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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하는 것은 걱정인가 방해인가

[비평] 남북대화국면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의 시선…‘갈라치기→미국 싸늘→메신저 공격→태극기 없다’

2018년 01월 06일(토)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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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정신없을 만큼 빠르게 남북관계가 변하고 있다. 1월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자 2일, 우리 정부가 환영하며 고위급 회담을 제안했고, 3일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이후 단절된 남북 핫라인까지 복원됐다.

4일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계올림픽 기간 중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하지 않기로 했고, 남북대화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5일에는 북한이 고위급 회담을 받아들이면서 남북은 오는 9일 판문점에서 마주앉게 된다. 불과 일주일 만에, 10년에 가까운 남북관계 한파가 지나고 봄이 오는 듯 하다.

한반도에 사는 누구에게도 평화란 좋은 일이다. 물론 북한의 말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리얼미터가 4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환영하는 여론은 76.7%나 된다. 제재와 압박이 선행되야 한다는 반대 의견 20.3%에 비해 4배 가까운 수치다.

하지만, 남북대화를 향한 기대감에도 표정이 밝지 않은 곳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그렇고 언론에서는 조선일보가 특히 그렇다. 너무 기대감을 품으면 실망하게 된다는 걱정 때문일까? 아니면 남북대화가 그냥 못마땅한 것일까? 남북관계 진전만큼이나 숨가빴던 조선일보의 지난 일주일 지면 보도를 훑어봤다.

① 1월2일자 – 김정은 위원장의 제안 하루 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중 가장 뉴스가치가 커 보였던 것은 당연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와 ‘남북 당국자 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물론 김정은은 “미국 본토 전역이 핵타격 사정권 안에 있다”거나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는 말도 했지만, 이는 늘 하던 말이었고, 새로운 뉴스는 ‘대화 제의’임이 분명했다.

조선일보 1월2일자. 1면.
조선일보 1월2일자. 1면.
하지만 조선일보가 1면에 선택한 제목은 ‘갈라치기’였다.(김정은의 ‘갈라치기’…美엔 “핵단추 있다” 南엔 “평창 대화”였다) 한국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북한과 남한에 다른 신호를 보낸 것을 제목으로 뽑았지만, 그래도 ‘갈라치기’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은 곳은 조선일보가 유일했다.

뒤이은 2면 톱기사 제목은 ‘김정은의 核 오만…“평창 갈테니 한미훈련 중단하라” 요구’였다. 북한의 대화 제의 역시 북한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진 기사 제목은 ‘대북제재 아팠나 김정은 “압살 책동 극도에 달해”’, ‘‘핵’ 22회 언급, 6차례 신년사 중 가장 많아’로 역시 부정적인 단어를 사용했다.

또한 3면에는 ‘北, 평창을 국제 제재 벗어나려는 선전장으로 쓸 듯’ 제하 기사에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한 뒤 “평창 참가로 남한 사회를 흔들겠지만 본격적인 남북 대화까지 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사설 ‘예상대로 南·南, 한·미 균열 노리고 나온 김정은’에서는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여하고 이를 위한 남북 당국 간 회담이 열린다고 해도 북핵이 폐기될 리 없다”며 “오히려 북의 핵무장에 정치적·시간적 여유를 줄 것이다. 많은 우리 국민이 이제는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남·남 갈등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 역시도 김정은의 계산대로”라고 주장했다.

결국 조선일보의 전반적인 기조는 김정은과의 대화는 그들의 의도에 휘말리는 것이니 대북제재나 이어가면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② 1월3일자 – 우리 정부의 화답 하루 뒤

조선일보가 선택한 1면 기사 제목은 ‘정부 “9일 만나자”…北은 두 차례 연락 안받아’다. 정부가 화답했지만 또 북한의 술책에 말려들었다는 뉘앙스의 제목이다. 그리고 조선중앙통신에 나온 “남조선은 수치스러운 외에 의존 정책과 결별해야 한다”는 말을 2면 제목을 통해 부각시켰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제의와 관련해 “좋은 소식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고 트위터에 쓴 글도 주목했다.

조선일보 1월3일자. 1면.
조선일보 1월3일자. 1면.
강인선 조선일보 워싱턴 지국장은 아예 3면 ‘“한국이 동맹일까?”…워싱턴서 한미동맹 의구심 커지고 있다’제하의 기사로 남북대화를 앞두고 미국에서 나왔던 부정적인 언급들을 긁어모았다. 우리의 대북정책으로 인해 한미관계가 악화된다는 뉘앙스로 보인다.

