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자리에 어렵게 나온 또 다른 이유는 제 어린 아이들 현재·경재를 위해서, 아빠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저와 함께 상을 받고 꽃다발까지 받았으니 영원히 잊지 못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복막암으로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가 지난 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리영희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서울아산병원에 입원 중인 이용마 기자는 시상식 장소까지 구급차를 타고 이동했다. 김민식 PD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한 이 기자였지만, 수상 소감을 밝힐 때만큼은 가족과 함께 단상에 올라섰다.

이용마 기자는 “리영희 선생님은 사상의 은사로 불리시는 분”이라며 “그런 분의 상을 받게 돼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영광”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차분하게 이어지던 이 기자의 목소리가 두 아들을 언급할 때부터 떨리기 시작했다.

▲ 1일 가족과 함께 리영희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용마 MBC 기자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1일 가족과 함께 리영희상 시상식에 참석한 이용마 MBC 기자가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제 아이들이 꿈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던 이 기자는 “안타깝게도 그런 사회가 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모든 일은 우리가 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 뒤, “자유와 평등이 넘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흘러넘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되기를 다시 한 번 꿈꾼다”고 말했다.

복막암 말기 판정 이후 자연치료법에 의지했던 이용마 기자는 지난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항암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이 기자는 “생명의 불꽃이 조금씩 소진되는 걸 느끼고 있다”면서 “더 늦기 전에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보려 한다”고 회복 의지를 밝혔다.

▲ 김민식 PD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는 이용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김민식 PD가 미는 휠체어를 타고 입장하는 이용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용마 기자의 동료·지인들이 이 기자를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용마 기자의 동료·지인들이 이 기자를 박수와 환호로 맞이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용마 기자가 자신의 활동상이 담긴 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용마 기자가 자신의 활동상이 담긴 영상을 참석자들과 함께 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면서도 이 기자는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니까 모든 건 하늘의 뜻에 맡기고 그 운명을 받아들일 줄 아는 것이 우리가 가져야 할 겸손함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수상 소감을 마친 이 기자에게 두 아들이 “제가 스무 살 되기 전에 다 나아요”라고 말한 뒤엔 “힘내라”는 구호가 시상식장을 채웠다.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이용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이용마 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날 시상식에는 150여 명의 MBC 선후배들도 참석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해직 기자들은 이용마 기자의 야윈 모습에 안타까워하면서도 함께 출근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박성제 기자는 “이용마 기자와 촛불·탄핵 정국이 끝나면 같이 출근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쾌유를 빌었다.

후배 MBC PD·기자들은 이용마 기자를 위해서라도 MBC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지영 기자는 “단순히 뭔가 청산하는 것뿐 아니라 새 판을 제대로 짜는 것이 선배의 뜻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성민 PD는 “더 나은 MBC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이용마 기자가) 함께 하는 게 가장 큰 선물”이라며 “복직 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 시상식장을 나서는 이용마 기자에게 참석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시상식장을 나서는 이용마 기자에게 참석자들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리영희상 심사위원장인 신인령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이날 “민주언론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해직돼 고통을 받으면서도 투쟁을 이어 온 해직 언론인들, 민주언론을 되찾기 위해 투쟁을 벌이고 있는 MBC·KBS 언론인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의미를 담았다”고 심사평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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