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보수 매체에 정부 광고를 편향되게 집행했다고 판단하고 정부 광고 집행 개선점을 찾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정권 초반 언론과의 관계가 중요한 만큼 적폐청산 작업 대상으로 꼽혀온 언론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지만 확실히 문제로 드러난 사안은 바로잡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정권이 바뀌고 난 뒤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 일환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분위기이지만 언론개혁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국무회의를 마치고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불러 과거 정부에서 정부 광고 집행이 보수 매체를 중심으로 편향되게 집행됐다고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직접 개선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무총리실은 정부 광고 집행 주무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미디어정책국에 과거 정부 집행 광고의 현황을 파악하고 편향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요청했고, 문체부는 관련 내용을 취합해 보고 내용을 준비 중이다.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총리는 정부 광고 보수매체 편향 집행 문제에 대해 심각한 인식을 가지고 있고, 정권 출범 이후 이 같은 내용이 변하지 않는 것을 사실상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 광고 집행액을 보수 매체에 쏠려 있는 것을 진보 매체로 단순하게 분배하라는 지시라기보다 비정상화된 내용을 바로잡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기조이기 때문에 언론 문제도 시정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이 총리의 문제의식은 정부가 바뀌었음에도 정부 광고 집행 문제에 대한 개선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진보매체와 보수매체를 따지는 게 아니라 예전에 편형된 광고 집행에 개선점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앙지와 지방지의 광고 집행액의 불균형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가 언론사 간담회를 쭉 해오면서 문제를 인식했는데 개선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 총리가 직접 도종환 장관에 개선점을 찾으라고 요구했고 문체부 미디어정책국이 정부광고 집행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을 통해 현황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정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새롭게 바뀌면서 문제를 개선하는 작업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정부 광고비 집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동아일보는 410억원의 광고비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2~3위를 차지했다. 매일경제는 조중동에 이어 2013년 57억 원, 2014년 55억 원, 2015년 62억 원, 2016년 56억 원, 2017년 8월까지 33억 원의 정부광고를 받아 4위를 차지했다.

▲ 이낙연 국무총리.
▲ 이낙연 국무총리.

반면, 한겨레는 2013년 40억 원(8위), 2014년 37억 원(8위), 2015년 37억 원(12위), 2016년 45억 원(8위), 올해 8월까지 28억 원(9위) 정부 광고를 받았다. 경향신문은 2013년 38억 원(9위), 2014년 34억 원(10위), 2015년 40억 원(9위), 2016년 44억 원(10위), 올해 8월까지 29억 원(8위)의 광고비를 받았다.

인터넷 매체의 경우에도 편향성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정부 광고 집행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8년 동안 뉴데일리 등 보수 인터넷 매체에 6억원이 넘는 돈을 집행했고, 같은 기간에 오마이뉴스 등 진보 성향 매체에 대해서는 5천여 만 원을 집행했다. 약 10배가 차이나는 금액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전국경제인연합을 우회해 보수단체와 보수 매체를 지원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미디어워치의 경우 전경련으로부터 5천만 원을 지원받았다. 박근혜 정부 방송문화진흥회는 뉴데일리와 미디어워치를 홍보매체로 선정하고 지난 3년 동안 각각 1100만원을 홍보 예산으로 집행한 바 있다.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정부 광고 집행의 문제점에 대해 “정부의 일방적인 선전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은 정부 광고에 대한 명확한 가인드라인 제정이 필요하고 정부 광고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 원칙이 확립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집행할 정부광고 예산에 대해 국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집행 후에는 국회의 사후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광고 예산과 내용의 심의를 담당할 독립적인 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기관 및 공공법인의 광고를 일괄 위탁받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내부 정부 광고 내용 심의 기능을 분리하고, 각 정부 부처의 광고 집행 예산을 심의하고 통제할 수 있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