을 사퇴해 사실상 제작부문에서 고대영 사장의 지휘력은 상실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한부인 고대영 체제에서 이탈하는 보도부문 보직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1노조)의 투쟁 방식에 회의를 느껴 KBS 새노조로 신분을 옮긴 한 조합원은 “지친 감은 있지만 이번이 국민이 준 마지막 KBS 정상화의 기회라고 보고 있어서 힘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강자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연대발언을 통해 “공영방송은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최전선”이라며 “시민사회가 해야 할 일은 공영방송과 함께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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