사설에서의 ‘태극기’ 문제제기도 이날부터 나왔다. 사설 ‘남북 회담서 반드시 지켜야 할 것’에서 조선일보는 “만약 개회식 공동 입장이 합의되면 우리 땅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는 일이 벌어진다”며 “이미 작년 강릉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북한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경기장을 메우고 한반도기를 흔들어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여기가 어디냐’며 놀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③ 1월4일자 – 남북 판문점 대화 하루 뒤

전날 연락을 안 받는다고 했다가 대화 채널이 뚫리니 이번엔 좀 애매했는지, 조선일보는 1면 톱기사 제목을 ‘판문점 채널 연 北 “평창 성공” 또 언급’으로 뽑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판문점 채널 재개통을 발표한 사람이 천안함 폭침 사건과 목함지뢰 도발 배후로 알려진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 그 본인도 아닌 그 측근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월4일자. 1면.
조선일보 1월4일자. 1면.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미국의소리 방송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를 듣고 안심한 사람이 있다면 분명 연휴 동안 샴페인을 너무 마셔서 그럴 것”이라고 한 말을 부각했다. 하지만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반가워하긴 했어도, 북한이 어떤 도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하라고 한 정부 당국자나 언론은 없었다. 한편 강인선 지국장은 연이틀 미국에서 남북대화 분위기 조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트위터 글을 긁어모았다.

‘김정은이 한반도 운전석에 앉았다’는 사설에서는 “김정은이 ‘핵 단추’로 미국을 위협하고, ‘평창 참가’로 남쪽을 향해 추파를 던진 의도는 누구의 눈에도 뻔하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말대로 대북 제재 국가를 각개 격파 식으로 하나씩 무너뜨리겠다는 것”이라며 “김정은의 그 속셈대로 한반도 정세가 굴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계속 한미일을 갈라친다는 것이다.

④ 1월5일자 – 트럼프 “미국은 문재인 대통령 100% 지지한다” 발언 다음날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 대화를 지지했다. 아예 북한이 원하던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조선일보의 1면 제목은 ‘“평창 때 韓·美훈련 없어 가족과 대표단 보내겠다”였다. 힘도 많이 빠졌다. 기사도 줄었고 북한이 우리가 전화 걸자 응답없다가 자기들이 전화를 걸었다는 정도의 지적이었다. 대화채널 복원 하루 만에 한미훈련 중단하라는 말을 했다는 정도의 지적이었다.

조선일보 1월5일자. 3면.
조선일보 1월5일자. 3면.
그리고 힘이 빠져서인지 한 말 또 하기 시작했다. 사설 ‘대한민국 개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에서 “역대 동·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기(國旗)가 등장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도발을 멈추고 핵 폐기에 응한다면 태극기가 사라지는 사태도 감내할 수 있지만 북은 도발을 멈춘 적 없다”고 말했다. 이미 다 한 얘기다.

⑤ 1월6일자 – 남북 고위급회담 합의 다음날

1면 제목은 ‘2년만에…南北 9일 마주 앉는다’란 평이한 제목이다. 다만 4면에서 백악관의 발표와 청와대의 발표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백악관 ‘文 대통령 100%지지, 남북대화’ 언급 안했다’ 제하 기사에서 백악관은 한국과 미국이 최대의 북 압박과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며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백악관이 청와대 발표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말은 없다.

사설에서는 여전히 남북대화 무용론을 제기한다. 조선일보는 사설 ‘문 “과거처럼 유약하게 남북대화만 추구하지 않을 것”’에서 “한미간 이간을 본격화 하려는 의도”라며 “‘북핵 폐기 없는 남북 관계 개선은 불가능하다’는 자명한 진실을 북한과 국제사회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1월6일자. 4면.
조선일보 1월6일자. 4면.
위에서 정리한대로, 조선일보는 지속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반대하고 있다. 남북대화국면에서 놓칠 수 있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반대를 하고 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만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면 대화다.

조선일보는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햇볕정책 등 대화모드 조성 때문에 북한이 핵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모양인데 그렇게 보지 않는 전문가들도 많다. 그리고 제재와 압박을 가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더욱 고도화됐다.

게다가 불과 몇 년 전, ‘통일이 미래’라며 공무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모았던 조선일보가 할 말은 아니다. 대화를 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풀지 않으면 조선일보가 바라는 통일은 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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