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차기 보도국장으로 내정된 노종면 기자가 지난 1일 오전 YTN 노조에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와의 ‘담판’을 요청했다. 노조를 포함한 YTN 다수 구성원들이 최 내정자를 ‘부적격자’로 판단하고 사장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 최 내정자의 개혁 의지를 최종적으로 노조가 확인해달라는 호소다.

노 기자는 이 과정을 거쳤는데도 최 내정자가 노조에 믿음을 주지 못하고 노조도 최 내정자의 YTN 정상화 의지를 신뢰하지 못하면 보도국장 지명 거부 여부까지 고려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노 기자는 2008년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된 뒤 지난 9년 동안 ‘언론 정상화 투쟁’ 선봉에 섰던 언론인이다. 그가 지난달 30일 차기 보도국장에 내정되면서 YTN 정상화가 가시화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정작 노 기자는 노사의 담판을 요구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노 기자가 YTN 동료와 부둥켜안고 복직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MB 정부의 YTN 낙하산 사장에 맞서 공정방송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던 노종면·조승호·현덕수 YTN 기자는 지난 8월 동료 선·후배 기자 80여 명의 환대 속에 서울 상암동 YTN 사옥에 첫 출근했다. 노 기자가 YTN 동료와 부둥켜안고 복직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노 기자는 이날 YTN 사내 게시판을 통해 “오는 7일은 보도국장 내정자인 제가 단체협약에 따라 ‘보도정책 및 운영방침’을 공표해야 하는 시한”이라며 “이 시한이 ‘YTN 정상화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판단에 노조와 노조위원장께 감히 한 가지 요청을 드린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이 최 내정자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달라”고 호소했다.

노 기자는 “최남수 내정자에게 ‘적폐청산’ 의지가 있는지 노조위원장의 눈과 귀로 직접 확인해달라”며 “시대의 요구이자 YTN 혁신의 출발이어야 할 ‘적폐청산’이 흔들림 없이 실행될 수 있는 것인지 구체적 방안을 확인하고, ‘적폐청산’의 선명한 기준과 단단한 제도를 확보해달라. 만약 아니라는 판단이 서면 구성원들을 믿고 주저 없이 회군하시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담판’ 이후 노조가 사장 내정자를 인정하기로 결정한다면 제 개인의 판단과 무관하게 노조의 결정에 따를 것이며, 즉시 보도국장 동의 절차가 요구하는 일정에 임할 것”이라며 “반대의 경우라면 담판이 끝난 뒤의 상황을 본 뒤 지명 거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기자는 “‘선 보도국 정상화’의 현실적 필요성과 시급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지만 인사권자와의 조율 없이는 조직 개편도, 보도국을 넘어서는 인력 재배치도 불가능하다”며 “혁신은커녕 최소한의 정상화도 이루기 힘들며, 오히려 섣부른 처방을 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보도국 정상화’를 ‘YTN 정상화’의 큰 틀에서 이뤄내는 것이 순리라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노 기자 글이 게시된 뒤 한나절이 지나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사내 게시판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박 지부장은 “아직도 최남수 내정자가 최선의 방법이 아님을 우리 모두가 아는 상황에서 노종면 선배의 제안을 받아들일 준비도 없이 제 소회와 다짐을 밝혀야 한다는 것에 속상함을 넘어 만감이 교차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 지부장은 “최남수 내정자와 배석자 없이 만나서 적폐청산 의지를 확인하고, YTN 미래를 들어 보도록 하겠다”며 “선 보도국 정상화가 시급함을 알면서도 YTN과 보도국은 별개가 아니고, 더 이상 YTN 정상화를 방치해 둘 수 없기에 마지막 단두대에 서는 심정으로 최남수 내정자에게 협상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박 지부장은 최 내정자에 대해 “적폐청산은 구체적이고 가시적이어야 한다”며 “적폐청산은 YTN이 더 이상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진정한 통합의 미래로 가기 위한 절대적인 대원칙이라는 점을 꼭 명심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2008년 8월 구본홍 전 YTN 사장 체제부터 2017년 5월 조준희 전 사장 체제까지 부역한 언론이라는 과오를 벗기 힘든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제 그 과오를 속죄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 날개를 펴야 한다. 이를 위해 적폐청산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방송(MTN) 대표를 지낸 최 내정자는 YTN 출신이다. 노조를 포함해 다수의 YTN 언론인들은 그가 MB 정부의 YTN 장악 국면에서 회사를 떠나는 등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내정자는 복직기자들의 상처를 보듬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최남수 YTN 사장 내정자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 내정자는 복직기자들의 상처를 보듬겠다고 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반면 최 내정자는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2008년 MB 정부에서 해고됐다가) 복직한 후배들과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다”며 “노종면·조승호·현덕수 등 복직 기자들에게 충분히 많은 기회를 부여하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인적 청산’에 대해서도 “후배들의 이야기와 내가 봤던 것을 종합해보면, 이견의 여지없이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인사들이 있다”며 “책임 규명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언론 바로 세우기, 언론 개혁, 공정방송과 내부 적폐 청산에 대해 YTN 구성원들과 뜻을 같이 한다”며 “국민 신뢰를 받고 시대 아픔에 공감하면서 내용적으로 뉴스 혁신 리더가 되는 방송국을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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