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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들의 ‘개혁경쟁’을 보고 싶다

[미디어오늘 1128호 사설]

2017년 12월 06일(수)
미디어오늘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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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BS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사장 임명동의제에 합의한 SBS 노사는 박정훈 현 SBS 사장을 재선임 했다. 구성원의 동의를 받는 사장임명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SBS의 사장 임명동의제는 방송사에선 첫 사례에 해당한다. 사주가 있는 민영방송에서 구성원 동의를 얻어 사장을 임명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SBS 구성원들이 끈질긴 싸움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KBS·MBC사장 선임방식보다 진일보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SBS 노사는 사장 뿐만 아니라 본부장 등에 대한 임명동의제에도 합의했다. 구성원 다수가 반대하면 사장은 물론 본부장도 할 수 없다. 사실 SBS의 최근 변화를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는 이런 변화가 구성원들의 반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SBS 기자·PD들은 이명박근혜 정권 9년을 거치는 동안 SBS 보도공정성과 프로그램 자율성이 훼손되는 광경을 목격했다. 결과는 참혹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을 거치면서 시청자들은 SBS를 비롯한 지상파 뉴스를 외면했다. 한번 추락한 뉴스의 신뢰도를 회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본사 모습. ⓒ 연합뉴스
▲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본사 모습. ⓒ 연합뉴스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SBS 최근 행보는 이런 부끄러운 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런 제도적 장치만으로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와 전횡을 차단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SBS경영진은 이런 식의 변화를 추구했다는 냉소적 반응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의 결별’을 통해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회복하기 위한 구성원들의 이런 노력이 지속된다면 SBS의 신뢰회복은 어렵지 않다고 본다.

SBS의 변화는 현재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는 MBC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장 선임 절차를 진행 중인 MBC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서면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시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 MBC경영진과 구성원들은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하는 시민들의 요구에 답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각에선 SBS가 예상을 뛰어넘는 변화를 선보였기 때문에 MBC는 이보다 더욱 획기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만약 MBC가 시민들의 이런 변화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새 MBC경영진과 구성원들에 대한 기대와 지지는 실망과 분노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바닥으로 떨어진 MBC의 신뢰도는 회복 불능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미디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시민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MBC와 SBS를 비롯한 언론종사자들이 이 점을 명심해야 하는 이유다.

다행인 것은 SBS의 최근 행보와 MBC 변화 움직임이 시청자들 입장에선 득이 된다는 점이다. ‘변화된’ SBS와 ‘정상화 되는’ MBC에서 과거와 같은 뉴스와 프로그램이 방송될 수 있을까. 사주나 경영진이 구성원들의 극한 반발을 무릅쓰고 현재 도입된 제도를 전면 철회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 이는 변화된 상황에서 SBS와 MBC가 뉴스와 프로그램은 물론 모든 분야에 걸쳐 ‘개혁경쟁’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 상암동 MBC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양사의 이 같은 ‘개혁경쟁’은 이제 ‘정상화 길’에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KBS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BS가 ‘논두렁 시계 보도’ 재조사를 하면서 지난날의 과오를 털어내고 ‘리셋SBS’를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처럼 MBC와 KBS에서도 ‘오욕의 지난 과거’를 반성하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일련의 작업들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일련의 흐름을 감안하면 MBC와 KBS의 ‘정상화 작업’ 역시 상당히 높은 수위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사장 선임 과정에서 구성원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YTN은 최근 노종면 기자를 보도국장으로 내정했다. 구성원들끼리 좀 더 논의가 필요해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YTN 역시 지상파3사와 함께 ‘개혁경쟁’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3사와 YTN 그리고 JTBC가 좋은 뉴스와 프로그램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된다. 지난 겨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변화를 외쳤던 시민들이 한국 언론에 기대했던 상황과 풍경이 바로 이런 게 아니었을까. 이제 남은 건 언론인들의 분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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